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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황보라 "코믹 연기, 살아남으려고 시작했어요" [인터뷰]
작성 : 2018년 07월 31일(화) 19:08

황보라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어느 순간 브라운관에서 황보라의 모습은 뜸해졌다. 그러던 그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돌아왔고,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연출 박준화)'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황보라가 분한 봉세라는 과한 자기애로 똘똘 뭉쳐있지만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황보라는 늘 밝고 당당한 봉세라를 자신만의 색으로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특히 그는 다소 과한 설정도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 작품 속 톡톡 튀는 수많은 캐릭터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만난 황보라의 모습에서도 봉세라의 유쾌한 모습이 꽤나 많이 묻어 나왔다. 연기를 하며 캐릭터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황보라의 실제 모습이 봉세라에 투영된 것 같았다. 실제로 황보라는 봉세라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단다.

"봉세라 같은 경우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서 감독님과 만들어갔어요. 아무래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 웹툰이 있다 보니 캐릭터들이 좀 과한 부분이 있거든요. 이영준(박서준)도 나르시시즘이 있고 오버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봉세라는 '여자 이영준' 느낌으로 가려고 '자뻑 봉세라'로 캐릭터를 잡았어요. 봉세라는 모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허당이에요. 표정은 과하지만 말은 편하게 일상어로 가야 시청자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캐릭터를 잡는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함께한 황보라는 촬영을 하면서도 많은 애드리브를 쏟아내며 자신만의 봉세라를 만들어갔고, 박준화 감독은 배우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함께 캐릭터를,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 갔다.

"봉세라가 너무 과해 보일까 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재촬영한 것도 있고요. 특히 이번 작품은 제가 주도해서 가는 분위기였잖아요. 제가 오버하면 옆에서도 오버하게 되더라고요. 한 끗 차이인데 시트콤화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너무 과한 부분은 재촬영하며 감독님과 수위를 조절했어요. 후반부에는 방송 4~5일 전에 대본이 나와서 거의 생방송으로 찍었거든요. 그래도 발란스를 위해 재촬영해가며 밤새 찍었어요."

황보라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 '황보라'를 떠올리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단번에 생각날 정도로 그는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만들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은 그에게 코믹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지 물었다.

"'돌파구를 찾자'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자'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30대 중반이 되니까 어떻게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코믹한 캐릭터가 별로 없는 거예요. 청순가련, 비련의 여주인공, 억척 아줌마 등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정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망가짐을 불사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저는 몰랐는데 전 회사 대표님이 제가 예전에는 망가지는 걸 안 좋아했대요. 그러고 보니 당시에 작품이 되게 안 들어왔던 것 같고, 공백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코믹 연기만 하는 배우'라는 틀에 갇힐까 봐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김선아 선배님이 '내 이름은 김삼순' 후에 '품위있는 그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신 것처럼 저도 언젠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공백기에 대해 유쾌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시간 동안 황보라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황보라는 그저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가만히 기다리는 배우는 아니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가 내린 답은 '몸으로 쓰는 거라도 잘하자'였다. 그렇게 황보라는 연습을 거듭했고 이러한 노력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저는 슬럼프를 겪더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사람마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사실 이 작품은 제가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찍고 있을 때 들어왔어요. 그리고 드라마 '배가본드' 촬영이랑 겹쳐서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배가본드' 촬영이 밀리면서 할 수 있게 됐고, 힘을 빼고 현장에서 놀다 보니 행복한 일이 일어났어요. 저마다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일이 없을 때도 저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놀았어요. 저는 하루하루를 즐기는 편이에요. 즐겁게 살려고 일하고, 놀기 위해 일하거든요.(웃음)"

황보라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호평을 즐길 틈도 없이 그는 벌써 차기작 '배가본드' 촬영에 돌입했다. 포상휴가도 반납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황보라는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차기작에서는 제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사투리를 쓰게 됐어요. 작가님과 밥 먹다 엄마랑 통화하는데 제 고향이 부산이라 사투리를 썼거든요. 다음날 보니 대본이 사투리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사실 제가 평소에 하이톤이 아니고 저음이라 연기할 때 에너지를 끌어쓰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제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보여줄 연기 변신이 벌써 기대됐지만 '놀기 위해 일한다'던 황보라에게는 정작 놀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황보라는 손사래를 치며 "틈틈이 논다. 그냥 놀기만 하면 재미없고 일한 뒤에 노는 게 재밌고 뿌듯하다. 그러면 얼마나 재밌게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논다는 게 별거는 아니고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얘기하는 거예요. 강아지랑 산책을 하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너무 놀면 연기도 주는 것 같아요. 꾸준히 해야 반복된 학습으로 인해 늘더라고요. 그리고 연기는 제 직업이기도 하고 저는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하거든요. 발전을 위해 꾸준히 하고 싶어요."

마냥 즐기는 것 같았지만 연기를 대하는 황보라는 태도는 진지하고 깊었다. 쉬면 무기력하고 연기할 때 가장 좋다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활짝 웃으며 내뱉는 황보라의 유쾌한 답변에서는 강한 열정이 묻어나왔다.

"혹시라도 지금 이 캐릭터에 갇힐까 봐 걱정되긴 해요. 하지만 설렁탕의 소금, 설탕, 생강, 마늘 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별의별 조미료는 다 해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러한 호평도 사실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전 배우를 평생 할 거거든요. 감사하지만 붕 뜨고 이런 건 없어요. 평생 악착같이 연기하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쓰이고 싶어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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