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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김지운 감독 "체게바라 좋아해…내가 도전하는 이유" [인터뷰]
작성 : 2018년 07월 31일(화) 13:21

김지운 감독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어려운 미션을 스스로에게 준다는 건 에너지를 끌어내는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 · 제작 루이스픽쳐스) 김지운 감독을 만났다. 25일 개봉한 '인랑'은 1994년 나온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기 만화 '견랑전설'이 원작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실사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2000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개봉된 바 있다.

애당초 원작은 1950년대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뒤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김지운 감독은 한국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배경을 통일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2029년의 한국으로 옮겨놨다. 영화의 색깔도 기존의 무채색에서 좀 더 다양한 색깔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인랑' 팬이 상당수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깐깐한 평가가 부담으로 다가올 터. 그럼에도 그가 '인랑'을 실사화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를 묻자 '누아르', '만주 웨스턴', '공포'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김지운 감독다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애초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SF 누아르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원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실사화하고 싶었다. 미국에 판이 팔려서 뜻을 못 이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인랑'을 20여 년 전 본 이후로 다시 한번 구해서 봤다. '로보캅'이나 '베트맨' 시리즈, '아이언맨'에서처럼 강화복을 입은 캐릭터가 나오면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에서부터 시작을 했다"고 회상했다.



'인랑'은 인간성을 박탈시키려는 조직 안에서 힘겨워하는 임중경(강동원)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묻는다. 그런데 '인랑'에서 이윤희(한효주)와 임중경(강동원)의 러브라인이 부각돼 상대적으로 주제가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는 팬들도 많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시스템과 개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집단이나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개인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서브플롯으로 삼았던 로맨스나 멜로가 많이 부각이 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말하자면 멜로는 주제를 말하기 위한 운송 수단이었다. 그런데 운송 수단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다. 멜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생각하기에 거대한 담론으로 시작했다가 개인의 멜로적인 감정으로 끝나버리니까 관객의 기대하는 것과는 약간의 오차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왜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 감독은 "요즘은 개인의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진보와 보수가 나눠지고 여혐, 남혐이 자리하고 점점 집단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처럼 돼버린 세상이 아닌가 싶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개인 SNS를 하면서 개성 있게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특정 소비 패턴의 계층에 들어가려고 하는 내면의 욕구가 발로 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마 이 인물을,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작용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인랑' 강동원 스틸 /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김지운 감독은 데뷔 이후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에서는 코미디와 공포를 혼합했고 '달콤한 인생'(2005년)으로 누아르 물에 손을 뻗더니 2008년에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통해 70년대 이후 제작되지 않았던 '만주 웨스턴' 장르에 도전했다. 2016년에는 스파이 누아르물 '밀정'으로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대 관객인 750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인랑'을 통해서는 SF까지 발을 뻗었다. 그는 왜 이렇게 쉽지 않은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김지운 감독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체 게바라다. 체 게바라가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지 않았나. 중앙은행장까지 했던 사람이 자리를 걷어차고 정글로 뛰어들어가지 않나. 거기에서 그 사람 삶이 감명 깊었다. 안주하지 않는 거, 내가 잘하는 걸 되풀이하지 않는 거. 어디에 멈춰있지 않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미션을 주면서 막 해결해야 하는 것 말이다"고 털어놨다.

"지치지 않냐"는 말에 그는 "내 생각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고 에너지가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내게 어려운 미션을 자신에게 주는 건 에너지를 발동시키는 좋은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랑'을 영화할 때 '놈놈놈' 생각이 많이 났다. '놈놈놈' 때 한국 영화인데 서부극 영화처럼 만들어보자는 무모한 도전을 했는데 그때처럼 해보자는 것이 강했다. 그런데 '놈놈놈' 같은 영화는 다시 못 만들 것 같다. 그때는 모든 전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서부극에 대한 로망과 광기들이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표준계약도 있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시스템인거다. 무모한 게 미덕이 되는 세상이 아니니까. 이제는"이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이제 그간 했던 무수한 시도를 완성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앞으로 10년 더 영화를 할 수 있다면 20년 동안 새로운 것을 시도했으니 남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했던 것들을 완성짓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누아르, 호러가 될 수도 있고. SF나 서부극이 될 수도 있겠죠."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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