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이경의 눈물 젖은 코믹 [인터뷰]
작성 : 2018년 04월 26일(목) 16:11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이경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이이경의 코믹 연기에서 왠지 모를 '짠내'가 풍긴다.

최근 간만에 볼만한 시트콤이 부활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 극중 이준기는 지지리 운 없는 만년 단역배우 캐릭터였다.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정 가득한 청춘. 짝퉁 울버린으로 변신해 우여곡절을 겪고, 우스꽝스러운 문어 옷을 입은 채 감독의 비위를 맞춘다. 주인공에게 얻어맞는 '조폭1'로 분해도 그저 연기할 기회에 신이나 싱글벙글이다.

깡다구, 열정, 인성 다 갖췄으나 기회가 없어 실력 발휘에 목마른 아이러니한 청춘의 자화상 이준기. 그는 청춘물과 시트콤의 컬레버레이션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관통하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메신저였다.

이 시대 청춘들의 우여곡절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작품 의도와도 맞아떨어진 캐릭터를 곱절 살린 일등 공신. 배우 이이경이었다. 시청자들은 코믹의 핵심을 도맡은 이준기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 배꼽을 잡았다.




그는 "'와이키키' 이준기는 나에게 인생 캐릭터이자, 인생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큰 사랑을 받은 부분도 감사하고, 현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는 점도 뿌듯하다. 덕분에 연기자로서 자존감도 높아진 기분"이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촬영 중 벌어진 우스운 에피소드, 기억에 남는 가장 코믹한 장면 등을 묻자 이이경의 목소리가 잠겨왔다.

'만년 단역'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팠단다. 이이경은 "이준기가 배역을 따내기 위해 왁싱을 하고 오디션에서 보기좋게 떨어지는 모습들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을 키우고, 긍정하는 모습들은 더욱 짠했다"고 전했다.

이이경은 부끄러움 모르는, 어찌 보면 무모한 이준기에게서 이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포기를 모르는 긍정적인, 누군가에게는 '바보 같다'며 손가락질받을 수도 있는 이준기와 공감하는 과정은 정말 간단했다. 오히려 너무 과하게 상황에 몰입해 웃어야 할 장면에서 안타까워 오열해버린 탓에 NG가 났을 정도다. 예전 내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이라며 "나도 MBC 드라마 엑스트라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물불 가리지 않았다. 마트에서 시음 판매도 하고, 어린이날 후레쉬맨 탈을 쓰고 아동극도 했다. 생계형 배우에게 이유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게 돈을 많이 주니 먹고 살기 위해 했다. 당시 나도 이준기처럼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재밌게 했다"고 전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이경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및 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제공



오디션, 또 오디션,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도 그러려니 달리는 이준기의 모습에서도 이이경은 공감을 표했다. 그는 "지나고 보니 이준기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웃어넘기는 모습이 짠하더라"며 "당시에는 나도 그랬다. 열 번의 오디션에서 한 작품이 붙으면 '대박'이었고, 백번 중 한 작품이 성사되면 '감사'했다. 천 번 중 한 작품 간신히 얻어내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달렸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이이경은 이준기를 연민했다. 마냥 코믹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바보' 캐릭터로 소모시키기는 싫었단다. 그는 "이준기가 무모한 건 맞지만 그 노력이 바보처럼 보이고 끝나긴 싫었다. 코믹한 몸부림 뒤에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준기라는 캐릭터가 이번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해 그의 사연과 서사를 풀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이이경의 간절해본 경험들은 한때의 고생담에 그치지 않았다. 연기 열정으로 피어올랐고, 신념으로 굳어졌다. "작은 배역을 맡는다고 작은 배우가 아니다"라는 굳은 자존감. 출발부터가 독립영화였다. '미일 이발관'(2011) '한땀한땀'(2011)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으며, 첫 주연작은 퀴어 영화 '백야'(2012)였다. 이후 소위 말하는 상업 작품 분류되는 드라마 '학교2013'(2013) '별에서 온 그대'(2013) '마녀보감'(2016) '태양의 후예'(2016) '고백부부'(2017), 영화 '해적'(2014) '괴물들'(2016) '공조'(2016) 등으로 지침없이 대중에 얼굴을 비췄다. 중간중간 '야간비행'(2014) '아기와 나'(2016) '커튼콜'(2016) 등의 독립 영화와의 인연도 놓지 않았다.

동성애부터 악역, 코믹, 로맨스까지 장르불문, 분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연기했다. 평범하지 않은 작품과 역할들로 촘촘히 채워낸 것은 이이경 스스로의 의지였다. 그는 "무거우면 하고, 가벼우면 안 하고 따위의 기준은 없다. 함께 하는 사람에 반해 임하는 경우도 있고, 역할에 공감해 욕심내는 경우도 있다. 극중 유달리 우습고 가벼운 역할이라도 극 전반의 환기를 담당해 기분 좋게 출연하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라면 책임감이 생기고 끌리더라. 한 작품으로 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하기 전부터 이미지 고착을 걱정할 필요 없지 않나"라며 소신을 밝혔다. 작품이라는 전체 중 모자이크 한 조각을 채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의중이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이경 / 사진=HB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이경의 고민 없는 질주에 오히려 주변에서 난리다. '고백부부'에 이어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워낙 맛깔난 코믹 연기를 펼친 탓에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면 어쩌냐는 걱정들이 들려온단다.

이이경은 "이미지 고착을 고민해야 하는 게 배우의 의무일 수도 있다. 난 멜로를 하는데 시청자에게 코믹으로 느껴지면 난감하다는 말도 맞다"며 "예를 들어 차기작 MBC 드라마 '검법남녀' 속 형사 역할은 코믹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내가 의도한 톤과 보는 이들이 받아들일 때 톤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분명 있다. 하지만 작품 선택에서부터 지레 겁먹으면 안 된다. 연기하며 내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이 우선이고, 평가는 이후 문제다. 배우로서의 숙제고,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는 난제다. 앞으로 잘 풀어내 볼테니, 혹 '검법남녀'를 보는 시청자가 '집중이 흐트러진다' 욕을 하더라도 달게 받겠다"고 자신했다.

이이경은 작품의 빈도도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 종횡무진 연달아 작품에 임하고 있는 그는 심지어 연극, 뮤지컬에도 욕심을 냈다. 제풀에 지치지는 않을까 컨디션 관리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에는 헝그리 정신이 가득했다.

"올해 들어 정확히 이틀 쉬었다. 소속사에서도 '이러다가 쓰러진다'며 말리더라.(웃음)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촬영하면서도 중간중간 영화 '괴물들' 행사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다녔다. 죽을 것처럼 힘들고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거기서 그치더라. 살아가는데 지장 없으니 괜찮다. 그토록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못해 애달팠던 게 엊그제 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요청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작은 역할인데 괜찮으세요?'라고 감사하게 물어주기도 한다. 당연히 괜찮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매일매일 무엇인들 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요즘이다. 필요에 의해 움직이고, 대중이 필요로 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꾸준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




이호영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