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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상반기결산] 연예계 미투(Me Too), 가면 벗기고 의혹을 남기다
작성 : 2018년 06월 19일(화) 12:08

배우 조민기/사진=스포츠투데이DB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올 상반기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을 강타했다. 시작은 미국이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30여년간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이 드러나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애슐리 주드, 기네스 펠트로, 셀마 헤이엑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은 하비 웨인스타인의 만행을 연이어 고발했고 그는 결국 영화계에서 쫓겨났다.

한국에서 미투 운동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촉발됐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지난 2010년 서울 북부지검 근무 시절 겪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미투 운동은 고은 시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 번졌고 문화예술계로 퍼져나가면서 불씨가 타올랐다.

◆ 2월, 조민기·오달수 미투, 연예계 미투 불길에 기름을 붓다



미투 운동이 충격을 준 것은 기존 이미지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유명인의 평소 행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엄지영 씨를 비롯해 2명의 연극배우가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오달수는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자신은 서로 호감이 있는 관계로 인식했으며 서로의 시각차가 빚은 오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었다. 오달수는 당시 촬영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청주대 교수였던 조민기 역시 제자 및 지인을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대중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과거 딸과 함께 리얼 예능 프로그램인 SBS '아빠를 부탁해'에 친딸과 함께 출연하며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의 이미지를 쌓았다. 조민기는 초반 혐의를 부인하더니 성추문에 휩싸인 지 8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냈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그는 경찰 출석 3일 전인 지난 3월 9일 오후 4시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 주상복합건물 지하 1층 주차장 내 창고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 이후 미투 운동이 너무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잘못은 했지만 죄에 비해 대중의 심판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 반대로 그가 자신의 죄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상황을 회피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3월, 조재현, 김기덕 'PD수첩' 인면수심의 성폭행 의혹 파문

김기덕 조재현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조민기에 이어 그와 함께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배우 조재현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그가 오랫동안 촬영장의 스태프 혹은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것. 스태프 중에는 조재현의 딸 조혜정과 비슷한 나이도 있었기에 대중의 충격은 컸다. 조재현은 이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3월 PD수첩이 여배우들의 증언을 통해 조재현과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의혹을 다뤘다. 이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영화 촬영 당시 숙소에서 여배우에게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집단 성관계를 요구했다. 대중의 분노는 더 커졌다. 김기덕 감독은 "결혼한 남자로서 해당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인정하지만 강제적인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고 조재현은 당시 'PD수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잘못 알려진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조재현이 미투 폭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일 재일교포 여배우 A씨는 한 매체를 통해 지난 2002년, 드라마 촬영을 통해 만난 조재현에게 공사 중인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조재현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조재현 법률대리인 박헌홍 변호사는 최근 스포츠투데이에 "해당 여배우가 조재현을 많이 따랐으며 성관계가 있었을 뿐 성폭행은 아니었다"면서 오히려 재일교포 여배우 A씨 모녀에게 오랜기간 금전적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김생민, 제2의 전성기 한순간에 물거품

방송인 김생민 / 사진=연합뉴스



4월,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려 할 찰나 김생민이 10년 전 그가 회식자리에서 방송사의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성실하고 검소한 가장의 이미지를 구축한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충격은 더욱 컸다. 김생민은 곧바로 공식 사과했고 데뷔 25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미투 운동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미투 파문과 함께 김생민은 출연 중이었던 10개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하차했다. 그는 MBN '오늘 쉴래요?',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출발 비디오 여행', tvN '짠내투어', KBS2 '연예가 중계', SBS 'TV 동물농장', EBS '호모 이코노미쿠스', MTV '김생민의 비즈정보쇼', YTN '원 포인트 생활상식'에 출연 중이었다. 특히 그의 이름을 내건 KBS2 '김생민의 영수증2'는 김생민 하차와 함께 폐지를 결정했다.

또한 김생민은 식품, 보험, 자동차 쇼핑몰 등 약 20여 개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었다. 그가 출연 중이었던 광고는 모두 폐기됐고 위약금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2~3개월 단발성 광고가 많았고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위약금 폭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미투 운동은 여전히 ing

김생민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미투 운동은 연예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일상도 바꿨다. 회사의 회식 자리도 대폭 줄었고 2차로 노래방을 가는 분위기도 바뀌었다. 현재는 한창 미투 운동으로 뉴스가 도배됐을 때보다는 사실상 열기가 사그라든 상태다.

하지만 아직 남은 과제는 많다. 김기덕, 조재현 등 현재 내사가 진행 중인 미투 운동 가해자가 24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기덕, 조재현 성폭행 의혹 수사 요구는 국민 청원에도 올라왔지만 3월부터 현재까지 내사 단계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도 있는 데다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2차 피해를 우려해 진술하러 나서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김기덕 감독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를 찾아 MBC 'PD수첩' 제작진과 이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여배우들의 입장을 'PD수첩'이 일방적으로 다뤘다는 것.

반면 조재현 측은 'PD수첩' 측에 대해서는 고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최근 폭로한 여배우 A씨에 대해서는 공갈죄, 공갈미수죄로 고소했다. 많은 이들이 '성폭행 가해자'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의 잘잘못 여부가 명백히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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