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밝음과 슬픔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웃다가 우는 사람도 있잖아요. 웃음과 울음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너무 밝은 사람이 굉장히 우울해요. 웃고 있지만 속이 문드러지죠. '밝으니까 스트레스 없겠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힘든 사람일 수 있어요. 결혼도 그래요. 행복한 순간인데 굉장히 슬픈 날이기도 하잖아요. 이중성을 갖고 있는 거죠."
'황이모'로 대변되는 절정의 밝음으로 대중에 어필했던 가수 황인선은 뜻밖에 슬픔의 의미를 역설하며 사람의 속을 파고들었다. 유쾌한 긍정 에너지 뒤에 가려져 있던 황인선의 진짜 얼굴이었다.
그는 '행복하지만 슬픈' 이 같은 모순적인 역설을 디지털 싱글 '더 발라드 파트 2.(The Ballade part 2.) ? 시집가는 날'에 담았다. '시집가는 날'은 HUX(조창환) 프로듀서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곡이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외동이었던 딸은 인큐베이터에서 간신히 살아나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지나칠 만큼 큰 사랑에 오히려 관계가 틀어졌다고. 더하여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딸의 꿈을 아버지가 반대하면서 둘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결혼을 하게 됐으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딸은 큰아빠 팔짱을 끼고 신부입장을 했고 딸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아버지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황인선은 '시집가는 날' 속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는 "스토리에 중심이 있다. 아무래도 실제 내용이다 보니까"라며 "영화도 실화를 기초로 하면 감정이 더 이입되지 않나. 사연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항상 노래를 택할 때 멜로디를 먼저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멜로디는 안 듣고 가사랑 제목만 듣고 '이거 하자' 했어요. 그런 경우는 또 처음이에요. 가사에 울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멜로디는 평탄하고 차분해도 괜찮았어요. 멜로디가 또 너무 세면 신파극이 될 수 있어서. 노래 자체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들으면 계속 생각나실 거예요. 왜냐면 사비랑 A파트, B파트가 똑같거든요.(웃음) 듣는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간 복고, EDM, 트로트, 트로피컬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던 황인선은 지난 4월 낸 '더 발라드 파트 1. - 죽은 시계'에 이어 '시집가는 날'까지 2연속 발라드를 택했다. 가수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황이모'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세다. '프로듀스 101' 이후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남아있다. 사람들이 원하니까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얘 개그맨이야?' 이런 분들도 있다. 가수로서 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이미지로 놓치는 부분도 있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많이 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지만 꾸준히 해왔는데 아직도 '프로듀스 101'에 멈춰 있는 느낌이에요. 저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래를 너무 못 알아주시니까. 이 노래도 '황이모' 황인선이 내는 게 아니라 노래가 나오고 '이 노래를 황이모가 불렀대? 얘 감성 발라드도 잘하네'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보컬리스트로서 1년을 보낼 생각이거든요. 12월에 '더 발라드 파트 3.'를 낼 거예요. 이번 곡이 지난 곡 '죽은 시계'와 다음 곡을 결혼시켜주는 중요한 곡이에요."
가수로서 무던히도 달렸지만 황인선은 사실 명확한 범대중의 답을 얻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현재 황인선을 깊게 지배하고 있는 고민이다. "이게 잘 돼야 다음도 있으니까"라고 운을 뗀 그는 "보통 수학 공식은 열심히 외우면 성적이 나오지 않나. 근데 이쪽 계통은 특히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전 서바이벌을 좋아한다. 한 만큼 대가가 나오니까. '프로듀스'도 평가라는 기준을 가지고 계속해서 트라이하는 거지 않나"라며 "열심히 하는 거면 할 수 있는데 운도 따라야 되고 작용하는 부분이 많아서 계속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건지. 길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황인선은 대학시절 전공이었던 무용의 예시를 들었다. 그는 "무용을 잘하지 못했다. 우리 학교도 실기로는 유명하지 않았다. 근데 내가 최초로 콩쿠르 한 번 해보자 했다. 12시간씩 연습했다. 애들 미팅할 때 저는 4년을 투자했다. 매년 떨어지다가 4년째에 붙더라. 성균관대 최초 콩쿠르였다. '안 되는 건 없다' 그때 좀 많이 느꼈다. 쉽게 얻은 건 그만큼 감동이 없다. 어렵게 얻은 게 값지다. 지금 생각해도 '진짜 행복했지' 생각이 든다. '차트 안에 들었으면 좋겠어' '1등 했으면 좋겠어' 그게 실제로 일어났을 때 굉장히 뜻깊지 않나. 저는 한 번 이룬 사람은 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신을 전했다.
"콩쿠르 때처럼 앨범을 꾸준히 내면서 제 목소리를 호소하고 있는데 들어줄 대중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중예술이라서 더 힘든 것 같아요. 콩쿠르는 '얘 또 나왔네' 성실성을 부과할 거 아니에요. 대중예술은 대중성이 중요하니까 듣는 귀들이 많기 때문에 어렵죠."
황인선은 음원차트 1위를 꿈꿨다. '황인선'이 아니라 '황인선의 노래 하나'가 목표라고. "가수는 노래 하나로 먹고 살지 않나. 노래 하나가 떴으면 좋겠다. 하나가 뜨면 다른 음악들도 듣게 되지 않나.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좋은 노래가 떴거든요. 요즘은 음원차트에 있으면 좋은 노래인 거예요. 세뇌가 되는 거죠. 저 스스로는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고 내놓는데 음원차트에 없으면 안 좋은 노래가 되니까 굉장히 안타깝죠. 좋은 노래라고 받았을 거잖아요. 작곡가님의 노고도 있을 거고. 그래서 이 좋은 노래를 음원차트에 넣고 싶은 거예요. 그래야 좋은 노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 황인선은 곡의 타깃층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집가는 날'도 '시집'으로 타깃을 정확히 했다"며 "직접 경험이 없어도 다들 하객으로 결혼식에 가본 경험이 있지 않나. 우는 신부 보면 '나도 저럴 것 같은데' 슬프기도 하고. 고생해주신 부모님한테 인사하면 부모님들이 눈물을 머금기도 하고. '우리 엄마는 어떨까' 그런 게 감정이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선은 '시집가는 날'로 실제 결혼식장에도 찾아갈 예정이다. "'시집가는 날로 축가 이벤트를 하려고 해요. 노래랑 비슷한 사연이 있거나 다른 사연이더라도 받아서 무료로 축가를 부르려고요. 마룬 파이브(Maroon 5)도 뮤비 보면 실제 결혼식장에 가서 축가를 불렀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실제 경험담을 받아서 할 거니까 많은 신청 부탁드려요."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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