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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김비서' 미스 캐스팅→호평, 이불 속에서 몰래 울었어요" [인터뷰]
작성 : 2018년 07월 31일(화) 22:31

박민영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유미로 혜성처럼 등장한 박민영은 눈에 띄는 마스크와 통통 튀는 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단숨에 주연배우가 돼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입지를 넓혀간 박민영은 안정적인 연기로 매 작품을 무탈하게 마쳤지만, 첫 등장이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그 이후 한 방이 없다는 조금의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연출 박준화)'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대중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원작 소설과 웹툰이 워낙 인기 있었던 작품이기에 캐스팅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첫 방송 후 박민영이 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그는 외적인 모습부터 말투까지, 원작 팬들이 상상했던 김미소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회가 거듭되면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이어질 만큼 박민영은 완벽하게 김미소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냈다.

"김미소는 제가 너무 좋아했던 캐릭터였어요. 작품 찍으면서 이렇게까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처음이었거든요. 보통 연기할 때 캐릭터의 행동이나 말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의문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 게 제 의무잖아요. 그런데 김미소는 '그래. 이래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여서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찍는 동안 행복했고, 좋았고, 아직도 촬영장이 그리워요. 촬영장 분위기도 되게 좋았거든요. 배우들이 소리 지르고 뛰놀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촬영장이었어요. 마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걸 엄마들이 지켜보는 느낌이었죠. 다들 또 만나고 싶어요."

그저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촬영에 임했던 박민영은 작품 속에 강렬한 캐릭터가 워낙 많이 등장했기에 김미소가 이토록 열렬한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자신이 돋보이려는 욕심 없이 작품 전체를 보며 준비했기에 결과는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속 제 캐릭터가 가장 무난했잖아요. 김미소는 장소별, 상황별 연결고리 같은 느낌, 배경색 같은 느낌이었죠. 대사마저도 정보 전달이 주를 이뤘고요. 하지만 실제 우리들 모습이 미소에 제일 가깝잖아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제가 제일 안 튀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사랑을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요. 감독님도 '미소가 가장 중심을 잘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톤도 평범하게 잡았는데 방송 후 감독님께서 '잘 깔아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초반에 튀지 않으려고 연기한 게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민영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박민영의 첫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고 즐겨보던 박민영은 '재밌는 로코'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고, 드디어 데뷔 12년 만에 드디어 그러한 작품을 만나게 됐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로코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 선생님도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로코라고 하셨고요. 그동안 기회가 어긋나기도 했지만, 재밌는 로코를 하고 싶어서 그런 작품을 기다리느라 못 했어요. 이번에 해보니까 잘 맞는 것 같고, 처음인데 생각보다 무난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김미소라는 캐릭터에 최대한 싱크로율을 높이되 오바하지 말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는데 그래서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또 작품 속 주변 인물들이 미소를 좋아해줘서 미소가 더 매력 있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미소라는 캐릭터는 정말 괜찮은 인물인 것 같아요. '워너비' 같은 느낌도 들고요. 어떠한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매력 있어요."

싱크로율을 위해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했다. 완벽한 오피스룩 핏과 자기관리에 철저한 캐릭터를 위해 무려 4kg이나 감량한 것이다. 운동도 잘 안 하고 먹는 것도 거부하지 못했던 그였지만 작품을 위해 운동을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단다.

"웹툰을 보니 미소는 '내일 드레스 입어야 한다'며 껍데기도 안 먹을 정도로 관리를 철저하게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유산소 운동을 계속 했어요. 안 먹으면서 갑자기 뺀 것과 운동으로 뺀 건 얼굴부터 체형까지 다르잖아요. 원래는 제가 게을러서 2주 정도 안 먹고 빼는 다이어트를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네 달을 잡아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촬영하면서 체력의 한계가 안 느껴지더라고요. 원래 작품 전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30대 여성은 운동을 해야 하는구나'라면서 헬스장 등록을 했는데 캐스팅되고 매일 PT 받으러 갔어요. 오늘도 하고 왔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박민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김미소 그 자체가 됐고, 그가 선보인 오피스룩은 연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작에서도 스타일링으로 수차례 화제를 모았던 박민영은 작품을 할 때 의상에도 관여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돼 스타일링이 완성됐다.

"스타일리스트 입장에서는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유행할 것 같은 아이템을 많이 하려고 하고요. 그런데 저는 외적으로도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여야 시청자분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중반까지는 웹툰과 똑같이 가보자는 마음에 의상을 제작해서 입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해야 핏이 나오거든요. 구두도 기본 스틸레토로 주문하고 메이크업도 트렌드와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원작과 똑같이 했고요. 헤어도 '탈모 생겨도 내가 두피 케어 받을 테니까 풍성하게 해 달라'고 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했는데 그런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박민영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박민영이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의 결과는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박민영은 쏟아지는 호평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자 했다. "연기하는 사람은 호평이나 혹평에 일희일비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질타받는다고 해서 주눅 들면 안 된다는 것도 이번에 느꼈어요. 처음에 제가 캐스팅됐을 때 반응 안 좋았던 거 알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거부감이 크실 테지만 잘 해결해서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 걸 최종 목표로 삼았어요. 그리고 배우로서 목표 의식도 생기는 것 같았고,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어요. 이번 작품 하면서 잠을 거의 못 잤는데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연기하는 즐거움이 정말 컸어요. 스태프들도 '네가 너무 신난 것 같아서 보는 사람도 즐거워'라고 하시더라고요."

담담하게 말했지만 사실 박민영은 첫 방송 후 호평이 쏟아지자 눈물까지 났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에 혼자 모니터를 했다는 박민영은 "첫 방송 후 반응 보고 혼자 이불 속에서 엄청 웃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호평을 들은 적이 없다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더라. 노력을 알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다"며 "그 다음 든 생각은 '이 드라마 시작은 잘 한 것 같으니 마무리도 잘해야겠다'였다.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나는 드라마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끝나고 즐기자는 마음이었는데 열애설이 터져버렸다. 즐길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데뷔 초에 악플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때는 소름 끼치게 무서웠거든요. 지금도 아프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이 많이 해결해준 것 같아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리고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보내주시는 호평과 진심으로 위해주시는 분들의 말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됐어요. 상처가 있어야 약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박민영은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만큼 감사와 행복을 좀 더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난 뒤 차기작으로 다시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차기작 계획을 묻자 박민영은 설렘 가득한 눈망울로 또 다른 도전 의지를 불태우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번에 로코를 해봤더니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미디가 가미된 작품은 확실히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웃긴 장르를 맛보기로 해봤으니까 좀 더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같은 연기를 반복하면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걸 해보고 싶기도 해요. 저 아직 안 해본 게 많거든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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