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흑기사'의 첫인상, 묘하다. 화려한 비주얼에 압도돼 빠져들다가도, 들쑥날쑥한 플롯 변주에 정신을 차려본다.
지난 6일 KBS2 새 수목드라마 '흑기사(BLACK KNIGHT)'(극본 김인영·연출 한상우)가 첫 방송됐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에 맞서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룬 작품이다. 로맨스에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진 판타지 멜로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적도의 남자' '태양의 여자' 등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와 한상우 PD가 의기투합했다.
첫회에는 여자 주인공 정해라(신세경)의 극한 인생이 설명됐다. 그는 어릴 적 양복점을 운영하던 부모를 여읜 뒤 집안이 망해 갖은 고초를 당하며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다. 여행사 직원 해라는 대기업 오너의 갑질 횡포에 눈물을 흘렸고, 설상가상 이모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고를 쳐 그를 괴롭게 했다.
검사인 줄 알았던 남자 친구 최지훈(김현준)은 알고 보니 사기꾼. 이 대목에서 '흑기사'는 지독한 현실을 이야기를 한다. "왜 그랬냐" 따져 물으며 사랑을 운운하는 해라에게 지훈은 "난 원래 돈 없으면 안 만난다"며 "근사한 남자가 다가오면 무조건 도망쳐"라고 꼬집었다. 대놓고 펼쳐질 신데렐라와 백마 탄 흑기사의 사랑이야기를 암시하듯 말이다.
한편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슬로베니아의 고성을 찾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 문수호(김래원)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 여자를 기다렸다. 그 여자는 해라. 어린 시절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수호는 후견인이 된 해라의 아버지를 따라 해라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인연을 쌓았다. 둘은 불가피한 이유로 이별한 듯 보이고, 수호는 아직까지 첫 사랑 해라를 찾아 헤맸다.
이후 극의 장르에는 미스터리한 느낌의 판타지 플롯이 가미됐다. 해라는 약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약에 취한 그는 어린 시절 환영을 봤다. 14살 양장점에서 코트를 맞춘 이후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며 그 코트를 찾아 입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곤 어딘가로 향했다.
샤론(서지혜)이 운영하는 양장점. 샤론은 해라를 보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듯 "부잣집 외동딸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해졌냐"며 그가 찾는 코트를 보여줬다. 이어 "살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주면 내가 원하는 걸 한 가지 줄 거냐"고 알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이 일은 마치 꿈처럼 지나갔고, 다음날 코트를 입고 출근한 해라에게는 마법처럼 행운이 찾아왔다. 그는 생애 처음 외국 출장까지 나가게 됐고, 그곳에서 예고되지 않은 일을 제안받았다. 포토그래퍼를 하루 동안 마크하게 된 것. 주인공은 바로 문수호. 그렇게 두 사람은 유럽에서 운명처럼 재회했다.
갖은 고초를 겪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여주인공. 젊은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는 남자 주인공.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 전형적인 신데렐라의 성공신화인 줄만 알았더니 20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묘령의 여인, 즉 초월적 존재가 등장한다.
더불어 전생과 현생의 오버랩이 쉴 틈 없이 반복, 사랑의 이유와 인물 간 개연성을 전생의 업보로 설명하는 듯 보인다.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려 신비로울 수도, 난해할 수도 있는 요소들이다.
영상미는 상당하다. 실제 유럽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와 성에서 로케이션 촬영된 '흑기사'는 명성에 걸맞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제압했다.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업가로 분해 롱코트를 걸친 김래원의 비주얼, 신세경의 특유의 슬프고 아련한 눈빛, 장미희 서지혜가 풍기는 미스터리한 카리스마는 보는 맛을 더한다.
첫회만에 훌륭한 비주얼을 완성시킨 '흑기사', 치밀한 개연성만 남았다. 주연 김래원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흑기사'를 택한 이유로 탄탄한 개연성과 빈틈없는 구성을 꼽았다. 어떤 방식으로 전개를 풀어내 현실 로맨스와 미스터리 판타지를 융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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