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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감독 설계하고 정우성 곽도원 완성한 핵폭탄에 맞다[무비뷰]
작성 : 2017년 12월 11일(월) 18:44

'강철비' 정우성 곽도원 김의성 스틸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갈등에 대한 가장 손쉬운 적응 기제는 바로 회피다. 북한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집단적 태도 또한 이러한 적응 기제와 연관있지 않을까. 외국인들은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안보 상황 속에서도 평온해 보이는 한국인들을 신기해 한다.

대치 상황인 남북 관계를 현 시점에서 신랄하게 담아낸 ‘강철비’의 경우 기자간담회 때부터 취재를 위해 외신 기자가 찾아오는 등 오히려 해외에서 관심을 가졌다. 오히려 국내에서 ‘강철비’는 몇몇 여론 조사에 따르면 겨울철 성수기에 개봉하는 기대작인 ‘신과 함께’, ‘1987’ 중 가장 낮은 기대를 받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상흔을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이러한 상황 속 1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가 국내 예비 관객에게 어떤 파급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외면한다고 해서 내면의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우석 감독의 영민함을 바로 이 지점에서 엿볼 수 있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가 회피하고 싶어하는 핵문제, 북을 주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등 극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예민한 문제는 물론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상상해 봤을법 한 사소한 궁금증을 영화에 끌어들인다. 회피하고 싶은 이슈들에 오히려 더 깊이 관객들이 몰입하게끔 하는 마법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1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는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에 내려오고 그 사이 북한이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 포고를,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딱딱해 보이는 줄거리 속에서도 ‘강철비’는 의외의 웃음을 준다. 북한 1호가 쿠데타를 피해 최정예요원과 남한에 내려왔다는 거대한 설정은 매우 현실적인 영화적 디테일과 버무려져 ’생생한 황당함’으로 의외의 웃음을 터뜨린다. 이러한 생생함을 완성시키는 것은 우직한 철우(정우성)과 여유 있으면서도 잔정 많은 남한의 철우(곽도원) 캐릭터가 살아있는 데서 오는 탓도 크다.

영화 속 지드래곤의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강철비’에는 ‘삐딱하게’와 ‘미씽 유’가 흘러 나온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영화의 전반적인 무게를 감각적으로 만들 뿐더러 남북한의 문화 외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소재로 작용한다. 영화의 비주얼 또한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게 매우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며졌다.

‘강철비’의 또 다른 강점은 인위적인 신파가 최소화 됐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두 철우(정우성, 곽도원)이 교감하는 장면 또한 오그라들지 않는다. 현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툭툭 건네는 말과 농담 속에 서로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전해진다. 이들의 교감 만큼이나 두 캐릭터는 사랑스럽다.

마지막으로 ‘강철비’는 외교, 안보에 대한 메시지를 지나치게 회피해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은 분명 개인이다. 위기 일발 직전의 치열한 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안쓰러운 한 가장인 북한의 철우(정우성), 아내와 별거 생활을 하면서도 낙천성과 직업 정신을 갖고 당당히 살고 있는 남한 철우(곽도원) 이야기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이를 국가로, 세계로 확장한다. 국가 속의 한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또 우리가 한번쯤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거시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부담스럽지 않게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4년 전 데뷔작 ‘변호인’으로 1000만 영화 감독이라는 기록을 쓴 양우석 감독의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충무로 성수기 피 터지는 영화 경쟁 속 대박 흥행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천만 영화 못지 않은 가치가 있는 작품 아닐까.




이소연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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