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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가 건네는 눈부신 위로 "우리 모두가 장애인입니다" [인터뷰]
작성 : 2018년 05월 02일(수) 11:00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철인 삼종 경기에 출전했을 때의 기억입니다. 근심 걱정이 온몸을 휘감아 시작을 후회하려는 순간, 수백 명의 선수들이 '이동우 힘내라' 하며 응원해주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저의 길동무였고 그 길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힘들고 외롭지만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동무 하나 있다면 모든 길은 눈부시다.'"('눈부신 길' 소개 중)

어느 날, 그의 세상이 온통 깜깜해졌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끝이 없는 어둠의 가운데. 지독히도 끔찍한 절망 속에 내던져진 그는 그러나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눈부시다"고 했다. 아이러니한 궁금증은 오랜 시간 심연을 파고든 뒤 정제돼 나온 그의 건강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지나며 확신으로 뒤바뀌었다. 그 길은 정말 너무도 눈부시다고.

배우 겸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가 5월 7일까지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로 관객을 만난다. '눈부신 길'은 이동우의 마임, 영화 '시소' 상영, 길동무와 함께하는 대화, 송광식과의 듀오 콘서트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들이 '고단한 우리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는 하나의 감정선으로 처음과 끝을 이룬다.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먼저 이동우는 공연의 프롤로그 격인 마임을 통해 자신의 꿈을 구현한다. '시소'에 함께 나온 그의 친구 임재신이 휠체어에 앉아있다는 가정 하에 함께 산책을 하는 상황, 새가 울고 나무와 꽃들이 있고 친한 벗들을 마주치는 산책길을 이동우가 혼자서 마임으로 처리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도했던 건 선글라스를 벗고 하거든요. 이건 제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희망이고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꿈이에요. 내가 잘 보이는 눈으로 재신이를 데리고 산책길을 걷는 모습을 그려본 거예요.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이 마임에서는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오랜만에 마임 동작을 제가 합니다."

게스트는 길동무라는 이름으로 '눈부신 길'에 온다. 길동무라고 이름 붙인 데에도 이유가 있다.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어휘들이 어휘가 갖는 개념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서나 생각을 굳어지게 만드는 거다. 게스트다, 초대손님이다 하면 그려지는 게 획일적이고 일반화돼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공연을 오시는 분들이 선입견을 갖고 오실 것 같더라"는 설명이다.

"이 공연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길동무는 인생의 한 구간, 어려울 때 손 잡아주고 끌어당겨 주는 벗을 상징해요. 화려한 박수와 조명과 BGM 같은 것들로 포장된 만남이 아닙니다. 그래서 굉장히 인간적이고 솔직한 이야기가 오가거든요. 인생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존재란 친군데 친구란 단어도 그래요. '친구'라 하면 그 우정은 영원불멸해야 하며 절대로 헤어짐이 없는, 고정된 생각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친구는 아니고 길동무가 적합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 제목하고도 연관성이 있고요."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눈부신 길'의 길동무로는 유해진, 안재욱, 양희은, 이승철, 정성화, 이휘향, 문소리, 강타, 송은이, 윤종신, 소유진, 허지웅, 서명숙, 알베르토 몬디, 구경선, 한지민, 신현준, 최수영, 샤이니 태민이 함께 한다. 매회 다른 이 어마어마한 길동무들은 이동우가 거의 직접 다 섭외했다. 공연의 좋은 의미 덕에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해듣고 역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동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케이' 사인을 받는데 과장이 아니라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길동무하고 마주하면서 매번 놀랐습니다. 큰 감동이 있었어요. 굉장히 오랫동안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관계를 유지해왔던 분들이시거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도 그렇게까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신 적은 다들 없는 것 같은데 술 한 잔 없이 많은 관객분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그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잘 풀어주실까. 예상 밖이었거든요. 치열하게 자기 분야에서 살아온 분들이라 좀처럼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분들인데 왈칵왈칵 눈물을 쏟아주시더라고요."

이동우는 '눈부신 길'을 보면 좋을 사람을 묻는 질문에 "누구나 와도 사실 상관없다. 미취학 아동만 빼고"라며 웃었다. 시작은 분명 농담조였지만 그 속내는 퍽 뭉클했다. "우리 모두가 다 아프고 외롭고 고독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휴대폰 안에 수백 명의 지인들과 친구들이 저장돼 있다고 낮에는 자랑하지 않나. 근데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이 중 한 명과 진솔하게 통화해보고 싶다' 하면 결국은 고르지 못하고 잔다. 너 나 할 것 없다. 신분이나 지위 다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와도 다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큰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지, 슬픔에 잠겨서 살아가는지, 분노하며 살아가는지, 정확하게 들여다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먹고살기 바빠요. 볼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루 종일 나를 향해 오는 정보와 내가 찾아야 되는 정보가 첩첩이 쌓이다 보니까 이것들을 다 보고 나면 자야 돼요. 쓰러지듯. 나를 볼 수가 없죠. 그걸 가지고 저는 장애라고 얘기합니다. 말하자면 다 장애인인데요. '내가 얼마나 큰 장애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면 결코 사람들하고 소통하지 못해요. 소통하지 못하면 당연히 즐거울 수 없죠. 계속 외로워야 되는 거죠. 제일 큰 메시지입니다. 이 공연이 가지고 있는."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청소년을 위해 쓰인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누구나 그렇지 않나. '관심은 있으나 당장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제가 장애를 갖고 난 이후부터는 힘이 없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됐으니까. 누군가로부터 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신분이 됐는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 지위나 신분 상관없이 손을 내밀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 뜻을 가지신 분들하고 공연을 만드는 거다. 말하자면 저는 힘이 없지만 힘을 모은 거다. 힘이 생겼고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에 한두 번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시즌제로 간다고 해서 이 형식 그대로 간다는 법은 없겠죠.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할 거니까.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주시면 몸집은 더 커지겠죠. 그렇지 않고 '생각보다 어려운데?' 하면 줄여서 할 수도 이고. 사실은 내실을 다지는 거죠. 이번보다는 조금 더 잘 짜여진 공연물로 '눈부신 길'은 계속 갈 생각입니다."

이동우는 꿈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서로에게 쉽게 다가오고 친구처럼 소통하는 그날을. 물론 쉽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스스로 겪어보지 않았나.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다. 이는 이동우가 이토록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동우는 "어떤 사람은 아직도 저보고 연예인이라고 하고. 어떤 분들은 저더러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럼 난 연예장애인인가. 장애연예인인가. 언젠가 뉴스에 제 신분을 알리는 글로 '시각장애인 가수'라고 나왔다"고 웃으면서 "어떤 분들은 '뭐가 그렇게 웃겨?' 묻는데 그게 바로 인식일 거다. 전에 비장애인으로 TV나 무대 위에 섰었던 사람으로서 사실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볼 수 있었다'와 '볼 수 없다'. 근데 저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참담한 현실을 꺼내놨다.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슬펐고 아주 높은 벽이고 뛰어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결국은요. 그 담장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은 저 자신이에요. 직접 보여주는 거 외에는 사회적으로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은 불가능하다고까지 얘기하니까요. 세상에 절대 가능한 건 없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도 없어요. 그래서 하는 데까지 하는 겁니다. 그것도 신명나는 일이에요. 뼈아픈 일이지만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이동우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만 만약 사회 인식이 달라진다면 "죽기 전에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했다. 희망은 있다. 일단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로 신체가 건강하고 그의 눈이 돼 주는 팀이 굳건히 존재하니까. "일단 옳은 방향으로 제가 몸을 튼 것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확신하는 이동우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난 이동우는 지팡이를 펴들었다. 그러나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방향조차 짐작할 수 없이 오갈 데 없던 그의 뒷모습을 보며 복잡 미묘한 상념에 젖어있을 때 그의 길동무가 옆에서 손을 내밀고 길을 인도했다. 그 그림으로 어렴풋한 희망과 함께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길은 눈부실 수밖에 없음을.

'눈부신 길' 이동우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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