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올해 충무로에는 이변이 가득했다. 제작비가 대거 투자되는 큰 영화에서는 보통 티켓 파워가 보장된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경향이 있고 '큰 영화'가 흥행에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스크린에 늘 보는 얼굴이 나와 지겹다"는 말이 나오기도.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중저예산의 영화가 예상치 못한 잭팟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충무로 스타들이 급부상하게 됐다. 40대 이상 남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흥행 면에서 강세인 가운데 70대 여배우가 관록으로 300만명을 돌파하는 이변을 이뤄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올 한해 스크린에서 대활약하며 큰 인기를 끈 스타들을 모아봤다.
▲ 마동석-'범죄도시' 역대 청불 한국 영화 3위→'부라더' 흥행 2연타
올해는 바야흐로 마동석의 전성시대다. 지난 10월 추석 시즌에 개봉한 '범죄도시'은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역주행을 시작했고, 누적관객수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저씨'를 꺾고 역대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흥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지난달 2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부라더'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마동석은 배우 생활 12년 만에 최대 전성기를 맞이했다.
▲나문희-데뷔 56년만의 첫 여우주연상
"나의 친구 할머니들. 내가 이렇게 상 받았다. 여러분들도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서 상을 받기를 바란다."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의 수상소감이다. 그는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 역을 맡아 유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제1회 더서울어워즈와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제38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60년 연기를 시작해 올해 데뷔 57년 차를 맞은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박서준-첫 스크린 주연작 '청년경찰'로 대세 굳히기
지난 7월 종영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출연해 '국민 남친' 반열에 오른 박서준. 그는 8월, 데뷔 6년 만에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청년경찰'로 대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청년경찰'이 '택시운전사', '군함도' 등 대작이 즐비한 여름 스크린 대전에 합류하면서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청년경찰'은 개봉 후 흥행 복병으로 등극하며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훌쩍 뛰어넘고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박서준은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2연타를 치며 대세 배우로 등극했고, 대종상, 영평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진선규-'범죄도시'로 12년 무명의 설움 씻다
'범죄도시'에서 주연 배우 마동석 윤계상보다 더 주목을 받은 이가 있다. 수많은 조연들의 열연이 빛났지만 그중 장첸(윤계상) 오른팔 위성락 역을 맡은 진선규가 그 주인공. 삭발 머리와 연변 사투리로 실제 조선족으로 오해를 살 만큼의 리얼한 연기를 펼치며 무자비하게 사람을 해치는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 2005년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한 그는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갔지만 크게 눈에 띈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범죄도시'를 만난 후 데뷔 12년 만에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첫 남우조연상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진선규는 무명의 설움을 씻고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에 날개를 달게 됐다.
▲최희서-그야말로 상복 터졌네
올해 주요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최희서는 '박열'에서 박열(이제훈)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능숙한 일본어와 세심한 감정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에 제37회 영평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제54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이어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를 통해 데뷔한 최희서는 무명 시절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지하철에서 대본을 읽다가 '동주' 제작자인 신연식 감독을 만나 '동주'에 출연하게 됐다. 이후 그는 8년 만에 '박열'로 모든 신인상을 휩쓸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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