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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앨범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을 때 은퇴, 아름답게 남길" [인터뷰]
작성 : 2018년 07월 02일(월) 07:32

자우림 /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빈 기자] 밴드 자우림은 줄곧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복을 추구하고, 극심한 자기 비하에 빠지기도 하고, 감정의 변주가 절정을 향했다가 곤두박질 치기도 하는 등 인간이 가진 다양한 '폭'을 담아냈던 자우림이다.

5년 만에 내놓은 자우림의 열 번째 정규앨범 '자우림'을 관통하는 음악 테마 역시 사람이다. '자우림'에는 자우림이 생각하는 세상과 그들이 바라본 이야기가 녹아 있다. 결국 이는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돼 '음악적 공감'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자우림의 노래를 듣는 이라면 밝음과 어두움,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의 폭을 경험하게 된다.

자우림은 팀명을 앨범명으로 쓴 만큼 수록곡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과 자부심을 보였다. 지난해 말 선공개된 'XOXO'와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를 비롯해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해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등 자우림 그 자체이자 이들이 해온 음악을 집대성했다.

김윤아는 "전에는 즉흥적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9집부터는 '좀 더 좀 더'하면서 서로를 좀 볶기 시작했다. 굉장히 정교하게 작업을 했다. 그 방식을 확장한 게 10집"이라며 "배순탁 작가님께 음악 들려줬더니 '탁월한 사운드 완성도'라 말해주셨다. 경력이 있으니 집착할 수 있는 사운드다. 사운드를 촘촘하게 짰고, 9집과 비교해 사운드가 농밀해졌다. 또 5년 만에 새 앨범을 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더 정제해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진만은 "김윤아의 솔로 앨범은 윤아 나이대의 여성 화자고, 자우림은 연령을 알 수 없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화자다. '자우림이 할 수 있는 얘기란 이런 것'이라고 설정해서 썼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윤아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는 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잡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단편 소설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과 세계 일맥상통한 내용을 트랙들의 편곡과 인트로(intro)와 아웃트로(outtro)를 연결해서 좀 더 이어지는 방식으로 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자우림 김윤아 /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우림은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여성 보컬의 밴드가 20년 이상 음악계에서 살아 남는 건 쉽지 않은 길이다. 사실 자우림이 유일무이하다. 이선규와 김진만은 '자우림의 생존' 이유로 변하지 않는 김윤아를 꼽았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지키는 것들이 많은 김윤아라고. 특히 창작자로서 김윤아는 날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무거움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20년 전보다는 좀 더 날을 여유롭게 휘두르는 느낌이란다.

김윤아 역시 이를 인정하며 "할 게 많은 것이 사실이고 아슬아슬한 느낌도 받는다. 뭔가 하나 잘못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실수를 한다면 다 망가질 것 같아' 이런 불안감이 든달까. 물 아래서 발버둥치는 백조처럼 나 역시 발버둥치고 있다"며 자우림의 멤버로서 지난 날과 현재의 마음을 돌아봤다.

반면에 자우림 자체의 20주년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말하며 "20년이 된 팀이 꽤 많아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멤버 교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자리 잡기 전후가 같기 쉽지 않은데 이선규 김진만은 야심이 없달까. 기운이 없다. 그래서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함께한 이선규 김진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진만은 "많은 밴드가 그렇겠지만 동료이기 이전에 좋은 인생 친구이기 때문에 (20년 활동이) 가능한 것 같다. 다른 집단에 있었으면 못 배웠을 인생 사는 법을 서로 가르치고 또 받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자우림의 장수가 곧 멤버들이란 생각을 보탰다.

"다른 것보다 자우림이 이렇게 오래 활동하며 열 장의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었던 모든 이유는 우리의 음악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들어주는 팬들 덕이죠. 팬들이 없으면 못 했어요. 노래 하나, 한 줄의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들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고 그래서 더 부끄러운 20주년이죠."(김윤아)

자우림 /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의 노래를 가장 잘 이해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설'이 있다. 짝수 앨범은 어둡고 홀수 앨범은 밝다는 일종의 우스갯소리다. 자우림 멤버들도 이런 '설'이 있다는 걸 안다고 밝히며 "사실 타이틀곡이 얼마나 어둡고 밝은가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수록곡들이 가진 어두움과 밝음의 격차가 조금 줄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우림의 노래가 가진 격차, 그 특유의 우울함 때문에 자우림의 곡들은 단단한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중들은 바로 그 격차가 주는 독특함 때문에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자우림이 가진 대중성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랐다.

김진만은 "자우림의 것을 지켜야 한다. 트렌드를 따라야 할 생각 없다. 잘할 수 있는 걸 그때그때 해왔다"며 자우림의 음악에 자부심을 보였다. 김윤아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계산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자우림이 트렌드를 따라간 적도 없고 놓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재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20년을 한 게 아닐까 합니다. 자우림의 20년 전 노래를 듣고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했고 지금의 젊은이들도 공감을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우리기 1집 '일탈'을 만들며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20년 전 20대들이 '일탈'을 생각했을 때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을 떠올렸다면 현재의 20대도 똑같이 자우림의 '일탈'을 떠올리더라구요."(이선규)

끝으로 자우림에게 자우림이 어떤 밴드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또 '자우림'이 어떤 앨범으로 남고 싶냐고 묻자 이선규에게 "20년 후에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앨범"이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다른 분들이 자우림이라는 밴드를 어떻게 기억해주는 걸 떠나서 제겐 한 가지 목표가 있는데, 앨범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겠다 싶을 때 그만두는 팀이 되는 거예요. 이상하게 유명했던 팀들도 나빠져서 끝나는 경우가 있는 게 그러지 않고 끝까지 좋은 앨범을 만들고, 좋을 때 그만둘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네요. 그렇다면 팬들에게 자우림도 그렇게 남을 테니까요."(김윤아)




우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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