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작품의 흥행 여부는 그 누구도 예측불가다. 짐작과 다르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 대박이 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이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영화 중에서도 예측과 다르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작품들이 존재했다. '무공해 힐링 영화'라고 불리며 흥행에 성공한 '리틀 포레스트'부터 기대와 다르게 흥행에 실패한 '버닝'까지 관객의 선택에 울고 웃은 작품들을 모아봤다.
'리틀 포레스트' 스틸 /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 의외로 대박난 영화 - 저예산 영화의 반란 '리틀 포레스트'
지난 2월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영화로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파격적인 데뷔를 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김태리가 선택한 차기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류준열이 가세하며 청춘들의 힐링 영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성격을 띠고 있고, 일본 원작에서 탈피해 어떻게 한국적인 정서를 거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 있어 흥행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봉 후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메시지와 아름다운 풍광,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리틀 포레스트'는 '힐링 영화'라는 수식어와 함께 호평을 받았고,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80만명을 동원하며 총 누적관객수 15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 의외로 대박난 영화 - '곤지암',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2위
올해 상반기에는 공포영화의 흥행 역사가 바뀌기도 했다. 바로 지난 3월에 개봉한 '곤지암'(감독 정범식)이 그 주인공이다.
'곤지암'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CNN에서 선정한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 영화다. 인터넷 1인 방송 형식을 스크린 전면에 내세워 체험 공포의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고, 출연진들은 신인 배우들로 꾸려 현실감을 살렸다.
'곤지암'은 공포영화의 새 패러다임의 포문을 열며 개봉 첫 주만에 이미 손익분기점(약 6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누적관객수 약 267만명을 동원해 '장화 홍련'(314만명)에 이어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 의외로 대박난 영화 - '독전', 이해영 감독 이 갈았다
한국 영화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올 상반기,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개봉하자마자 할리우드 영화들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독전'은 올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그것만이 내 세상'(341만명)을 제치고, 올해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독전'은 개봉 전부터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故 김주혁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이해영 감독이 전작과는 결이 다른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오는 것에 대해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높은 몰입감으로 흥행하며 '이해영 감독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 의외로 쪽박난 영화 - '염력', 제작비 130억 투자했지만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염력'. 이 작품은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에서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총 130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염력'은 평범한 중년 남성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초능력을 갖게 되고, 그 능력을 위기에 처한 딸을 위해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외피 속에 도시 재개발과 용역으로 인한 참사, 갑질, 국가권력의 폐해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와 웃음 코드의 부재로 인해 관객들에게 외면당했고, 결국 손익분기점 약 40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 99만명을 동원하며 스크린에서 내려오게 됐다.
◆ 의외로 쪽박난 영화 - 원작 소설 팬 사로잡지 못한 '7년의 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정유정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순제작비 약 80억원으로 출발해 2015년 10월 크랭크인 했고 8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친 후 2016년 5월 크랭크업했지만 후반 작업 등을 이유로 개봉이 연기됐고, 약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오랜 시간을 거쳐 개봉된 만큼 '7년의 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많은 기대 속에 지난 3월 개봉했지만 장동건 류승룡 등의 열연에도 불구, 원작 소설에 비해 미흡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5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 의외로 쪽박난 영화 - '버닝', 칸 효과 미미
'버닝' 또한 올해 기대작이었다. '시' '밀양'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인 '버닝'은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 소식을 알리며
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버닝'이 상영된 후 칸 현지에서 극찬 세례가 이어지며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아쉽게도 '버닝'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만비키 가족'에게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칸 열기에 힘입어 '버닝'은 상반기 개봉 영화 중 단연 최고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베테랑' '사도' 등으로 흥행 보증수표로 등극한 유아인의 연기 변신과 '옥자'(감독 봉준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스티븐 연이 출연해 더욱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버닝'은 국내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개봉 전, 칸 출국 당시 불거진 전종서의 태도 논란, 스티븐 연의 욱일기 논란과 난해한 스토리가 겹쳐 관객들은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결국 영화는 약 5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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