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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 스스로의 매뉴얼 [인터뷰]
작성 : 2018년 05월 14일(월) 15:54

윤시윤이 스스로의 매뉴얼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모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배우 윤시윤(33)은 스스로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정답에 가까운 기준을 설정하고, 지침에 따르는 이 행위는 배우로서 잘 쓰여지기 위함이다.

윤시윤이 매뉴얼 설정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객관적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최근 그는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은성대군 이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대군'은 해당 방송사 역대 최고 시청률에 해당하는 5%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기록을 세운 효자 작품. 주연 배우로서 선봉에 서 호성적에 이바지한 윤시윤은 "'뿌듯하다'라는 말 대신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아직 1단계 배우가 조화로운 앙상블에 참가한 덕분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얼핏 저자세로 보이는 태도를 두고 "절대로 겸손 아닌 객관적 평가"라고 표현했다. 종영 소감을 털어놓기도 전에 나온 '1단계 배우'라는 자기 객관화. 인터뷰를 위해, 그리고 인터뷰를 하며 생각을 정리해보니 더욱 또렷이 "혼자 해낸 일이 아니었다"고 확신하는 그였다.

윤시윤은 "내 분수를 정확히 바라보고 저울질해본다. 객관적 평가 결과, 난 아직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 혹은 '인정받은 배우'가 아니다. 매번 하고픈 작품이나 역할을 골라 들어가는 배우도 아니지 않나. 주어진 기회에 임하기 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순서상 맞는 위치라는 결론"이라며 "대중매체에 큰 관심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전작의 잔상인 '김탁구' '하이킥'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객관적 평가 잣대 아닌가. 사람들의 환호소리에 취하지 않고자 애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윤시윤은 작품의 질을 판단하기에 앞서, 정확한 자로 재단해 "내가 표현해 살릴 수 있는 역할인가. 내가 가진 모습을 녹여낼 깜냥인가. 그럴 용기가 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고. 이 또한 본인의 매뉴얼 절차 중 하나였다. 과하게 엄격한 잣대가 아닌가 싶어 재차 물으니, 윤시윤은 '대군' 성공 요인 설명을 곁들이며 자아도취하면 안 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조선시대를 기반으로 픽션을 가미한 '대군'은 완급조절에 능한 작품이었다"며 "사극 시청층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역사를 알고 보니 그만한 기대치가 있다. 극중 나와 주상욱 형이 연기한 안평대군과 수양대군이란 인물 성격도 대충 짐작하고 시청했을 것이다. '대군'은 철저한 고증으로 본질을 잃지 않고, 적절한 픽션을 가미해 극의 재미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 지점에서 나의 '덕'보다는 유리한 이점이 또렷해진다. 수양대군은 역사의 기록이 많이 남은 인물이고,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숱하게 재해석 또는 재현된 인물"이라며 "반면, 내가 연기한 안평대군은 역사책 한켠 한두 줄 설명으로 그친다. 매력적인 성격을 추가할 여지가 있고, 연기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제약 없는 위치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윤시윤은 "두 번째, 친절한 작품이었다. 시청률 지표를 살펴보면 극중 가장 큰 사건이라 볼 수 있는 계유정난 장면에서 분당 그래프가 치솟았다. '대군'은 이 계유정난이 벌어지기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명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하면 늘 대사로, 내레이션으로, 자막으로 설명했다. 잘게 씹어 떠먹여 주는 친절함이다. 아주 신박하고 세련된 스토리도 좋지만 시청층에 맞춰 자상하게 풀어내는 것도 큰 힘이 된다는 점을 배웠다. 이는 작가와 PD의 작전이었을 것"이라며 "이 대목에서 역시, 나의 역할 안평대군은 유리한 지점에 있었다. 안평대군은 독백을 해서라도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어르신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위치 아닌가"라며 객관화했다.

윤시윤이 스스로의 매뉴얼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모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누차 협업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1인분 몫을 해냈을 뿐"이라며 또 다른 예를 들었다. 스스로 "액션이 약한 배우"라며 "액션에 능하지 않는 배우들은 풀샷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잡으면 어색해진다. 내가 느끼기에도 동작이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방송으로 확인해보니, 타이트하게 잡아 티가 안 나더라. 배경 음악도 한몫을 했다. 연출진이 발휘한 편집의 힘이라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익숙한 캐릭터는 수양대군이었다. 그동안 많이 다뤄졌기에 비교 대상에 놓이기 십상인데, 주상욱이라는 배우는 해내지 않았나. 이처럼 모두가 한 겹씩 쌓아 올렸다. '대군'이 잘 된 이유를 내가 설명하고 있는 것도 우습다. 철골에 수많은 손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얹어 완성시킨 구조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료한 시선, 섬세한 비유와 설명은 자신이 임한 작품과 연기를 끊임없이 되뇌어 남은 흔적이나 마찬가지다. 작품을 마친 후 인터뷰를 앞두면 버릇처럼 하는 일이란다.

윤시윤이 스스로의 매뉴얼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모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추려보자면 윤시윤은 매사 마음가짐부터 고르게 펴 순서를 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잘 해낼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재차 물었다. 임하기 전 공부했으며 마친 뒤 분석하는 일을 하는 배우다. 가장 중요한 연기를 하는 도중에는 측근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규칙도 있다고. 그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서 어색하거나,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지 않으면 안심된다. 연출진이 원하는 윤시윤이라는 배우의 모습도 녹였고, 역할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증폭시켰다는 반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팬심으로 바라봐주는 이들의 칭찬은 격려 차원으로, 연기 중에는 차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검열을 반복하는 이유는 명료했다. 도태되기 싫단다. 윤시윤은 "연기자는 언제든 쓰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더라"며 "위치가 높아질수록 채찍질은 줄어들고 등장만으로 박수가 나온다. 잘해서가 아니다. 이때 매뉴얼이 없다면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돌아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곱씹었다.

윤시윤이 지켜 살며 고치고, 깎아 다듬는 매뉴얼은 한동안 꾸준할 예정이다. 그는 때에 대한 기준을 설명하며 "쉬려고 해봤으나, 일 생각에 알차게 쉬지도 못하겠더라. 연기자로서 많이 그리고 쉼 없이 해야 하는 때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는 많이 하는 게 답이라니, 하면서 실력을 늘려할 지점에 서있는 나로서 쉴 수가 없다. 최대한 자주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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