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ST포커스] 여배우 주연 영화는 돈 못 번다? 속설 언제 깨지나
작성 : 2018년 06월 15일(금) 10:54

'리틀 포레스트', '미옥'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1960년대~1990년대까지 충무로는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였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배우 송강호, 최민식, 하정우 등 남성 배우들이 약진하며 남배우 전성시대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손예진 외에 티켓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젊은 여배우를 보기 힘들어졌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도 소수고 여배우 주연 영화는 흥행이 잘 안 된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충무로에서 여배우 입지가 좁아진 지 오래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기, 위축되기 시작한 여배우 주연 영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스틸 / 사진=UPI코리아 제공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2000년 이후 영화 자본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정민아 평론가는 최근 스포츠투데이에 "1990년대 말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가 오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멜로, 로맨틱 코미디가 주도하던 영화계가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바뀌었고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중심으로 재편됐다. 큰 영화는 스펙터클함을 중시하지 않나. 자연스럽게 남성 주연의 영화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게 됐다. 자연히 멜로 중심의 TV와 액션, 스릴러 중심의 영화로 역할 분담이 되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내려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 주연의 영화는 대개 멜로드라마라는 편견이 씌워졌다. 여배우 주연의 스릴러나 액션 영화가 제작되는 시도도 이뤄졌지만 성공은 미미했다. 그러다 보니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거다. 충무로에 젊은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대부분 처음에 노출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들이 주연배우로 자리를 잡으면 TV로 활동을 옮겨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여배우가 이끄는 한국 영화, 흥행 성적표는?

'허스토리'(위), '마녀'(아래) 스틸 / 사진=NEW,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처럼 남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미약하다. 특히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범죄 액션물과 스릴러는 대부분 남자 배우들이 이끌어간다.

지난해에는 김옥빈 주연의 '악녀'(감독 정병길 · 제작 앞에 있다)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여성 주연 액션 영화로 개봉해 제 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악녀'는 손익분기점인 19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120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지난 2월 개봉한 김혜수 주연의 액션물 '미옥'(감독 이안규 · 제작 영화사 소중한) 역시 김혜수의 백발 변신과 액션 등이 화제를 모았지만 약 2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그나마 올 상반기 상업적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은 지난 2월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 제작 영화사 수박) 한 작품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여배우인 김태리가 원톱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다. 일상을 덤덤하게 보여주는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는 순제작비 15억 원의 저예산으로 150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여배우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아직까지 소수인 이유는 뭘까. 정민아 평론가는 "여배우 주연인 액션 영화의 경우 보통 신인 남자 감독이 중심이 되고 큰 예산을 받지 못한 채 중 예산으로 진행이 되면서 영화적인 퀄리티를 담보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 단독 주연의 영화가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의 흥망이 주연 배우의 성별로 결정되진 않는다며 다른 견해를 밝혔다. 배급사 관계자는 스포츠투데이에 "여배우 위주의 영화라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 소재와 장르, 적절한 배급 시기, 관객의 관심도 등이 적절하게 잘 맞으면 흥행에 성공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실패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충무로에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충무로에 여배우들이 활약하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영화 관계자들은 단시간 내는 아니더라도 여성 캐릭터들이 스크린 중심에 서게 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민아 평론가는 "할리우드에서 여성 영화는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았지, 시장에서 흥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가령 비슷한 히어로 캐릭터가 영화에 계속 나오면 관객들도 지겹지 않겠나. 영화 '원더우먼'처럼 여성 히어로, 흑인 히어로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메인 캐릭터가 할리우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할리우드의 경우 이미 제니퍼 로렌스 주연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갤 가돗 주연의 영화 '원더우먼' 등 여배우가 이끄는 액션물이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이응일 감독 또한 스포츠투데이에 이러한 현상을 언급했다. 그는 "할리우드 성공 사례를 한국에서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창작자들도 자기가 어릴 때나 청년기에 인상 깊게 봤던 할리우드 영화, 홍콩 영화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영화계도 시간적인 격차를 두고 할리우드처럼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 장르물을 수용해 인기를 끄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정민아 평론가는 최근 할리우드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원인으로 관객의 요구를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도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오랫동안 있었다. 예전부터 대중문화에서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표현할 때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관객이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했다"면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요구가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민아 평론가는 충무로도 할리우드처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영화계도 차차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한국 여성 관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 특히 그는 최근 영화 'VIP'나 '범죄의 도시' 속에서 여성들이 성범죄 피해자로만 잔혹하게 묘사되는 것에 불쾌함을 표하는 여성들이 많았던 것을 예로 들었다. 정민아 평론가는 "누군가는 너무 민감한 반응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것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큰 효과를 일으킨다. 창작자들이 스스로 각성하게 만들어서 여성을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려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6월 말에는 여배우 주연 한국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를 담은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 제작 그룹 에이트)에는 김희애, 김해숙이 열연했다. 배우 조민수, 신예 김다미가 출연한 누와르물 '마녀'(감독 박훈정 · 제작 영화사 금월)도 상영 중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배우 공효진 주연의 스릴러물 '도어락'(감독 이권 · 제작 영화사피어나)이 관객을 찾아간다. 여배우들 주연 영화가 충무로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