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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앞으로 나아가는 법 [인터뷰]
작성 : 2017년 12월 10일(일) 22:08

배우 김혜성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매드독' 속 제 모습이요? 50점밖에 줄 수 없겠네요."

엄격한 시청자도, 칭찬에 인색한 가족들도 호평일색이었지만, 쉽사리 스스로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배우 김혜성의 단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만족의 그릇을 키워 앞으로 채워나갈 여백을 만들어내는 비법이기도 하다.

김혜성은 지난 11월 30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매드독'(극본 김수진·연출 황의경)에서 일명 '팬티엄'이라 불리는 천재 해커 온누리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매드독' 김혜성 / 사진=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이매진아시아 제공



온누리는 겉보기에 티 없이 맑은 성격으로 주위 분위기를 환기시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슬픈 서사를 지닌 인물이다. 야망만을 좇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어 집에서는 버려졌고, 가족이라 여기는 '매드독' 팀원들은 그런 아버지의 악행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렸다. 극 말미 온누리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의절한다.

김혜성은 이러한 온누리의 극성맞은 감정선을 폭넓게 그려냈다. 그는 "골방에 틀어박혀 사는 인물이고, 아버지 탓에 트라우마도 지니고 산다"며 "타인과 어울릴 때 초반, 다소 방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한번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들에게는 한없이 밝은 성격으로 살을 붙인다. 그런 온누리를 적절하게 그려내고자 노력했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온누리가 트라우마로 발작하는 장면에서는 온순했던 그간 성격과는 반대되는 격앙된 감정을 표출, 반전 연기를 펼쳤다. 김민준(우도환)을 대신해 칼을 맞는 장면에서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겁에 질린 눈빛과 떨리는 손, 거친 호흡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 완성도를 높였다. 눈물 연기도 빛을 발했다. 김민준과 최강우(유지태)에게 "비행기 추락한 거 우리 아버지 잘못"이라며 대신 용서를 구 할 때에는 서글프게 오열했다.

배우 김혜성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러한 김혜성의 열연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지만, 스스로의 만족도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변은 "반타작, 50%" 뿐이었다. 그는 "마냥 부족해 보였다"며 "화면 속 내 연기를 보고 100% 만족해본 적 없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더라. 스스로가 현장에서 녹아들고, 어우러졌다고 느껴야 하는데 낯을 많이 가려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그 어색함이 초반부 내 연기에 묻어나더라. 많이들 칭찬해주시는데, 그저 튀지 않고 거슬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이렇듯 자신의 연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자세는 물론, 정극부터 단편, 저예산 독립영화, 퀴어, 시트콤 등 그간 쌓아온 다양한 필모그래피만 봐도 뼛속까지 연기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평생 배우'를 고집하진 않는단다.

김혜성은 "연기자로서 목표는 1년에 두 작품"이라며 "스물아홉의 나이는 절대 어린 나이가 아니다. 헛물 켜기에는 내 주위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한 길만 무조건 고집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해둔 목표치, 서른두 살이 넘어도 배우의 일이 명확해지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다른 플랜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고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꿈을 고집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허황되지 않고, 담백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차선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멀리 가는 비법이다. 경주마처럼 곁눈을 가리고 무작정 달리다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확하게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둔 채 나아가는 것.

배우 김혜성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차선이 생겼다고 안주하지 않는다. 아직 욕심 많은 배우임에 틀림없다.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들과 싸우고 있다. 다 내려놓고 특화된 영역을 구축해 쉽게 가긴 싫단다. 김혜성은 "아직까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민호, 곱상한 외모의 역할들로만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연기자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자, 떼어내야 할 꼬리표"라며 "작은 배역이라도 달리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여전히 욕심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역도 해보고 싶다"며 '매드독' 속 진한 악역 캐릭터 중 욕심나는 캐릭터를 묻자 단번에 배우 최원영이 연기한 주현기를 꼽았다. 그는 "주현기 캐릭터는 최원영 선배가 모든 것을 구상하고 디테일을 추가해 만들어낸 인물이나 다름없다"며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기보다는, 그런 식으로 나도 캐릭터 하나를 구현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워낙 밝고 가벼운 이미지가 강하기에 사이코패스나 어둡고 퇴폐적인 것에 욕심이 나나보다. 워낙 성격도 내향적이라 '연기'가 아닌 진짜에 가까운 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듯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연기자로서 가장 가까운 목표를 묻자 경중에 상관없이 또 다른 김혜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맡아 인사하고 싶단다. 그는 "당장은 저예산 독립영화가 생각난다"며 "아무래도 캐릭터의 색이나 주제의 제약이 적은 듯하다. 어릴 때에는 외적인 제약을 탓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나 보니 모든 것은 내 몫이더라. 달리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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