[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여자 선배님들과 연기해보고 싶어요."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 출연 배우 이혜리를 만났다. 12일 개봉하는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옮기는 거대한 물괴가 나타났다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크리처 액션 사극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이야기에 상상력을 버무려 스크린에 구현했다.
'물괴'는 그의 첫 스크린 진출작이다. "큰 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 이혜리는 "마치 내가 TV에 처음 나왔을 때의 느낌이었다. 완성본을 봤을 때 너무 신기했다"면서 미소 지었다.
'물괴'의 핵심은 바로 조선시대 나타난 괴이한 생명체 물괴를 현대 CG 기술로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물괴의 모습을 봤다는 이혜리는 만족을 표했다. 이혜리는 "촬영이 끝난 뒤 물괴가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물괴의 초안을 봤을 때 생각보다 귀여운 느낌이었다. 사실 좀 걱정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물괴가 이빨도 생기고 조금씩 달라졌다. 귀엽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이혜리는 "촬영 당시 물괴가 날렵하고 자기 스피드에 자기가 못 이겨서 벽에도 부딪힌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물괴가 몸집도 크기 때문에 이 정도로 빠를 줄은 생각 못 했다. 영화를 보니 참 움직임이 빠르더라. 생각보다 더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면서 미소 지었다.
촬영 당시 이혜리는 실제의 물괴가 없는 상태에서 '그린맨'과 함께 물괴와의 사투 신을 촬영했다. 이혜리는 "그린맨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쫄쫄이 옷을 입는다. 처음 물괴를 맞닥뜨리는 신을 찍으러 갔는데 그린맨을 보고 메뚜기라고 했다. '
저 사람이 물괴라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혜리는 "그분들이 중요한 이유는 5명의 배우들이 함께 물괴와 있는 신을 찍을 때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린맨을 물괴라고 최면을 걸면서 몰입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선배님들도 처음 해보셨다더라. 혼자 했으면 진짜 갈피를 못 잡았을 것 같다. 선배님들이 계셔서 편안함, 안정된 감정을 많이 느끼면서 찍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물괴' 포스터 / 사진=씨네그루,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처럼 '물괴'는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텐트폴 영화이지만 이혜리에게는 처음 도전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물괴'는 이혜리에게 첫 영화이자 첫 액션물, 사극 장르 첫 도전작이기 때문이다. 이혜리는 "전 작품 촬영이 끝난 후 8개월 정도 휴식을 취할 때 출연 제안을 받았다. 생각이 많은 상태였다. 그런데 뻔히 결과가 보이는 것에는 마음이 안 갔다. 좀 더 도전적인 것에 끌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극은 처음이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 역시 '내가 사극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동기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마음일 수도 있는데 그 당시에는 그랬다"고 당시를 되짚었다.
"평소 도전 의식이 강하냐"는 질문에 이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승부욕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도전 욕구가 많으면서 겁도 많다. 상반된 걸 다 갖고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전 양극단적 기질이 정말 세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의 싸움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혜리는 '도전'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과 '물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 명이의 성격이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극중 윤겸(김명민)이 홀로 키운 외동딸인 명은 산 속에서 터득한 의술과 궁술로 아버지를 따라 물괴 수색대에 합류한다.
이혜리는 "두 달 전 체코로 여행을 갔다가 스카이다이빙을 한 적이 있다. 땅에 발이 닿을 때까지 울었다. '안 하면 되잖아' 할 수 있는데 그건 싫더라. 저는 제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다. 마찬가지로 수영도 못하고 물도 무서워하는데 스카이다이빙은 한다. 그런 성격이 명이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명이도 자신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책 한자라도 읽고 의술, 궁술이라도 더 배우려 하지 않나. 이런 점도 내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자신의 역할에 애정을 표했다.
'물괴' 이혜리 / 사진=씨네그루, 롯데엔터테인먼트제공
이처럼 '도전'을 즐긴다는 이혜리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사실, 제가 계획하고 실천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갑자기 드는 생각은, 여배우들과 작업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면서 "제가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남자 배우들 속에서 제가 홍일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하기 전에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여자 5명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여자들의 의리'를 담은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물론 남자 선배님들과 같이 하는 것도 너무 좋다. 사랑도 많이 받고 좋은데, 여자 선배님이랑 할 때 느낌도 궁금하다"면서 미소 지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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