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2017년 한 해 동안 영광과 굴욕의 역사를 함께한 KBS 드라마국의 흥망성쇄, 그야말로 널뛰듯 요동쳤다.
'김과장' '쌈 마이웨이' '마녀의 법정' '고백부부' 등 뛰어난 작품성과 이례적인 시청률로 호성적을 기록한 작품들도 숱하게 배출, 공영방송으로서의 체면을 살린 한 해였지만, 아쉽게도 지독한 굴욕의 역사도 함께였다.
역대 최저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공영방송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던 사극의 연이은 참패, 야심 차게 이어오던 시리즈물의 명맥이 끊어져 버리는 굴욕도 맛봐야 했던 것. 영광의 훈장에 낯부끄러운 옥에 티로 남은 2017년 KBS 최악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 굴욕왕 '맨홀'
2017년은 물론, 거슬러 올라가 2000년까지 훑어봐도 단연 국내 최악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맨홀'이다. 2000년 6월 27일 방송됐던 KBS2 드라마 '바보같은 사랑'의 1.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후 드라마 최저 시청률 기록을 경신한 것.
시작은 요란했다. 작품 설명부터 하늘이 내린 '갓 백수' 봉필(김재중)이 우연히 맨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빡세고' 버라이어티 한 '필生필死' 시간여행을 그린 랜덤 타임슬립 코믹 어드벤처.
'맨홀'은 최근 1~2년 사이 숱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다뤄졌고, 어느 순간 흔한 소재로 치부된 '타임슬립'을 택했다. 신선하고 코믹하게 만들어보겠다 호언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허언에 가까웠다. 산만한 전개, 과한 연기, 유치한 설정은 혹평을 불러일으켰고 결과는 시청률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첫 방송 이후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4%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첫 방송 3.1% 이후 2%대로 내려앉은 시청률은 8회에서 1.4%라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비교가 나올 정도의 굴욕적인 수치였다.
화랑-7일의 왕비 포스터 / 사진=KBS 제공
◆ '화랑'+'7일의 왕비'=사극 명맥 끊기
KBS가 그토록 자신하던 사극의 명맥도, '학교' 시리즈의 명맥도 2017년을 기점으로 주춤했다.
그간 정통부터 퓨전까지 KBS가 만들어낸 사극은 믿고 볼 만했다. 지난 2016년만 봐도 '구르미 그린 달빛'부터 '임진왜란 1592'까지 단연 두각을 나타냈던 것.
'화랑'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박서준을 비롯해 박형식, 고아라, 그룹 샤이니 민호, 방탄소년단 뷔까지 청춘스타들을 대동해 야심 차게 '제2의 구르미'를 노렸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이 작품은 당대 꽃미남들의 이야기로 대놓고 여심 공략에 힘썼다. 하지만 진흥왕(삼맥종)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을 이질적으로 묘사했고, 시대와 맞지 않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이는 기본적인 고증 실패라는 혹평을 불러일으켰다. 또 부실한 개연성과 허술한 전개, 늘어진 러브라인 등은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여만 갔고, 결국 시청률 7.9% 동시간대 꼴찌로 막을 내렸다.
'7일의 왕비'도 부진했다. 짜임새로만 작품을 논한다면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훌륭한 각본이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의 성격을 크게 왜곡한 부분은 혹평을 피해 가지 못했고, 미비한 시청률로 하위 등수를 기록했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진성대군(연우진)과 신채경(박민영), 그리고 연산군(이동건)의 삼각관계가 치열하고 섬세하게 그려졌지만, 역사 속 연산군과 신채경이 고모부와 처조카 관계라는 점은 보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시청률도 아쉬웠다. 방송 내내 동시간대 같은 장르인 MBC 사극 드라마 '군주'의 성적을 뛰어넘지 못했다. SBS '수상한 파트너'에도 밀려 평균 시청률 4% 후반대를 맴돌며 지상파 수목극 꼴찌에 머물러야 했다.
◆ '학교2017'의 시리즈 명맥 끊기
학원물 명가라는 칭호는 옛말이 됐다. '학교 2017'이 굴욕적인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된 것.
'학교2017'은 KBS '학교' 시리즈의 2017년 버전으로 학생들이 겪는 솔직하고 다양한 감성을 담아낸 청소년 드라마다.
'청춘물'이라는 밝은 타이틀을 걸고, 걸그룹 구구단 김세정, 김정현 등 그에 맞는 청춘스타를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채워지는 내용들은 과하게 상이했다. 극 초반부터 'X'의 정체 찾기, 학교 방화사건, 교무실 절도사건, 급식비 관련 비리, 경시대회 문제 유출 등 어둡고 음습한 문제들을 제기, 사회 악습을 꼬집은 것.
이러한 전개는 완급조절 실패라는 혹평을 맞이했다. 사회의 축소판을 그려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위트 있고 적절한 꼬집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방화나 절도, 홍길동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활약하는 고등학생 등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요소들은 공감을 사지 못하고 보는 이들의 피로를 높였다. 첫 방송 5.9%로 시작한 작품은 2회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결국 4%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결국 시리즈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 '스타 등용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굴욕만을 남겼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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