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박지민(21)과 박진영(46), 각자 그리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달라 수없이 충돌했다. 끝내 교집합을 찾았고, 절충안 '지민X제이미(jiminxjamie)'가 탄생했다.
박지민은 4일 두 번째 솔로앨범 '지민X제이미'를 발매했다. 지난 2016년 8월 첫 솔로 앨범 '19에서 20' 이후 2년 만에 컴백이다. 긴 시간의 공백 동안 박지민은 펜타곤 키노, 세븐틴 버논, 유니크 승연, 네이슨 등 함께 음악 하는 크루 몰라(M.O.L.A) 친구들과 종종 정식 음반 아닌, 디지털 음원만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며 노래했다.
공백이 길어진 이유를 묻자 박지민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곡이 없었다"고 답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모두'는 본인, 소속사, 대중을 말한다. 박지민은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2년 동안 수많은 곡들을 들려줬다. 돌아오는 답은 '아쉽다. 타이틀로는 부족하다'는 피드백뿐이었다"며 "때문에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틀어박혀 음악을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박지민과 박진영은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1'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만나, 소속사 가수와 대표이자, 선후배로 이어진 인연이다. 숱한 평가와 디렉팅이 오고갈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
박지민이 하고팠던 음악은 "팝(POP)적이고, 알앤비(R&B) 요소 가득한 딥(Deep)한 느낌"으로 대중성은 조금 내려놓고 싶었다고. 반면, 프로듀서이자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은 "대중이 따라 부르기 좋으며, 히트곡으로 꼽힐만한 곡"을 원했다.
박진영은 까다로운 프로듀서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다. 박지민은 그런 박진영에게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들어보는 혹평이라 받아들이는 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 건 사실이다. 지나고 보니 나에게 정말 필요한 자양분이 됐다. 달콤한 칭찬을 들으면 모든 걸 놓아버리고 해이해지는 성격인 내가 긴장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러신 것"이라며 "당시에는 속상했으나 상처로 남은 말은 없다. 무엇보다 덕분에 이렇게 알맞은 곡 '만우절(April Fools (0401)'가 탄생했기 때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결국 박지민이 해냈다. 그는 '지민X제이미'에 수록할 곡들을 박진영에게 들려줬고, 이를 들은 박진영은 곧장 '타이틀 나왔다'고 연락했다. 박지민은 "바로 전화 주셔서 '수고했다. 바로 발매 준비 시작하자'고 했다. '난 음악을 만드는 소질이 없나?'라는 아픈 생각이 들 때쯤 들은 희소식이었다"며 "역시 박진영 프로듀서답게 이후부터 모든 것을 퍼주더라. 음 하나하나, 가사의 발음, 공기반 소리반, 스타일링 등 디테일한 프로듀싱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박지민의 제안과 박진영의 혹평이 오고 간 인고의 시간 끝 탄생한 앨범 '지민X제이미'는 이름부터 상황과 걸맞다. 박지민은 "'지민(jimin)'과 '제이미(jamie)'가 합쳐인 이름이다. 그간 대중에게 사랑받은 지민과 앞으로 내가 펼쳐 나아갈 제이미라는 이름"이라며 "5트랙 중 3트랙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하며 음악적 깊은 고민과 성장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타이틀곡 '만우절(April Fools (0401)'을 들어보면 달라진 박지민의 출사표를 엿볼 수 있다. 낭랑한 고음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이전 '박지민스러운' 보컬은 온데간데없다. 허스키한 저음으로 읊조리듯 부르며 치명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사의 내용도 마찬가지, '진심 없는 이성의 말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당찬 여성상을 나타낸다. 뮤직비디오도 19금 판정을 받을 만큼 도발적이다. 스타일링 역시 소녀티를 벗어던졌다.
박지민의 절친한 동료이자, 'K팝스타' 시절부터 함께 노래한 가수 백아연은 "지민아. 네가 묻어 나오기만 하던 느낌을 드디어 노래하는구나"라고 했단다. 없는 끼를 만들어 어설픈 디바 흉내를 낸 것이 아니다. 되짚어보면 이전부터 '어른 감성' 충만했던 박지민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K팝스타'서 영국 가수 아델의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을 불렀고, 수펄스를 결성해 필두에서 뮤지컬곡 '페임(Fame)'을 소화했다. 앞으로는 제 감성으로 감춰온 발톱을 드러내 활개 칠 일만 남았다.
"음원 1위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시작하는 첫 앨범이기 때문에 '지민이가 이런 음악도 하는구나'라는 소리 듣는 걸로 만족해요.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음악으로, '박지민다운' 활동할 거라는 걸 알아주세요."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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