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오효진 기자] 이현주 감독이 영화계 동료를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속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에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과 함께 피해자에 고소 취하 요구 등의 2차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처음 인지한 책임교수 A 씨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진위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 부적절한 말은 물론 재판이 시작되자 이 감독 측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도 했다.

이어 아카데미 원장 B씨는 성폭행 사건과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인 영진위에 알리지 않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의 졸업 작품을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 ·홍보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됐다. 이 감독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이 감독에게 재판에 쓰일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사건은 장기간 은폐됐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밝히면서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하고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오석근 영진위 위원장이 피해자에게 조사결과를 알리면서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며 "아카데미 내부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오효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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