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선호 기자]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병을 기울이고 싶다면 찾는 곳은 어김없이 고깃집이다. 그럴 때마다 알고 있는 고깃집은 뻔하고 고기 맛도 언제나 똑같다. 그러나 스포츠투데이가 소문을 듣고 찾아간 이 집은 달랐다. 고기 맛부터 가격까지 그야말로 '착한' 고깃집이다.
기자가 가게에 들어서자 귓가에 팝송 '카사블랑카'가 들려온다. 범상치 않은 가게 분위기를 느끼며 음식의 맛을 담당하고 있는 주방장 조경문 씨를 만났다. 식당에서 이뤄지는 대화답게 화제는 고기의 '맛'이었다.
조경문 주방장은 "맛은 모든 요소들의 조화"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서서갈비'는 냉동 소고기가 아닌 매일 출하되는 생고기만을 사용한다. 도축 후 경매장에서 매일 아침 9시에 출하되는 소를 오후 1시쯤 가게에서 받아 손질한다. 기자가 도착한 오후 4시쯤에는 갈비를 이미 크게 자른 후 작게 저미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칼솜씨는 현란했다./사진 : 방규현 기자
그는 옆에서 갈비를 저미고 계신 아주머니를 가리켜 "갈비 저미기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라고 소개했다. 갈비의 맛은 고기를 자르는 가공 과정부터 시작되는데, 갈비를 크게 자를 때 자르는 톱이 들어가는 각도부터 세밀하게 저미는 작업에서의 칼질 솜씨까지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서서갈비'의 맛은 20년 베테랑 아주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고기를 잘 저며야만 고기가 부드럽고 양념이 잘 스며든다. 뿐만 아니라 아주머니의 칼은 고기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기름을 제거해 고기 맛을 한층 높인다.
아주머니의 저미는 실력이 워낙 뛰어나 저며진 갈비를 손에 들고 흔들어도 고기가 뼈에서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그는 저며진 고기를 가리키며 "메뉴판에 적혀 있는 고기의 무게는 기름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잰 찰진 고기만의 무게"라고 밝혔다.
조경문 주방장은 이어 "너무 큰 소가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소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숙한 소는 육질이 부드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소는 도축장에서 하루, 가게에서 저며진 후 양념장에 하루 숙성된다.
그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힘찬 목소리로 "양념은 신선한 과일과 정확한 양의 재료, 그리고 정성으로 만들어진다"고 양념장에 대해 소개했다. 양념장은 새 고기가 들어올 때마다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서갈비'는 양념장을 매일 만든다.
조경문 주방장은 기자와 마주 앉은 식탁 옆에 붙은 사진을 가리키며 "우리 가게의 모든 야채는 저기서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곳은 고양시 서오릉 인근의 텃밭이다. 그는 "상추와 고추를 비롯한 모든 야채를 직접 재배하기 때문에 가게에서 쓰이는 야채는 싱싱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기의 맛을 완성하는 참숯/사진 : 방규현 기자
그는 "아직 더 소개할 게 남았다"고 말했다. 참숯이었다. 조경문 주방장은 "참숯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숯과 차이가 없으나 고기를 구워보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참숯은 고기를 처음 익힐 땐 화력이 강해 고기를 적당히 익힐 수 있고, 고기가 익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불이 약해져 고기를 태우지 않는다. 고기를 새로 올리게 되면 물론 새 참숯을 제공해 고기를 다시 잘 익힐 수 있도록 해준다. '서서갈비'의 맛은 상기한 모든 요소들의 조화로 완성되고 있다.
▲'서서갈비'의 소갈비와 밑반찬. 식탁 위의 채소는 모두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사진 : 방규현 기자
'서서갈비'의 소갈비는 두툼하고, 달지도 짜지도 않은 담백하고 깊이가 있는 맛이다. 일반적으로 두툼한 고기는 잘 씹히지 않아 질긴 경우가 많은데 '서서갈비'는 부드럽고, 두툼한 만큼 육즙이 살아있어 씹으면 쫄깃하고 찰진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조경문 주방장은 밑반찬으로 놓인 마늘을 가리켜 "이 마늘이 굉장히 좋다. 국산 통마늘을 직접 손으로 까서 차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가게 위생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위생 하나는 철저하다"며 "'주방 어머니'라고 불리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께서 컵이나 그릇, 행주를 매일 끓는 물에 삶아 세척한다"고 강조했다.
▲두툼하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의 소갈비/사진 : 방규현 기자
냉면은 매운 양념 없이 육수만으로 맛을 낸다. 육수는 재료와 함께 8시간을 우려내 만들며, 면은 메밀면으로 부드러운 식감이다.
'서서갈비'의 홍영민 사장은 "일산이나 파주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손님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힘든 걸 잊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또 "한 번은 스위스에서 온 관광객이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소스가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며 "한국어를 잘 못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겠지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서갈비'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4번출구 중림동 복지관 앞에 위치한다. 총 13개 테이블을 구비해 50~65명 정도의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문의 02)363-4440. 생고기(안창) 150g 1만9천원, 소갈비 200g 1만6천원, 육개장·물냉면·비빔냉면 모두 5천원.
▲깊은 육수의 맛을 자랑하는 냉면/사진 : 방규현 기자
문선호 기자
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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