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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박정민 "얼굴 까매질 정도의 부담감…이준익 감독님 낚시 데려가" [인터뷰]
작성 : 2018년 06월 28일(목) 21:06

박정민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배우 박정민의 매력 중 하나는 카멜레온처럼 다재다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노 천재 역으로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뽐냈던 그는 '변산'에서는 1년간 연마한 랩을 선보였다. '동주' 회식 때 그가 랩을 하는 모습을 본 이준익 감독이 그를 '변산'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영화 초반 래퍼로 무대에 오르는 그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보는 이들을 영화 관객이자 공연 관객으로 만들어버린다.

인터뷰할 때도 박정민은 카멜레온 같다. 지난 2016년 영화 '동주' 인터뷰 당시 그는 자신이 연기한 실존인물 송몽규 열사를 의식해서였는지 다소 조심스럽고 무거운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정민은 또 달랐다. '변산'(감독 이준익 · 제작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속 자신이 연기한 무명 래퍼 학수를 떠올리게 했다. 그의 화법은 랩을 하듯 리드미컬했고 말할 때 제스처에서도 스웨그(swag)가 느껴졌다.

"배우들은 인터뷰할 때 작품과 캐릭터를 따라가냐"고 묻자 박정민은 "'동주' 인터뷰할 때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한 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의 정신과 얼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변산'은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니까 좀 더 밝게, 제 성격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인터뷰하려고 노력하는 거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래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8마일'이 있었다. 하지만 '8마일' 주인공은 실제 래퍼 에미넴이었다. 배우가 사람들 앞에서 래퍼 제스처를 해가며 공연하는 것이 민망할 법도 했다. 박정민으로 두 팔을 머리 위로 돌린 채 고음으로 "훠" "훠" 소리를 내며 래퍼를 흉내냈다. 박정민은 "제가 영화에서 이렇게 하면 오버 아닌가. 제스처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는데 그래도 민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관객 앞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 앞에서 랩을 해야 하니 서로 얼마나 어색했겠냐. '컷' 하는 소리가 나면 주위가 썰렁해졌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민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박정민이 '변산'에서 처음 랩 하는 신을 촬영한 곳은 홍대였다. 박정민은 "머리가 하얘져 가사가 생각 안 나더라. 계속 NG가 났다. 영화에서 내가 공연할 때 앞에 있는 여고생 4명이 촬영할 때 가사를 자꾸 잊어버리니까 스케치북에 가사를 써서 흔들어줬다. 랩 하다 가사가 안 떠오를 것 같으면 스케치북을 봤다. 그 이후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정민이 연기한 학수는 고시원에 살면서 Mnet '쇼미더머니'에 6년째 참가하는 무명 래퍼다. 학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매해 탈락을 거듭한다.

박정민은 학수와 실제 성격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 "50%"라고 답했다. 박정민은 "그 정도면 꽤 닮은 점이 많은 거다. '동주'에서 송몽규 선생님과 내가 10% 정도 싱크로율이라면 학수를 연기할 때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감정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학수는 6년, 7년 동안 성과 없이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배우로서 그런 시기가 있었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대입해보면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 학수는 좀 더 팍팍하게 사는 사람이니까, 그 감정을 증폭시키려 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 물론 학수와 아버지의 사이처럼 극단적으로 나쁘진 않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긴 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원래 잘 부딪히지 않나. 저도 아버지처럼 고집이 세고 무뚝뚝하다 보니, 조금만 틀어지면 아버지와 싸움이 될 때도 있었다. 제 경험에서 가져올 수 있는 감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정민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박정민이 연기 외에 영화에 깊이 참여한 게 있다면 바로 '랩'이다. 일부 랩은 실제 래퍼 얀키와 함께 작사했다. 그런데 영화 편집 과정에서 이준익 감독이 시나리오 상, 랩이 없었던 장면에 랩을 추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정민은 "그 부분에 학수의 고백이 담긴 랩이 있으면 이야기가 끈끈하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내가 새로 써야 하는 거 아니냐. 이미 학수를 지웠고 다른 작품을 찍고 있을 때였다. 학수의 마음을 다시 복기하는 데만 한 달 걸렸다. 이미 제가 학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 계속 퇴짜를 맞았다. 밤에 가사를 보내고 자고 일어나면 '이거 아니다'는 문자를 받고 절망하기를 반복했다. 완성하고 나서 뿌듯했지만 그만큼 내가 작사를 잘 못 하면 영화에 폐를 끼치게 되는 거란 부담감도 컸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변산'은 그 어느 작품보다 박정민에게 커다란 책임감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게다가 박정민이 처음으로 원톱으로 이끌어가는 영화이기도 했다. 남들에게 평소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는 그임에도 '무게감'은 숨길 수 없었다. 마음이 힘들어지니 얼굴은 점점 흙빛으로 변해갔다고.

박정민은 "주연으로서 다른 배우들도 챙겨주고 다독여주고 싶은데 내가 할 것도 많고.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됐다. 혼자 끙끙 앓다보니 얼굴이 실제로 까매지더라. (김)고은이도 많이 도와줬다. 감독님은 내 예민함을 풀어주시기 위해 쉬는 날 낚시할 때도 데려가주셨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감독님이 명언 제조기다. 일터와 놀이터를 구분하는 순간, 일이 너무 힘들어진다더라. 일터를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감독님처럼 놀면서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 그의 부담감을 덜어준 이는 바로 한예종 선후배 사이인 김고은이었다. 김고은은 이번 영화에서 학수의 고등학교 동창 선미를 연기했다. 박정민은 "고은이는 그냥 알고 지냈을 때보다 일로 만나니 훨씬 더 좋은 동료라고 생각했다. 학수는 100신 중 96신 정도는 나온다. 내가 모든 신에서 다 힘을 주면서 연기할 수가 없다. 그러면 영화가 재미가 없어지니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내가 나오는 신 중 절반 정도가 고은이와 같이 나오는데 고은이가 너무 잘해주니까 받아주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첫 촬영 때 했다. 저도 에너지가 비축되고. 걔도 살고. '얘가 좋은 배우구나' 느껴졌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안 좋았던 건 말을 아예 안 하지만 좋았던 것은 확실히 말한다"면서 미소 지었다.

이준익 감독과 동료들 덕에 그는 조금씩 촬영장을 즐기게 됐다. 그는 '변산'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힐링"이라고 답했다.

박정민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변산' 촬영이 끝났지만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박정민은 영화 '타짜3'에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됐다. 이번엔 '카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박정민은 "한 영화를 위해서 주어지는 미션이 있다는 건 고되지만 재미있다. 그걸 배운다고 해서 엄청난 장기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흥미거리가 생기는 것 아니냐. 예전에 작품 때문에 '복싱'을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2년을 더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노를 배웠는데 피아노가 집에 있으니 가끔씩 생각나면 치기도 한다. 이번에 랩을 배우지 않았나. 얀키 형에게 '버리는 비트 주세요' 하면서 랩 가사를 써볼 수도 있는 거고. '타짜3' 촬영을 위해선 카드를 배울 텐데 친구들 앞에서 카드를 '착착' 잘 섞는 걸 보여줄 수도 있지 않나"고 말했다.

2011년 독립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충무로에서 영화 제작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큰 목표는 없어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거예요. 어쩌면 그게 큰 목표인지도 모르죠. 많은 게 함축돼 있으니까요. 물론 고된 일은 있겠죠. 구간마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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