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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19금 등급 아쉬운 이창동 감독의 신작, 젊은이를 담아낸 일상의 스릴러 [종합]
작성 : 2018년 05월 04일(금) 12:03

'버닝'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젊은이들의 현실을 미스터리하고 여운 있게 이야기하는 영화 '버닝'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점에서 열린 영화 '버닝' 팀 칸영화제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 이창동 감독, 배우 스티븐 연, 유아인, 전종서가 참석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버닝'(감독 이창동 · 제작 파인하우스필름)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을 통해 2010년 영화 '시' 이후 8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은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고민도 있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저 자신도 자식이 있고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제 앞에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요즘 젊은이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고민했다. 젊은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유아인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유아인은 '버닝'을 통해 전작과 달리 절제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아인은 "어린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화려한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안달하고 애쓰던, 제 관성에서 벗어나서 너무 외향적이 됐던 시기가 있었다. 감독님이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사실에 가깝게'하라고 하셨다. 보다 해석의 여지를 크게 열어두는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스티븐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이창동 감독은 "저의 연기론은 단순하다. 목포를 갖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배우 스스로 그 인물의 감정을 가져가기를 바랄 뿐이다. 주어진 상황이 매우 어려운 감정일 경우에는 배우 스스로 그 감정에 도달하기가 힘들 것이다. '버닝'의 경우는 좀 다르다. 물론 어렵고 극한적인 감정도 나오지만 대체로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은 별로 없다. 지극히 일상적인데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상황은 미묘하면서도 어려웠다. 이번에는 특히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배우들이 자유로워지고 인물에 자유롭게 접근하기를 바랐다"고 털어놨다.

'버닝'의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 '반딧불이'에 수록된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다. 스티븐연은 "단편을 읽고 아주 강렬한 느낌이 들더라. 각본을 받아본 다음 제가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단편의 느낌을 온전히 잘 표현했고 거기에 새로운 색깔을 더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편에 나오는 사건은 진행되지만 한국 문화의 다른 점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더 스페셜하고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적인 접근으로 좀 더 보편적인 의미를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헛간을 태운다' 단편은 헛간을 태운다는 게 현실인지 메타포인지 그 의미를 따라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전 문학적인 구조보다는 좀 더 영화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의미와 관념의 메타포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어떻게 이미지화가 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설명 드리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이미지는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제게는 큰 영화적 고민이었다. 소설에서는 헛간으로 나오는 게 우리 영화에서는 비닐하우스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헛간은 없어도 비닐하우스는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 그게 영화 매체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미지들을 통해서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전달해보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포스터에도 보이지만 고양이도 보이고 젖소도 보이고 새들 남산타워도 보인다. 이것들이 영화 속에 한 요소로 나오지만 저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낯익고 익숙한 것이지만 이미지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관객이 그걸 수수께끼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원작 '헛간을 태운다'는 현 시대의 도덕과 윤리에 대한 생각을 유도한다. 이창동은 "윤리는 누구나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보다는 상당히 개인적인 기준과 선택을 전제로 한 말 아니냐. 윤리를 쉽게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는 윤리로 보면 '버닝'은 어렵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인공의 선택은 있기는 하다. 이번 영화 같은 경우 윤리 이런 것 보다는 다른 방향에서 관객들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굳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감각 또는 정서가 우선이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영화는 젊은이들의 영화고 젊은이들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감각을 통해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종서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전종서는 "촬영을 마치고 단편을 읽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스스로도 모르겠는 분노나 억울함들이 미스터리하게 담긴 것 같다. 원작과 영화가 뭐가 다르냐고 여쭤보시면 답을 어떻게 드려야 하는건지 사실 모르겠다. 살면서 느낀 것들이 정말 많이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이 택한 신예 배우 전종서는 수백명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에 캐스팅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인 전종서는 "영화 속 제 모습이 어떻게 관객 여러분께 다가갈지에 대한 부담은 사실 없다. 단지 제가 조금 긴장이 되고 불안함을 느끼는 건 제가 지금 소화하는 스케줄이다. 다 처음 겪어보는 것이다. 관심이나 이런 게 부담스러운 것 같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은 "영화는 일상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고 뭔가 잘못 돼 있는 것 같은, 일상의 '스릴러' 같은 느낌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결말도 소설보다는 더 나아가 있으면서도 누구나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충격이기도 하고 반전이기도 한 것 같다.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결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버닝'은 살인, 방화 등의 소재로 19금 등급을 받았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극이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다른 의미에서 꽤 자극적이고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아인 또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오히려 청소년이 봤으면 하는 영화"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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