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CJ E&M은 2017년 상반기 다양한 시도로 참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하반기에는 달랐다. 마치 이제서야 운이 트인 듯 호평을 받는 작품이 다수 출현했고,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잃어버린 감을 되찾은 tvN, 그리고 장르물 안에서 변화를 주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OCN 드라마를 살펴보자.
◆역시 주중 밤은 피곤해
공중파와의 경쟁을 피하고자 그동안 tvN은 주중 밤 11시에 줄곧 드라마를 편성해왔다. 하지만 시청자의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0시 드라마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이어 예능 프로그램 시청을 더 많이 했고, 드라마 후 또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시청률보다 더 아쉬웠던 건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였다. ‘내성적인 보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부터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 ‘하백의 신부 2017’까지 월화극은 오랜 시간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tvN만의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SF물인 ‘써클’도 신선했던 도전이었지만 반응은 아쉬웠다.
지난 9월 방송된 '아르곤'부터 tvN의 변화는 시작됐다. 미니시리즈는 보통 16부작이지만 '아르곤'은 8부작이었다. 이에 전개 또한 빨랐고 시청률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작품에 대한 호평은 상당했다.
이어 방송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아르곤’ 이후 밤 9시 30분으로 시간대가 변경된 상황에도 불구 무사히 배턴을 이어받았다. 큰 기대 속에 스타트를 끊지는 않았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힐링 스토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후속작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는 국내 최장수 드라마다운 저력을 뽐냈다. 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의 시청률로, 케이블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스타트를 끊은 것.
이처럼 tvN 월화극은 하반기가 되어서야 웃을 수 있었고,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으로 올해를 무사히 마무리한 후 고경표, 조재현 주연의 ‘크로스’로 2018년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비밀의 숲, 크리미널 마인드, 부암동 복수자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수목극, 주말극 신설..’왜 이제 했어요?’
tvN이 수목극을 신설하며 새로운 변화에 나섰다. 그 첫 타자는 ‘크리미널 마인드’였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원작의 오랜 인기와 이준기, 문채원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비현실적인 스토리와 한국화에 실패하며 무수한 혹평만을 얻은 채 막을 내렸다.
웹툰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을 원작으로 하는 ‘부암동 복수자들’은 원작의 재미를 십분 살린 데 이어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에 ‘부암동 복수자들’은 6.3%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2부작으로 박수칠 때 떠난 ‘부암동 복수자들’에 이어 ‘응답하라’ 신화를 써낸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난 11월 22일 시작됐다. 4회 만에 5.5%를 기록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독특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연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렇듯 수목극은 첫 실패 이후 안정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반면 주말극은 수목극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주말극 신설 후 처음으로 선보인 ‘비밀의 숲’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로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더니 최근 ‘더서울어워즈’에서는 공중파 드라마를 누르고 대상을 차지했다. 후속작 ‘명불허전’도 입소문을 타고 나날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사랑받았다. 2.7%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6.9%로 막을 내린 것.
하지만 후속작 ‘변혁의 사랑’에서 삐끗했다. 청춘을 위로하는 공감 스토리로 출사표를 던진 ‘변혁의 사랑’은 타이틀롤 최시원의 반려견 논란 후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주 첫 방송되는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분위기 반전을 노려볼 예정이다. 4부작인 이 작품 이후에는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인 차승원, 이승기 주연의 ‘화유기’가 방송된다.
◆월화, 수목, 토일 꽉 채우고 단막극까지
tvN은 당초 월화극과 금토극으로 드라마를 선보이다 수목극까지 채우며 2017년 한 해 동안 많은 작품으로 시청자에게 찾아갔다. 여기에 tvN은 토요일 늦은 밤 단막극까지 편성하며 2017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에서는 CJ E&M 오펜 단막극 공모전에서 선발된 열 명의 신인 작가의 작품이 공개된다. 신인 작가들에게 데뷔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된 이 지원사업은 1년여 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기존 tvN이 선보였던 감각적인 색깔에 단막극에서만 가능한 톡톡 튀는 감성이 결합된 ‘드라마 스테이지’는 지난 2일 첫 공개됐다.
첫 번째 작품인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이 유쾌하고 참신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은 가운데 남은 9개의 작품은 또 어떤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블랙, 보이스, 터널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OCN 제공
◆장르물 명가 OCN, 장르물의 끝은 어디?
OCN은 2017년 1월부터 참신한 소재의 장르물을 연달아 선보이며 주말 밤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모이게 했다. 그 첫 타자였던 ‘보이스’는 보이스 프로파일러 생소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과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매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스릴 있는 스토리를 그려내 호평받았다.
이어 ‘터널’은 타임슬립으로 도전장을 내놨다. 1980년대 여성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을 찾던 주인공이 2016년으로 타임슬립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린 ‘터널’은 OCN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복제인간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듀얼’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 했지만 OCN 장르물에 다양성을 채워 넣었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이야기를 그리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원작 웹툰 ‘세상밖으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구해줘’ 후속으로는 현재 ‘블랙’이 방영 중이다. 저승사자와 죽음을 볼 수 있는 여자의 생사예측 미스터리를 그린 ‘블랙’은 흥미진진하고 재치 있는 전개로 호평받아 2회 연장이 확정, 오는 10일 18회로 종영할 예정이다. 종영 후에는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가 시즌1을 뛰어넘는 재미를 안고 연말 안방극장을 달구기 위해 출격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 ‘장르물 명가’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는 OCN. 2017년도 다양성을 잃지 않으며 바쁘게 달려왔다. 한계를 알 수 없는 OCN이 2018년에는 또 어떤 참신한 작품들로 찾아올지 벌써 기대된다.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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