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아저씨와 누나의 로망, 왜 '밥누나'는 괜찮고 '나저씨'는 욕먹을까 [ST포커스]
작성 : 2018년 04월 26일(목) 13:41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정해인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최근 시청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드라마가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 속 연하남에 대한 로망을 담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가 직장에서 만난 여직원과 24살 나이 차이를 뛰어넘고 밑바닥 인생 속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나의 아저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드라마는 연상연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과 특정한 시청자 층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2030 여성 시청자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주 시청자 층인 여성이 아닌 중년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두 드라마는 TV화제성 드라마 부문(굿데이터)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드라마로 떠올랐다. 그러나 두 드라마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엇갈린다. 호평을 받고 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달리 '나의 아저씨'는 매회 시청자의 설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슷해보였던 두 드라마의 어떤 차이점이 이러한 상반된 평가를 만들어냈을까.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현실과 비현실의 적절한 컬래버레이션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연출 안판석)'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는 '진짜 연애'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35세 커피회사 가맹운영팀 대리이자 '예쁜 누나' 윤진아 역은 손예진이, 게임회사 아트 디렉터이자 윤진아를 향한 사랑에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는 '직진 연하남 서준희 역은 정해인이 맡아 열연 중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방송 초반, 현실적인 스토리로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윤진아가 회사에서 겪는 고충들은 2030 직장인 여성들이 흔하게 겪는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윤진아는 프로페셔널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꼰대' 같은 회사 상사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으로 '윤 탬버린'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까지 당하지만 원활한 회사 생활을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심지어 상사는 업무적인 실수를 저지른 후 부하 직원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실제로 직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직장에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윤진아가 집에서 겪는 고충 또한 30대 여성이 흔하게 겪는 일들이었다. 윤진아의 엄마는 결혼을 독촉하는가 하면, 남편과 자식의 출세에만 최우선에 두고 끊임없는 잔소리를 했다. 또 윤진아는 30대 중반임에도 부모님에게 하나하나 감시를 당하며 연애 또한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이별 후 질척거리며 폭력까지 일삼는 윤진아의 전 남자친구 이야기는 최근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이야기로, '안전 이별'을 우려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 공감을 자아냈다.

이처럼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운 암담한 상황 속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서준희다. 서준희는 미국 지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돌아와 오랜만에 본 '아는 누나' 윤진아에게 반하고, 그녀에게 직진하며 사랑을 이어간다. 윤진아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도와주며 서준희는 여성들이 꿈꾸던 상상 속의 '연하남'처럼 솔직하고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가 설레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서준희와의 달달한 로맨스는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시청자에게 더욱 극적으로 다가간다. 또 집안의 반대와, 구남친의 방해를 겪는 등 윤진아와 서준희의 로맨스가 마냥 달콤하지 않은 것도, 서준희와 윤진아의 캐릭터 설정이 비현실적이지 않은 점도 시청자가 극에 더욱 공감하고 몰입하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4살 어린 친구 동생과의 사랑'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고, 주인공의 직업도 배경도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기에 더욱 설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일주일 동안 현실에 치이며 지친 2030 여성들에게 매주 금, 토 위로가 되며 사랑받고 있다.

'나의 아저씨' 이지은, 이선균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 '나의 아저씨',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다지만 너무 다르잖아요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이선균과 이지은(아이유)이 각각 박동훈, 이지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동훈은 45세의 건축구조기술사로, 우연히 휘말린 사건 때문에 회사에서 내쳐질 상황에 놓여 있으며, 대학 후배이자 자신의 회사 대표 이사와 바람피우는 아내 때문에 안팎으로 괴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이지안의 처지는 더 처참하다. 6세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진 그는 사채 빚을 갚으며 살아가고 있고, 살인을 저질러 소년원에 갔다 온 이력도 있다.

이처럼 박동훈과 이지안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박동훈이 이지안을 만나면서 자신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그를 위로해주고, 박동훈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에 중년 남성 시청자들은 박동훈에 감정 이입을 해 함께 위로받으며 '나의 아저씨'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아저씨'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너무 과할 정도로 캐릭터를 설정해 많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동훈은 그나마 중년 남성이 쉽게 고민할 법한 일들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살인, 소매치기, 앵벌이 등 범죄 행위에 노출돼 있는 이지안의 삶은 아무리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극단적으로 비참하다. 마치 박동훈이 위로할 수 인물이 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모양새다.

캐릭터 설정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에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비리에 불륜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이 이지안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신이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뒤섞여 있다. '나의 아저씨'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이 정신적인 교류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범죄가 이용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더 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10회 방송분에서 이지안은 박동훈에게 "한 대만 갈겨달라고, 내 뒤통수. 정신 번쩍 나게. 어떻게 이딴 인간을 좋아했나 머리 박고 죽고 싶게. 때려, 끝내게. 안 때리면 나 좋아하는 거로 알 거야"라고 말했고, 박동훈은 이지안이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세게 뒤통수를 내리쳤다. 미행하는 사람이 붙은 박동훈을 구하려던 이지안의 계략이긴 했지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장치로 계속해서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나의 아저씨'에 불편한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갑론을박 속 '나의 아저씨'는 이제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겨뒀지만, 배우 교체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면서 2회 휴방을 결정했다. 매주 방송 후 극단적인 설정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나의 아저씨'가 휴방 후 돌아온 남은 4회에서는 외면한 이들의 마음까지 되돌리는 전개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수연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