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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 이순재 "신구, 최불암과 노인 시트콤 하는 상상해봤다" [인터뷰]
작성 : 2018년 04월 05일(목) 23:28

이순재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이순재는 1956년에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데뷔해 60년 이상 연기를 했다. 당시 연기자들은 '딴따라'로 불리며 폄하당했다. 그 시절 소수의 톱스타를 제외하면 한 가정을 이끌 정도로 경제적인 안정감을 누리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이순재는 총각 때 호감있던 여인을 보내준 적도 있다고.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연기는 내가 좋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원로 배우 이순재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이순재는 "후배들에게 해주는 최고의 격려는 연기 평생 하라는 거다. 연기는 평생 할 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단 조건이 있다. 실력이 따라붙어야 한다. 대배우 중 평생 활동 못 하는 경우 많지 않나. 어느 한 구석에 핸디캡이 있어서 그런 거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해야 한계를 넘을 수 있다. 그래야 예술이 되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가장을,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2)에서는 자상한 할아버지를,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에서의 야한 동영상을 보는 할아버지인 '야동 순재'로 변신하는 등 그는 노역(老役) 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이순재는 "연기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젊을 때 멜로 주연 했던 친구들은 그것만 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잘못하면 고정이 돼버릴 수도 있다. 본인도 그쪽만 추구하게 되고…'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배우가 어느 한 작품으로 뜰 수 있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그게 끝인 양 목매다 보면 거기에서 끝나는 거다. 연기는 끝이 없는 거다. 노래도 한곡 갖고 평생 해봐라. 몇 번 듣다가 지겨워지지 않냐. 자꾸 바꾸고 변형해야 한다"며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설파했다.

이순재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아직도 그는 주연을 제안받는다. 5일 개봉한 '덕구'(감독 방수인·영화사 두둥)에서 그는 죽은 아들과 집 나간 며느리 대신 손주들을 돌보는 할아버지를 연기했다. 영화 주연은 지난 2012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후 6년 만이다. 이순재는 "우리 나이에 주연 자리가 오겠냐"고 '덕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를 장난스레 말했다.

단순히 비중이 커서 '덕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이순재는 "시나리오를 지금껏 수천 편은 보지 않았겠나. 딱 보면 억지인지 아닌지 안다. '덕구'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아주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 설정이 없이 흘러가면서도 심금을 울렸다. 괜찮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순재는 '덕구'의 매력에 대해 "울음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다.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다. 요즘 세상도 영화도 너무 각박한데 '덕구'는 따뜻한 영화다"며 영화의 매력을 전했다.

'자칫하면 이야기가 신파가 될 수 있기에 이순재는 '절제'하는 연기를 택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울컥해서 연기할 때는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연기 형식 가운데 절제라는 개념이 있다. 배우가 너무 다 연기해버리면 관객 몫이 없어지더라. 관객의 감성을 촉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 영화 보면 웬만해선 절절하게 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재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최근 '덕구' 외에도 임현식, 신구 등이 출연하는 '비밥바룰라'를 비롯해 나문희가 열연한 '아이 캔 스피크'까지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아이 캔 스피크'는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순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노인이라고 이야깃거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내가 지나가는 이야기로 PD에게 늙은이 나오는 시트콤 좀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잘 못 알아듣더라. 내가 생각해 본 건 세 집안의 이야기다. 나도 좀 써주고 신구도 좀 써주고 최불암도 써주고"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그 셋이 뭉쳐도 각자의 개성이 있으니까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얼마든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84세의 나이임에도 이순재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장시간 이어지는 인터뷰에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인터뷰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드라마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라도 드라마 시청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활용하자는 거다. 우리가 드라마에 참여할 때는 그 의지를 갖고 참여한다. 신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욕심과 의지를 갖고 있다. 자기 몫은 다 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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