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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첫 AG에서 金1·銀1…미래 위한 구상 필요[아시안게임 결산]
작성 : 2018년 09월 02일(일) 16:01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이 말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현실이 됐다. 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며, 아시아 최고의 게이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뤘다.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당당히 출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PES), 펜타스톰, 클래시로얄 등 6개 세부 종목 가운데,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본선에 진출했으며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라는 성과를 거뒀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나라이지만, 한국이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여야 한다. KeSPA는 지난 2015년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가 됐지만, 2017년 자격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대한체육회가 가맹 요건을 완화하면서 한국 게이머들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스타크래프트2에 출전한 '마루' 조성주다.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조성주는 이후 동아시아 예선에서 5전 전승, 본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며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페이커' 이상혁, '스코어' 고동빈, '피넛' 한왕호, '기인' 김기인, '룰러' 박재형, '코어장전' 조용인으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은 동아시아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본선에서도 준결승전까지 8전 전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정작 결승전에서는 '우지'를 앞세운 중국에게 1-3으로 패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상대로 두 번 싸워 모두 이겼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기쁨 반, 아쉬움 반'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났지만, 앞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e스포츠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시범종목이 아닌 정식종목으로 진행된다. 또한 2024 파리 올림픽 종목에도 e스포츠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과 같은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 세계 젊은 층들의 관심을 끄는 e스포츠는 매력적인 '흥행카드'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규모에서는 웬만한 스포츠 종목 못지않게 성장했지만, 게임 산업 자체가 태생적으로 게임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게임회사의 허락 없이는 대회 하나 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공공성'의 문제다.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시대에 따라 인기 있는 게임이 다르고, 계속해서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게임을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흐름은 e스포츠도 이제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e스포츠 시범종목 채택을 주도했고, 자국에서 열리는 차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 채택을 이끌었다. 대회 성적과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수식어에만 만족하고 있어서는 향후 e스포츠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e스포츠 종주국'이 되기 위한 구상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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