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2017년 한 해 동안 영광과 굴욕의 역사를 함께한 KBS 드라마국의 흥망성쇠, 그야말로 널뛰듯 요동쳤다.
먼저 우수한 성적으로 KBS어깨를 치켜세운 작품으로는 '김과장' '쌈, 마이웨이' '최강 배달꾼' '아버지가 이상해' 등이 있다. 상반기 주춤하던 KBS 드라마 성적을 '김과장'으로 일당백 견인하더니 젊은 감각을 입힌 '쌈, 마이웨이'로 정점을 찍었다. 더불어 사라졌던 금토극 블록을 뚝심으로 밀어붙여 알맞게 굳히는가 하면, 주말극은 3연타 흥행을 쏘아 올려 요지부동 정상에 올려뒀다.
◆ 일당백 '김과장'·끌어올리기 '쌈 마이웨이'
상반기 지상파 방송 3사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김과장'이다. 배우 남궁민의 열연과 더불어 직장인의 애환을 녹인 오피스물로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으며 크게 호평받았고, 이는 자연스레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종영 직전 시청률이 20%(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코앞까지 다다르는 기염을 토한 것. 억지로 짜낸 눈물, 애써 만든 로맨스 따윈 없었다. 매 신 풍자와 해학을 빼놓지 않았고, 현실의 패악과 모순을 유연하게 지적한 웰메이드 오피스물로 남았다.
김과장'의 바통은 '쌈 마이웨이'가 이어받았다. 전작 '화랑'과 '완벽한 아내'의 저조한 성적 탓에 월화극 부진의 늪에 빠진 KBS를 단박에 1위로 견인한 것. 박서준과 김지원을 필두로 스펙에 따라 마이너와 메이저로 판가름 나는 고달픈 현실 속, 굴하지 않고 굳건히 제 갈 길 가는 청춘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누구나 청춘이 아니었던 적은 없던 터라 남녀노소 불문 큰 사랑을 받은 '쌈 마이웨이'는 마지막 회 시청률이 13.8%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과장'과 '쌈 마이웨이'의 성공이 값진 이유는 종영 이후 더욱 도드라졌다. 비슷한 맥락 혹은 성격을 지닌 후속작들의 비교 사례, 본보기 혹은 기준으로 떠올라 꾸준히 회자된 것. 두 작품을 필두로 우후죽순 오피스물, 청춘물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도 괄목할만한 대목이다.
마녀의 법정-매드독 포스터 / 사진=KBS 제공
◆ 新소재 '마녀의 법정'·역전 신화 '매드독'
하반기 KBS 드라마국의 자랑거리는 '마녀의 법정'과 '매드독'의 호성적이다. 각각 여성아동 성범죄, 보험범죄라는 다소 어둡고 진중한 소재를 택해 까다로운 한판 승부를 벌여 일군 값진 성과다. 우선 월화극 '마녀의 법정'은 지난 11월 9일 시청률 6.6%에서 출발해 2회에서 9.5%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3회에서는 SBS '사랑의 온도'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4회에서는 '사랑의 온도' 결방으로 첫회 시청률의 두 배 가까이 뛴 12.3%까지 치솟았고, 이후 줄곧 10%대를 유지했다. 마지막회는 14.3%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미를 거뒀다.
'매드독'은 역전 신화를 일궈낸 작품이다. 탄탄한 극본과 배우의 호연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 중반부에서는 기막힌 대진운까지 도와줬다. 첫 회 5.5%, 꼴찌로 시작해 마지막 회 9.7%, 1등으로 마무리한 것. 두 작품 모두 흥행공식이 성립되지 않은 소재로 시작한 상황에 엎친 데 덥친 격으로 화제성 몰이에 성공한 경쟁작들과 맞붙었고, 결국 승리한 2017 드라마 대전의 일등공신들이 됐다.
두 작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초반 우려를 샀던 생소한 소재였다. 생소함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던 것. 더불어 두 작품 모두 악의 세력에 맞서 싸워 시청자가 대리만족하기에 제격인 요소들이 충분했다는 평이다.
최고의 한방-최강 배달꾼-고백부부 포스터 / 사진=KBS 제공
◆ 금토극 블록 완성…'최고의 한방'·'최강 배달꾼'·'고백부부'
2017년 '최고의 한방'으로 부활한 ‘금토극 블록’은 '최강 배달꾼'과 '고백부부'의 연이은 성공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KBS의 금토드라마 역사는 지난 2015년 '프로듀사'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예능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 기존 메인 드라마 편성 시간대가 아닌 금, 토 밤 9시 15분부터 10시 35분 사이 시간을 노려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해당 시간에서 '프로듀사'로 큰 성공을 이끌고 다시 예능프로그램을 편성하는가 싶더니, 올해 '최고의 한방'으로 재도약에 나선 것. 아쉽게도 '최고의 한방'의 성적은 부진했다. 간신히 시청률 3~4%를 유지하는가 하면, 2%대로 떨어질 때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KBS는 굴하지 않았다. 잠시 재정비에 들어가더니 '최강 배달꾼'을 내놓았고, 형식도 바꿔 예능의 요소를 빼고 다시금 '청춘물'에 도전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방송 시청률 3.5%로 시작한 것. 하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의 향연, 쾌속 전개, 풍부한 스토리, 만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연출 등은 자연스레 입소문을 탔고 8회 7.2%, 마지막 회 7.7% 등 꾸준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선전했다.
이후 '고백부부'가 방송됐다. 과거 '마음의 소리'를 연출했던 하병훈 PD와 당시 극본을 맡았던 권혜주 작가가 합심해 다시 예능 드라마에 도전한 것. '고백부부'는 금토 블록 굳히기 한판에 제대로 성공했다. 이번 역시 7.3%의 시청률로 종영을 맞은 것.
작품성 역시 크게 호평받았다. 디테일한 감성 연출,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로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았다. 죽도록 사랑했지만 4년의 연애, 14년의 결혼 생활 속에 오해가 미움이 되어버린 앙숙부부 마진주(장나라)와 최반도(손호준)가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를 그린 '고백부부'는 시청자들과의 교감에 성공했다.
월계수양복점신사들-아버지가 이상해-황금빛 내 인생 포스터 / 사진=KBS 제공
◆ 주말엔 역시 KBS…'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아버지가 이상해'·'황금빛 내 인생'
현재 방송 중인 '황금빛 내 인생'에 앞서 '아버지가 이상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이가 다섯' 등 최근 10여 년 가까이 KBS 주말극은 전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수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누려왔다.
2017년 역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버지가 이상해' '황금빛 내 인생'으로 쏘아 올린 3연타 흥행은 주말극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배턴을 이어받은 '아버지가 이상해' 역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평생을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성실한 아버지 한수(김영철)와 든든한 아내 영실(김해숙), 개성만점 4남매 집안에 어느 날 안하무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얹혀살며 벌어지는 코믹하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작품성은 물론, 36.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후속 '황금빛 내 인생'은 '아버지가 이상해'를 뛰어넘으며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11월 26일 방송된 26회는 39%로 현재 최고 인기 프로그램임을 확인했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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