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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비관적이고 냉정했던 나, '김비서' 만나고 달라졌죠" [인터뷰]
작성 : 2018년 08월 01일(수) 01:29

박서준 /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자배우 기근 속에 박서준의 입지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큰 키에 훈훈한 외모, 연기력까지 갖춘 데다 작품 성적도 대체로 좋았기 때문이다. 이에 '로코킹'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우려의 시선도 뒤따랐다. '박서준=로코'라는 공식이 식상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연출 박준화)'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반응은 엇갈렸다. '믿고 보는 박서준 로코'에 대한 기대감과 '전작과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의 반응의 뒤섞였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싱크로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박서준은 연기로 우려를 불식시켰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8위에 올랐다.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에요. 성적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고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커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회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원작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영준 캐릭터에 너무 끌렸어요. 언제 이런 걸 해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해석한 영준이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솔직히 말하면 영화 '사자' 촬영 전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빠르게 출연이 결정되고 급하게 들어갔는데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나르시시즘을 가진 재벌 2세 이영준 캐릭터는 배우라면 욕심이 날만한 독특한 캐릭터임이 분명했지만, 이미 시각적으로 표현된 웹툰이 있는 작품이기에 싱크로율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터. 하지만 박서준은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도전이긴 했는데 어차피 현실에 그림체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거든요. 눈이 그렇게 크고, 어깨가 그렇게 넓은 사람이 어딨어요? 실사화했을 때 인물 관계에서 채울 수 있는 호흡을 잘 표현해야겠다 싶었어요. 인물 설정이 어떻든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는 인간이라면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걸 잘 살리면 캐릭터의 과한 설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가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박서준이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아예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타고난 외적인 모습은 그가 어찌할 바 없었기에 의상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그다.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은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얼굴이 똑같이 생기지 않았으니까 최대한 접점을 찾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의상 같은 경우는 제가 워낙 관심이 많기도 해서 95% 이상 제작해서 입었거든요. 그런 부분도 캐릭터를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어요. 6월 넘어가서 더워지면 이 옷을 선택한 저 자신이 싫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옷 입고 전투신을 찍는 느낌으로 마지막까지 했어요. 스리피스 정장을 입고 넥타이에 핀까지 완벽히 입는 게 이영준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고수하려고 한 거죠."

박서준 /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박서준의 노력을 시청자도 알아본 듯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박서준은 눈으로 보이는 성적보다는 작품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사람들은 결과와 지표로 판단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한 작품 중에 시청률이 갑자기 확 뚫고 나갔다 싶은 건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작품들은 사건 위주의 작품들이 많고 사건이 생기면 시청률이 반등하고요. 그런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최대한 메워가며 잘 쌓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고요.

박서준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하며 얻은 건 성적과 호평뿐만이 아니었다. 자존감이 높다 못해 나르시시즘까지 가진 이영준을 연기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까지 높아졌다고. 평소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성격이었던 박서준은 이영준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짐을 했다.

"전 제가 한 결과물에 대해 덤덤히 생각하려고 하고 최소한의 아쉬움만 남기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늘 저 자신한테 비관적이고 냉정했어요. 그런데 이영준이라는 캐릭터는 그럼에도 자신을 너무 사랑하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자신을 칭찬하고 아껴주는 게 부족했던 것 같아요. '나를 혹사시키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사실 아직도 칭찬 들으면 어색하거든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너무 병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했다는 박서준에게 좌우명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예전에는 딱 문장을 정해야 할 것 같아서 인터뷰에서 항상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했어요.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좌우명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딱히 좌우명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말에 갇혀있고 싶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는 늘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어야 돼' '늘 경솔하지 않고 예의 바른 사람이어야 돼'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행동에 제약이 걸리더라고요.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편한 사이에서까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좌우명을 정하지 않으려고요."

박서준 /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30대 대표 남자배우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박서준. 점점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박서준은 그저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끈기'를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그는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전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아직도 가끔 그런 순간이 있어요.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상황,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감정 신을 찍을 때 현장에서 늘 보던 사람들이 있으면 괜찮거든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저를 지켜보면 보지 않아도 몸으로 느껴지잖아요. 그 순간 감정이 확 깨지고 잡히지 않을 때가 있어요. 스태프들이 배려해주지만 그 부분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고 책임감이 있거든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8%까지는 가자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게 여태까지의 저를 만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서준의 꿈은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 그러한 배우가 되기 위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있는 그가 이영준 이후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확고한 신념을 두고 작품을 선택해온 그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꿈을 꾸고 있었다.

"저는 늘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캐릭터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하지 못하면 표현하는 데 확신을 못 가질 것 같아서 제가 살아온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이나 5년 안쪽의 가까운 미래 속의 역할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렇게 선택해왔고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나중에 내공이 생기면 40대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마블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남자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한국식 히어로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접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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