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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신아' 심희섭 "스타 될 거란 생각은 NO…연기 오래 하고 싶어요" [인터뷰]
작성 : 2018년 04월 27일(금) 01:05

심희섭 / 사진=국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연극에서 영화로, 또 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하며 조연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연기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는 불현듯 찾아온 기회를 그냥 놓치지 않았다.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극본 한우리·연출 강신효)'에서 주하민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호평받은 배우 심희섭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변호인' '암살'에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심희섭은 2016년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시작으로 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SBS '사랑의 온도'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주연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좋은 역할을 맡았고, 새로 접하는 시도도 많았어요. 두려움도 크고 기대도 컸는데 주하민 캐릭터를 작가님께서 워낙 매력적으로 그려주셔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좋은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웃음)"

주하민은 왕목사(장광) 백도규(이효정) 국한주(이재용) 등 악랄한 인물들에게 순종하며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생존을 위해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또 그가 가진 아픈 과거는 그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들었고, 오히려 측은지심이 들 정도로 모성애를 자극해 여성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심희섭은 이러한 사랑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배우로서 느낀 주하민 캐릭터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주하민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사건 중심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사는 인물이에요. 표현은 단절돼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사연이 있었죠. 주하민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삶이 매력적이라기보다는 내면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표현방식이라든지, 선과 악의 무리 사이에서 누구 편인지 알 수 없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들, 그런 게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첫 주연이고 장르물인 데다가 감정선이 쉽지 않았거든요. 자칫하면 존재감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재미없겠다 싶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심희섭 / 사진=OCN 제공



하지만 심희섭은 강신효 감독의 조언과 격려 덕분에 현장에 금방 적응하며 고민을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 성격이 너무 좋으시다. 큰 소리 한 번 안 내시고 융통성 있게 스태프와 소통도 잘해주셨다. 다들 힘들면 예민할 법한데 배려하는 분위기였다. 감독님께서 워낙 리드를 잘해주셔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았다. 또 극에 코믹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더 재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강신효 감독이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주도했다면, 한우리 작가는 SBS 시사 다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작가 출신답게 촘촘하고 긴장감 넘치는 대본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작가님은 사건을 디테일하게 그려주셨어요. 자료 조사도 많이 하시고 사건을 깊게 파고들었죠. 극 중 천재인(강지환)이 폭탄도 만들고 라디오도 만드는데 대본에 유튜브 영상 출처까지 기재해주셨어요. 설명서를 넣어주신 거죠. 그런 것 하나하나 꼼꼼하게 써주셔서 엄청 놀랐어요. 대본도 빨리 나왔고요."

한우리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탄탄한 전개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고, 최종회까지 무너지지 않는 개연성으로 호평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심희섭 역시 권선징악 결말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저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16회 대본이 나오고 집중해서 읽었는데, 읽고 나니까 좋았어요. 결말에서 주하민은 죽거나, 어린 시절 꿈이었던 슈퍼 주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진짜 슈퍼 주인이 돼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조용히 살아가게 됐잖아요. 본인의 의지로 이뤄낸 게 아니라 천재인이 목숨을 구해줘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무사히 마무리한 심희섭은 후련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던 만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 터. 그런 그에게 종영 후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지 묻자 "국내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차분하게 휴식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맛있는 거 잘 먹고 스트레스 없이 가만히 있어 보고 싶어요. 그런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해야겠어요. 너무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독립영화부터 웹드라마까지 1년 사이에 다섯 작품 정도를 했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봐요. 평소에 멀리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말해놓고 안 갈 수도 있어요.(웃음)"

심희섭 / 사진=국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살, 한 연극을 보고 막연하게 배우의 꿈을 갖게 된 심희섭은 연극에 집중하다 31살이 되어서야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슬럼프를 겪었을 법도 하지만 "뭘 많이 못 해서 슬럼프를 겪을 수가 없었다"고 머쓱하게 웃어 보인 그는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배우로서 살아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특별한 영감을 받아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고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하면서 빠져들게 됐어요. 운이 좋아서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연기를 오랜 세월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교를 연기학과로 진학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연극만 했어요. 모여서 작품에 대해 분석하고, 얘기하고, 신을 만들어가고, 자유롭게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 졸업하고 나서 기회가 주어져서 영화를 하게 됐고, '변호인' 찍고 잠시 쉬다가 2016년부터 드라마를 쭉 했어요."

연극에서 영화로, 또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연기를 한다는 건 같지만 매체마다 주어지는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 심희섭은 "연극을 하다 영화 촬영을 하게 됐는데 카메라가 있으니까 생소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또 워낙 송강호, 이정재 등 대선배님들과 하니까 긴장됐다. 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있었다. 매체를 가려서 연극만 했던 건 아니었고, 다양하게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뻔한 말이지만 연기할 수만 있다면 가리지 않는다. 또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렇듯 한 계단씩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심희섭을 보고 있자니 그가 배우로서 어떠한 목표를 갖고 연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목표는 없고 재밌어서 하고 있어요. 업적과 명예를 쌓아 올리고, 스타가 되고 이런 건 생각 안 해봤어요.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해봤고요.(웃음) 코앞에 놓인 걸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점점 성장해나가니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떠한 수식어를 얻고 싶다거나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말은 없었지만 심희섭의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는 말에서는 그 어떤 말보다 강한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사실 불안감은 늘 있어요. '배우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거요. 저는 배우 생활을 오래 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제일 어려워요. 그리고 사람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쟤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노력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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