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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조바심 거두니 자연스레 떠올라 [인터뷰]
작성 : 2018년 04월 06일(금) 10:12

'라디오 로맨스' 김소현이 성인 연기의 첫 단추를 꿰었다. / 사진=E&T Story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배우 김소현(19)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보인다.

1999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이 된 배우 김소현에게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극본 전유리·연출 문준하)라는 퍽 부담스런 과제가 주어졌다. 아역 출신 꼬리표를 떼기 시작했다는 거창한 출사표. 여기에 성인 연기 첫 단추, 첫 로맨스 연기 도전 등 온갖 수식이 붙은 기대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붙었다.

자연히 갓 스무 살 유망주의 어깨는 무거워졌고, 숙제는 쌓여갔다. 김소현은 결론부터 말했다. "괜한 걱정"이었단다. 막상 해보니 별 것 아니라기보다는 스스로 만든 허구의 골칫거리였다는 설명이다.

김소현은 "'라디오 로맨스'에 투입된 시점이 좋지 않았다. 전작 MBC 드라마 '군주'를 끝낸 시점과 한 달가량 차이가 나지만, 여운을 추스리기에 부족한 감이 있었다"며 "정말 불안한 심리상태였다. 평소 작품 속 역할 성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군주'의 어두운 극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였기에 우울감에 휘둘렸다. '군주'에서 내 몫을 해내지 못한 것들도 곱씹던 상황이었다. 자책감이 들더라.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라 더욱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엎친데 덮친격 '첫 성인 연기'라는 의미부여까지 김소현을 짓눌렀다. 그는 "전작의 여파가 남은 상태에서 숙제를 시작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나 보다"라며 "모두가 기대하고, 나도 바랐던 스무 살의 모습과 성인의 연기. 어떤 방면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이건 뭐 정답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토로했다.

'라디오 로맨스' 김소현이 성인 연기의 첫 단추를 꿰었다. / 사진=E&T Story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답은 없었다. 김소현은 사실을 직시했다. 허우적거려봤자 더 깊이 빠지기만 하는 '늪' 같은 고민이라는 것. 김소현은 "연기 선생님에게 하소연하니 '차라리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고민해봐. 그냥 편히 해'라고 하시더라. 참으로 맞는 말 아닌가. 내 역량은 정해져 있었다. 머리 싸매고 나를 괴롭힌다고 갑자기 '어른 연기'가 튀어나올 리 만무했다"며 "안 해도 될 걱정이었고, 해봤자인 걱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정을 지우니 긍정이 솟구쳤다. 김소현은 "내가 성인의 모습으로 연기를 하는 게 처음부터 좋은 반응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생겼다. 나를 그간 지켜본 시청자들이 내가 마음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부터 '김소현 스무 살 다 됐네' '성인 연기 완벽하네'라고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봤다"며 "'라디오 로맨스'처럼 유쾌하고 밝은 극성을 만난 것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이 편하게 읽히더라. 무엇보다 착하고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를 함께한다는 뿌듯함도 생겼다"고 전했다.

걱정이라는 어깨 위 무거운 짐을 걷어내니 자연스레 '라디오 로맨스' 송그림이 선명해졌다. 김소현은 "송그림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했다"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어른스러워 보여야 해'라는 생각을 없앴다. 겉으로 보이는 화장이나 옷으로 힘을 줬고 송그림의 성격 말투 가치관 등을 애써 성숙하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라디오 로맨스' 김소현이 성인 연기의 첫 단추를 꿰었다. / 사진=E&T Story 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디오 로맨스'를 마치니 마음가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김소현은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곰곰이 추려보니, '군주'를 끝냈을 때와 비슷하더라. 언제나 아쉽기 마련이고, 피할 수 없는 찝찝함인가보다"라며 "시청률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배우들보다는 스태프들의 공이 인정받지 못한 기분이라 아쉽다"고 답했다. 자책으로 아까운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며 차기작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그친 것.

김소현은 "대중의 기대치도 마찬가지다. 항상 어느 정도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에 부응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압박했다. 당연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에서 힘듦이 왔다. '군주'를 할 때 그런 지침이 현장에서도 나타났다"며 "무기력하고 힘이 안 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압박감을 느끼면 정말 힘들어진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자신감을 잃었다. 그런 내 습관을 고친 것이 아주 의미 있는 요즘"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김소현은 지금 서있는 자리를 명료하게 바라봤다. 완벽히 준비됐다고 호언하거나, 목적지 뚜렷한 이정표를 얻었다고 확신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다스리기 좋은 자세와 힌트 정도 얻었단다.

"처음 성인 연기를 하면서 술을 제조하고, 운전을 해봤다. 경험 그 자체가 멋진 일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 자체가 잘한 일 아닌가. 완성도는 앞으로 쌓아나가도 충분하겠더라. 조바심 내봤자 빨리 가지 못하잖나. 아직 '앞으로 이 방향으로 쭉 나아가야지'라는 정답은 얻지 못했다. 아마도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저 '이건 대중이 싫어하고, 이 정도로 조절해야지' 정도의 힌트를 얻었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 보다.(웃음) 앞으로 연기할 날 많으니 미리 깊이 생각해 지쳐버리지 말고, 천천히 가야겠다. 어찌 됐던 첫 단추 '라디오 로맨스'는 꿰어졌다. 그 힘들다는 시행착오를 겪어 뿌듯하다. 하나하나 덜어가는 김소현을 기대해달라."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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