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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캐는 아저씨' 첫방] 그저 심심한 나물 맛 예능
작성 : 2018년 05월 05일(토) 03:00

'나물 캐는 아저씨'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KBS가 큰 웃음과 독창성을 싹 빼고 싱거운 예능 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의 첫 삽을 퍼올렸다.

지난 4일 KBS2 새 예능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가 첫 방송됐다. '나물 캐는 아저씨'는 평소 이미지가 나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저씨들을 한데 모아 시골에 내려가 나물을 캐고, 밥상을 차리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당초 '나물 캐는 아저씨'가 '나물'로 자급자족을 해 '내추럴 힐링'을 표방하겠다는 포부는 첫 방송에 그대로 묻어났다. 추성훈, 안정환, 김준현, 최자, 샘 오취리 5인은 쑥부쟁이라는 생소한 나물을 캐기 위해 경상남도 하동군에 모였고, 마을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채취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천에 널린 나물들을 보며 너도나도 연신 신기하고, 궁금하다는 리액션을 보였다. 생소한 쑥부쟁이 나물 찾기 미션 앞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해 식물 연구원이 등장했다. 그는 들국화의 잎이 쑥부쟁이라는 설명과 더불어 나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 유익한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쑥부쟁이를 찾는 과정 중 산 좋고 물 좋은 시골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출연진들이 만끽하는 모습도 연출해 힐링을 모색했다. 출연진들은 '예능'이라는 타이틀에 발맞춰 시답지 않은 농담도 주고받았다. 안정환은 쑥부쟁이를 채취해 집으로 가는 길 "아저씨들은 집만 나오면 좋아한다"고 말했고, 나머지 네 사람은 공감하며 웃었다. 또 안정환은 "팁을 하나 들었다"며 "질갱이라는 나물이 남자한테 좋다더라"는 말로 나머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소위 '아재 감성'이라 불리는 올드한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후 5명의 '아저씨' 출연진들은 각자 역할을 배분, 직접 나물 한 상을 차려냈다. 마지막으로 맛을 음미하며 "향이 너무 좋다" "씹을 때마다 맛이 팍팍팍 터진다" "식감이 살아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큰 웃음도 독창성도 없다. 전반의 웃음은 희극인 김준현이 앞장서 유발했고, 입담 좋은 안정환이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들의 예능감도 나물이라는 얌전하고 한정된 소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무작정 깨지고 넘어져 웃음을 줘야 잘 만든 예능은 아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는 더욱 그렇다. 힐링에 초점을 맞춘 뒤 편안하고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대신 시청자의 대리 힐링을 무엇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나물캐는 아저씨'는 전혀 독창적이지 못했다.

성인 남성들이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제작진의 미션을 받아 완수하고 요리해먹는 방식은 나영석 PD의 tvN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지겹도록 봐왔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자급자족은 같은 금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tvN '숲속의 작은 집'과 판박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미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기됐다. 당시 연출을 맡은 박석형 PD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간 많이 접해왔다"면서도 "다른 결"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출연자들이 아저씨라는 점, 출연진이 많다는 점, 나물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처음 예능에서 다룬다는 점 등이 차별점이었다. 이 말은 증명됐다. 분명히 아저씨 감성을 지닌 이들이 5명 모여 나물을 캐고 웃고 떠들었다. 그러나 이미 예견됐듯이 뻔하고 진부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시기상 '삼시세끼' '숲속의 작은 집' 이후 방송됐으니, '표방' '아류'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넘쳐나는 예능 콘텐츠 홍수의 시대. 더 이상 새로운 포맷을 창조해 내기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나, 이러한 행태가 당연한 관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타 방송국의 타 프로그램 콘셉트를 모방했으면, 부가적으로 특색 있는 무언가를 첨가해 재미를 배가시켜야 한다. 조미료 없는 생나물의 심심한 맛, 다큐멘터리로 접해도 충분해 보인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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