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400년을 기다려온 사랑이 있다. 마음에 품은 한 사람을 위해 신에게 저주까지 받은 드라큘라 백작은 무대 위에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입맞춤을 보여줬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이야기는 화려했고 또 슬펐다.
'드라큘라'가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소식을 접한 뮤지컬 팬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04년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성공을 거둔 작품은 2014년 한국에서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됐다. 극의 주요한 스토리와 넘버만을 들여와 모든 것을 바꾼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제작이 관건이었다.
이번 '드라큘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중 하나인 '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 주역들이 함께 손을 잡았다. 프로듀서 신춘수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의 드림팀은 한국판 '드라큘라'를 만들어 냈다. 프랭크 와일드 혼은 기존 넘버에서 세 곡 '래스트 스탠딩 맨' '쉬' '노스페라투 리시트'를 추가해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화려한 의상, 섬세한 무대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는 '드라큘라'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4중 턴테이블은 수없이 회전하며 극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관객들이 1막과 2막을 통틀어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무대에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국판 '드라큘라'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큘라(김준수 분)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랑하는 여인 미나(정선아 분)를 만나고 끊임없이 구애한다. 미나의 약혼자 조나단(조강현 분)의 피를 빨아먹고 백발의 노인에서 젊은 청년이 된 드라큘라는 미나의 마음을 열기 위해 그 주변에서 끈기 있게 기다린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미나의 친구 루시를 흡혈귀로 만들며 악랄한 괴물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마침내 미나가 조나단의 곁으로 향해 가는 순간, 드라큘라는 400년을 기다려 온 자신의 사랑을 비로소 그 앞에서 펼친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려고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의 신을 향한 저주와 영원히 죽지 않는 '괴물'이 된 사연은 그제야 미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드라큘라와 미나의 사랑이 확인된 순간 드라큘라는 미나의 손으로 직접 이 저주를 끝내기를 원한다. 드라큘라는 이렇게 사랑을 갈구하기 보다는 사랑을 통해 '구원'을 바란다.
이런 절절한 드라큘라의 로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김준수의 힘이 컸다. 최근 진행된 '드라큘라'의 프레스콜에서 신춘수 프로듀서는 "김준수가 작품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귀띔했다. 또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된 류정한은 "김준수 덕분에 드라큘라와 미나의 듀엣곡인 '러빙 유 킵스 미 어라이브'를 전혀 다르게 봤다"며 그의 곡 해석능력에 칭찬을 쏟아냈다.
김준수는 백발의 노인에서 신선한 피를 흡혈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프레쉬 블러드'에서는 관객을 압도할 정도로 카르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한 여자를 사랑해 기꺼이 신의 저주도 받아낸 '쉬'에서는는 무대 한 가운데 무릎을 꿇고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온 몸을 다해 아파하는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어 미나 역의 정선아와 함께 부르는 '러빙 유 킵스 미 어라이브'는 두 사람의 로맨스의 정점을 찍는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양준모(왼쪽)과 김준수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이뿐이 아니다. 김준수는 극 중 미나 역의 정선아와 농도 짙은 베드신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또 드라큘라를 퇴치하기 위해 그에게 대항하는 반헬싱(양준모 분)과의 대결 장면인 '잇츠 오버'도 볼만하다. 그의 가벼운 몸짓은 빠르게 회전하는 무대에서 날아 다니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드라큘라'의 매력은 커튼콜에서도 나타난다. 극 중 스산한 분위기 대신 의외(?)의 모습으로 오페라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드라큘라는 힘찬 박수를 선사하게 만든다. 커튼콜의 끝은 다시 드라큘라가 관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드라큘라가 언제 다시 관에서 나올지는 모른다. 400년을 기다려온 만큼 이제는 만나야할 때다. 오는 9월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박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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