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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소설 파도야 파도야' 노행하, 악녀의 이유 있는 항변 [인터뷰]
작성 : 2018년 07월 31일(화) 22:59

노행하가 '파도야 파도야' 황미진 역할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황미진의 죄라면, 그저 오정훈을 사랑한 죄뿐입니다."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노행하(28)가 자신의 역할 황미진을 위해 격렬히 항변했다. 무작정 미워말고, 이유 한 번 들어달란다.

배우 노행하는 KBS2 일일드라마 'TV소설 파도야 파도야'(극본 이현재·연출 이덕건)에서 안하무인 부잣집 외동딸 황미진 역을 맡아 극성맞은 악역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황미진은 대국건설 황창식 사장(선우재덕)과 천금금(성현아)의 딸로, 부족함 없이 자란 자기중심적 성격의 인물. 거짓 임신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남편 오정훈(장재호)을 쟁취하기 위해 옛 연인 엄순영(서하)를 못살게 군다.

노행하는 "진짜 나쁜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황미진을 '그냥 악녀'가 아닌, 환경이 만들어 낸 '이유 있는 약녀'라고 정의했다. 그는 "처음 시놉시스를 읽고서 1차원적으로 판단했다. 단편적으로 역할을 바라보고서 나조차 '황미진은 정말 나쁜 애'라며 틀에 가뒀다. 근데 황미진을 연기할수록 빠져들었다. 지낼수록 알겠더라. 황미진의 아량을 좁게 만든 건 주변 환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목소리 높여 황미진의 서사를 설명했다. 노행하는 "부잣집 외동딸로, 떼쓰며 원하면 뭐든 들어주는 부모 밑에서 평생을 자란 인물이 황미진이다. 안하무인 행동은 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렇게 자라난 아이가 사랑을 찾았다. 오정훈을 만나 쟁취하고픈 욕심을 느꼈으나,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대로 안 되는 존재에 애달파한다. 얼마나 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그 남자가 옛 연인 엄순영(서하)을 몰래 만나고, 황미진에게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인 2세까지 가졌다. 오정훈 입장에서야 부성애에 끌려간 것일 테지만, 온전히 황미진 편에서 본다면 그저 헛물켜고 다니는 남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화낼만한 이유와 상황이 주어졌다. 남을 배려하고 선심 쓸 만한 조건이 단 하나도 없는 가엾은 인물이 황미진"이라고 토로했다.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노행하가 악역 연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노행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브라운관 속 악녀 황미진이 튀어나와 열변을 토하는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배우가 제 역할에 온전히 스며든 반증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는 절친한 동료 서하가 엄순영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행하는 "항상 지고지순한 태도를 유지하던 엄순영이 황미진의 도발에 꿈틀 해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맞서는 장면이 있다"며 "엄순영의 뻔뻔한 눈을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해 악에 받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얼굴에 물을 뿌리고,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또 한 번은 남편이 엄순영의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장면이다. 대본을 읽고서부터 손이 떨렸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고통스럽더라"고 설명했다.

노행하 그리고 황미진 입장에서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속 '나쁜 사람'은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이번 기회에 '마냥 악한 역할'은 없다는 걸 배웠단다. 그는 "오정훈 역시 연좌제라는 시대착오적 제도에 가로막혀 꿈을 빼앗길 뻔한 인물이다. 엄순영은 그저 모성애로 살아가는 안쓰러운 여인"이라며 "그저 황미진 입장에서 볼 때 얄미운 이들이지, 저마다의 서사를 훑으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우리 작품을 연기하는 게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역할을 입체적,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법을 배운 셈"이라고 답했다.

황미진 덕분에 깨우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노행하는 "거친 성격의 역할이 처음이다 보니, 마냥 내질러야 잘하는 건 줄 알았다. 이덕건 PD의 '리듬을 유지하라'는 조언 이후부터는 호흡 유지에도 공을 들였다"며 "후반부 감정이 폭발해 악을 써야 하는 데 시작부터 지쳐버리면 장면 전체에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파도야파도야' 노행하가 서하의 연기를 보고 실제로 분노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노행하는 절박함을 되뇌일 기회도 얻었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진행된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촬영 강행군. 노행하는 황미진을 연민하고, 극성맞은 감정에 휩싸여 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어느 순간 초반보다 지쳐있는 나를 봤다. 열 번 대본을 읽고 완벽히 외우던 내가 아홉 번만 읽고 쪽잠을 잤다. 슛이 떨어지고, 형편 없는 모습이 단번에 티가 나더라"고 털어놨다.

이에 노행하는 황미진을 떠올렸다. 그는 "황미진의 장점 중 하나는 일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의상실에 대한 욕심이 많고, 하고픈 일을 위해 매진한다. '황미진이었다면, 자신의 일을 그렇게 미숙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노행하는 스스로가 부족하다 싶으면 '너 미쳤니?'라고 질책했고, 대사를 외운 뒤 한번 더 '자신 있어? 완벽하게 외워'라고 묻는 습관이 생겼다. 마치 극중 황미진이 누군가를 앙칼지게 몰아붙이듯 말이다.

노행하는 스스로의 자리를 "작품을 찾아 헤매야 하는 자리, 공백이 생기면 불안하고 초조하게 쉬고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표현했다. 늘 이렇게 연기하고 살아왔단다. 중간에 한번 작은 '파도'를 만나 해이해질 뻔했으나, 황미진식 야무진 경고로 바짝 정신 차린 셈이다. 쉴 틈이 생겨 공허해지는 기분이 다시 찾아올까 두려워 두발 벗고 뛰어대던 때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 계기였다는 설명이다.

"또 있어요. 황미진이 저에게 준 선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줬죠. 솔직히 말하면 예쁘고 참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것에 관심 있던 저였어요. 자신 있는 연기를 물어도 로맨스를 꼽았죠. 반대로 악역 황미진처럼 극성 투성이 인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것일 수도요. 이번 기회에 '아, 나도 이게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황미진을 떠나갈 시간이 다가와 아쉬우면서도 매일매일이 감사한 요즘입니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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