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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 첫방] 나영석 표 ASMR, 재밌는데 눈 뜨니 토요일 아침
작성 : 2018년 04월 06일(금) 21:52

'숲속의 작은 집'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숲속의 작은 집'이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 속에 묘한 재미와 힐링을 선사했다.

'이 프로그램은 행복에 관한 실험 보고서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 tvN '숲속의 작은 집'.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잔잔하고 생생한 자연을 담은 화면으로 6일 밤 포문을 열었다.

이날 피실험자A로는 배우 박신혜가 등장했다. 그는 "숲속의 작은 집에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러 왔다"며 집을 소개했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인 실험 공간은 전기, 가스, 난방 등 공공시설 이용이 불가능했고, 피실험자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다. 그동안 현대인들이 누려온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살아보는 것이었다.

이어 피실험자B로 배우 소지섭이 나타났다. 소지섭은 "다 좋은데 화장실이 밖에 있네"라면서도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큰 것 같다"며 실험 공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양말이랑 속옷도 안 가져왔다. 쓸 수 있는 게 풍족하지 않으니 최대한 아껴서 써보려고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두 사람의 집에 있는 것 중 가장 특이한 물건은 노트북이었다. 바로 행복추진위원회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후 두 피실험자에 대한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실험은 '미니멀리즘'이었다. 가지고 온 물건들 중 정말 필요한 물건 빼고는 반납해야 했다. 소지섭은 망설임 없이 핸드폰, 모자, 칫솔 등 몇 가지를 제외한 후 가방을 통째로 반납했고, "너무 쉬웠다"며 "저는 중요한 게 별로 없다. 징크스가 없다. 루틴을 잘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신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아쉬워했지만 이내 가져온 음식 양을 덜어내는 방법을 택했고, "처음에는 '너무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식물 쓰레기로 나오지 않게 미리 덜어두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실험은 '갓 지은 쌀밥에 반찬은 단 한 가지 식사'였다. 박신혜는 "김치도 반찬에 속하냐"며 괴로워했지만, 소지섭은 "배고프면 식사하겠다"며 충전식 라디오를 켜서 듣고, 책을 읽었다. 또 소지섭은 "도시에 살면 노이즈가 많은데 여기 오니 기분 좋은 소리가 많다. 바람 소리, 새 소리가 기분이 좋다"며 "ASMR도 들어 봤다. 다이어트 할 때 먹방을 가끔 보는데 소리로만 하는 분들도 있더라. 요즘에는 한가지 소리만 듣기 힘들지 않냐"고 밝혔다. 이후 박신혜는 뭇국을 끓여 밥을 먹었다. 소지섭은 아스파라거스와 소고기를 구웠다. 두 사람 모두 식사에 만족해했다.

식사 후 박신혜는 직접 장작을 패고 난로에 불을 지폈다. 소지섭도 난로를 피우고는 멍하니 불을 바라봤다. 소지섭은 "할 게 없는 게 좋은 것 같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생각조차도"고 털어놨다. 밤이 된 후 소지섭은 책을 읽다 소금으로 양치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등 잘 준비를 했다. 박신혜는 씻은 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감탄했고, "굉장히 행복했다. 너무 좋았다. 서울에서는 잘 못 보니까"라고 전했다.

세 번째 미션은 '해와 함께 눈을 떠보세요'였다. 박신혜는 늦잠으로 미션에 실패했다. 소지섭은 "생각보다 잠을 잘 잔 것 같다. 기분 좋았다. 아침에 새소리가 나더라. 정말 오랜만에 아침에 들어봤다. 무심코 흘러가는 소리였는데 나중에 인지가 되더라. 평소에는 집에서 차 소리를 제일 많이 듣는다"며 흡족해했다.

이어 '계곡의 소리를 담아 오세요'라는 미션이 시작됐다. 한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는 이 미션은 시끄러운 도시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에 소지섭은 "도시에서의 소리가 안 들려서 좋다. 기분을 망치게 하는 소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숲속의 작은 집'은 현대인들의 바쁜 삶을 벗어나 꿈꾸고는 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현실을 대신해 매일 정해진 미니멀 라이프 미션을 수행, 단순하고 느리지만 나다운 삶에 다가가 보는 프로그램.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금요일 밤에 쟁쟁한 프로그램이 많다. 저희가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데 다행히 전작 ‘윤식당2’가 시청률이 잘 나왔다. 그래서 회사에서 한 번쯤은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맥주 마시다 마지막에 TV 끄고 잠들기 전에 보기 좋은 프로그램이니까 보시면서 힐링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처럼 '숲속의 나의 집'은 그동안 나영석 PD가 보여준 프로그램과는 완벽히 다른 포맷이었다.

나영석 PD가 그동안 선보여왔던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등은 재치 있는 편집과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다양한 상황이 프로그램 특징이었다. 하지만 '숲속의 작은 집'에는 자막이 거의 없었고, 정적인 화면 속 설명 위주의 내레이션이 전부였다. 마치 ASMR을 듣는 듯한 연출이었고, 이는 오히려 프로그램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

또 그동안 예능에서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소지섭, 박신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러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에서는 의외의 면모가 드러나 신선한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숲속의 작은 집'의 진정한 묘미는 보이는 것에서 오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었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갔던 삭막한 삶에서 벗어나 자연의 본질에 집중하는 피실험자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 것이다. 또 여기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 시청자에게 힐링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숲속의 작은 집'은 그동안 나영석 PD가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다큐멘터리였고, 그동안 놓치며 살아온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힐링 프로그램이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바쁜 한 주를 보낸 시청자에게 휴식을 선사한 '숲속의 작은 집'이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지 기대된다.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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