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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배드키즈' 모니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인터뷰]
작성 : 2018년 04월 03일(화) 21:21

모니카 / 사진=ZOO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기대돼요. 제가 마흔되면 어떨지."

보통 연륜이 아니다. 슬쩍 던지는 짧은 운에도 'A to Z'를 받아칠 수 있는 능란함이란. 아직 스물여덟 살이란 숫자에서는 도저히 나오기 어려운 관록이었다.

이유가 있었을 게다. 혼혈이라든가, 연습생 시절에 당한 사기라든가, 8명의 멤버 탈퇴를 지켜봐야 했던 팀 리더라는 위치라든가. 어림잡아 세 사람쯤이 살았을 힘겨운 인생을 짧은 시간 안에 고농축으로 겪다 보니 모든 것에 초연할 수밖에 없는 경지였을 법했다. 비유하자면 단단하다 못해 딱딱하게 배겨버린 굳은 살 같달까. 그럼에도 특유의 '긍정파워'로 한 걸음 또 나아가는 그다. 가수 모니카 이야기다.

지난 2014년 배드키즈로 데뷔한 모니카는 4년간 꿋꿋이 지켜오던 팀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 23일 싱글앨범 '좋아질까'를 내고 솔로로 데뷔한 것.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아직은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멤버들 없이 혼자 활동하는 게 아직은 낯설다. 적응하고 있다"는 소감이다.

모니카 / 사진=ZOO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창정의 '또 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 등을 작곡한 멧돼지와 신예 작곡가 홍익인간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좋아질까'는 브리티시 팝 발라드로, 남녀의 이별 후 감정을 담은 곡이다. 모니카는 "제가 이번에 참여를 많이 했다. 가사 작업도 제 경험을 녹여서 같이 했고, 뮤직비디오 콘티 내용이라든지 노래의 감성적인 부분도 회의를 같이 해서 제 색깔이 많이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이 간다"고 전했다.

모니카는 특히 탄탄하고 웅장한 스트링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아델 같다"는 평까지 이끌어낸 신의 한 수였다. "처음에는 피아노 버전으로만 해서 아기자기하고 잔잔하게 갈 줄 알았는데 스트링이 들어가니 많이 다르더라. 다른 노래랑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꼽은 그였다.

다만 쏟아지는 고음은 모니카를 힘들게 한 요소였다. 그는 "녹음하면서도 애를 먹었다. 제 목소리가 허스키한 중저음이라 개인적으로 '반키를 내렸으면 좀 더 편하게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제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고, 하고 나니까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단점이자 장점이 음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차별화돼서 저만의 장점이 됐으면 좋겠고, 음색만 돋보이는 것보다 그 안에서 제가 갖고 있는 스킬도 보여드릴 수 있게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제가 무슨 노래를 불러도 한이 있어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복면가왕' 때는 제가 일부러 오버한 것도 있지만 판정단 분들이 '40대 같다'고도 해주셨거든요. 이걸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개발해야겠다 싶었어요."

모니카의 이번 앨범 첫 번째 목표는 그의 '새 출발'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는 "물론 팀에 있을 때 솔로 음원도 냈었고 '복면가왕'도 해서 목소리를 알려드리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배드키즈 메인보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제 솔로 데뷔와 '이런 음색도 있어요'라고 알리는 게 목표"라고 힘 줬다.

모니카 / 사진=ZOO엔터테인먼트 제공



그토록 원하던 이 길에 들어서기까지 참 멀고도 험한 여정이었다. 독일인 아버지 영향으로 독일 학교에 다녔던 모니카는 어린 시절, 연극 동아리를 하다가 축제 때 부른 재즈로 인해 대형 기획사에 캐스팅됐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 진전이 없는 것 같아 회사를 나와버렸고, 14살 때 데모 테이프를 소개받아 녹음을 하러 갔다가 모 회사의 제안을 받게 됐다.

"아무 것도 모르니까 계약 하나 안 했다"고 당시를 떠올린 그는 "레슨도 없었는데 몇 년 동안 그냥 있었다. 큰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저는 '회사 있다'며 끊었다. '바보였구나' 싶다. 그러다 솔로를 준비했는데 엎어졌고, 사기도 당했다. 걸그룹 준비하려고 또 다른 회사에 갔다가 이번 노래를 써주신 작곡가님을 만나게 됐다. 그분이 저를 솔로로 해서 곡까지 쓰셨는데 결국 무산됐다. 그러다 거기에 남자 연습생들도 있어서 '제2의 블랙아이드피스'로 혼성을 만들려고도 했다. 그것도 안 되고,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나 배드키즈로 데뷔하게 된 거다. 여러 가지 준비했었다"고 대서사시를 읊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얻은 배드키즈란 기회도 순탄치 않았다. 잦은 멤버 교체에 시달리며 팀 자체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 "가수라는 직업이 좋고 계속 하고 싶어서" 배드키즈에 남았던 모니카는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 친구들 때문에 흔들리는 건 어리석은 것 같았다. 연습생 기간 동안 몇 백 명이 나가고 들어오는 걸 봤다. 이 팀을 결성하기까지도 몇 십 명이 나가고 들어왔다. 어렵게 데뷔했는데 나갔다고 흔들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모니카다.

안타까움도 컸단다. 그는 "우리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런 스트레스는 있었다. 저만 안 바뀌니까 간혹 '얘가 왕따시키는구나' 오해하시는 분도 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면 반대였다. 안타까운 건 그 친구들이 더 끈기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쉽게 그만둬서 안타까웠다. 남아있는 사람으로서는 지쳤다.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면 으›X으›X 해야 되는데 너무 지쳐있으니까 신경을 많이 못 써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모니카 / 사진=ZOO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국 그는 팀을 떠났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또 "배드키즈의 음악이 아닌 모니카의 음악을 하고 싶어" 1년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어 그간 홀로 속앓이를 하던 그는 솔로로 결정이 난 후에야 멤버들한테 상황을 전달했다. "마음에 걸렸지만 다들 이해해주고 응원을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는 그다.

"아무래도 힘든 시기를 같이 겪어서 그런지 케이미는 쿨하게 '그래요. 그게 맞아요'라고 해주더라고요. 소민이랑은 따로 카페에 갔는데 제가 말을 도저히 못 꺼내겠는 거예요. 근데 소민이가 먼저 알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속 깊은 동생이구나' 싶었죠. 그날 많이 울었어요."

홀로 선 모니카는 욕심이 많다. R&B, 힙합, 댄스, 발라드 등 음악적으로 다양한 색을 담고 싶어 했고, "다량의 행사 경험으로 입담이 나쁘지 않다"며 예능에도 나가길 원했다. 그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정글의 법칙'이나 '런닝맨'에 나가면 재밌을 것 같다"면서 "음악 관련된 활동도 하고 싶다. '불후의 명곡'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너무 나가고 싶다. 토크도 하고 노래도 하지 않나. 유희열 선배님이랑 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가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그걸 표출을 많이 못했거든요. 이번 음원 발표를 시작으로 다음엔 기회가 되면 방송이나 예능까지 차근차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전에 '만능 엔터테이너' '팔색조'라는 말을 많이 썼잖아요. 그렇게 불리고 싶어요."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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