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응답하라1994’ 해태, ‘삼시세끼’ 막내로서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손호준이 ‘고백부부’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 최반도 역으로 출연한 배우 손호준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가운데 그가 아쉬움 가득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촬영할 때는 재밌었고 종방연 때는 서운해서 우는 분들도 많았어요. 자주 보다 못 본다는 아쉬움이 가장 커요. 아쉽지만 시즌2가 가능할까 싶네요. ‘반도(손호준)랑 진주(장나라)가 과거에 가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미래로 와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어야 하는데 시즌2가 나오려면 불화가 생겨야 하잖아요.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연기력까지 보여준 손호준. 마진주에게 툴툴대는 유치한 모습부터 그를 향한 진심을 드러낼 때는 감정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며 ‘고백부부’는 손호준의 인생작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 친구도 그렇고 저희 드라마를 보고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몰랐던 부분들을 느끼게 됐대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 드라마를 보시면서 느낀 게 있다니 감사하고 뿌듯해요.”
많은 부부에게 공감을 얻고 또 도움을 준 ‘고백부부’. 손호준은 실제로 미혼이지만 가장으로의 모습, 남편으로서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작가님께서 공감 안 되는 부분이 없게끔 너무 잘 써주셨어요. 또 감독님은 디렉팅을 잘 해주셨고요. 장면마다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주시고 이해를 못 할 때는 노래까지 들려주시면서 설명해주셨죠.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고 결혼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사위가 되는지도 알았고요, 부부 사이에서는 얘기도 많이 하고 싸울 때 바로 풀어야 좋다는 것도 배웠죠.”
부부 이야기뿐만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그린 만큼 손호준은 작품을 하며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단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저희 아버지한테 직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으셨어요. 그게 가장이구나, 힘드셨겠구나 미안했어요. 이번에 작품 끝나고 광주에 내려가서 아버지랑 술 한잔하려고요. 술 마시면서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화로도 아버지한테 ‘아빠 고생했어’ 이런 이야기는 했는데 진짜 아버지는 아버지인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쑥스러워하시고 말을 돌리시더라고요. 진짜 대표적인 아버지의 모습이에요.”
부부 연기를 해 본 만큼 실제로 결혼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이에 손호준은 원래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거든요. 어릴 때 엄마랑 싸우게 되면 아빠는 누가 봐도 엄마 잘못인데도 항상 엄마 편을 드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도 빨리 내 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손호준에게 혹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일단 좋은 분을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계획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찍 결혼하고는 싶었지만 좋은 분이 나타나면, 마음 맞는 분이 나타나면요. 좋은 분을 먼저 만나는 게 우선이에요. 이상형이요? 어렸을 때는 이상형이나 기준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사라졌어요. 주위 사람한테 잘하고, 마음 맞고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해보지 않은 결혼을 작품 속에서 한 손호준은 아들을 둔 아빠 연기까지 했다. 이에 서진 역의 박아린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손호준은 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았어요. 너무 귀엽고 너무 잘 따랐어요. 아린이 어머니께서 처음에 소개해줄 때 아빠라고 했거든요. 모든 스태프가 ‘반도 아빠 왔네’라고 하는데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어떤 날은 실제 아린이 아버지가 그걸 보셨는데 너무 속상해하시더라고요. 제가 죄송했어요. ‘아린아 아빠한테 와야지’ 이러는데 옆에서 아버지가 씁쓸하게 보셨어요.”
‘고백부부’를 통해 손호준이 경험을 해본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스무 살로 타임슬립을 하는 것. 극 중처럼 실제로 손호준이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그는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을까.
“저는 스무 살보다는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의 모습 말고 다른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내가 과거로 넘어가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 궁금증이 생겼어요. 공부 잘하는 배우가 됐을 거라고요? 그것도 괜찮네요.(웃음)”
‘삼시세끼’에서의 활약이 컸던 탓일까. ‘고백부부’ 전까지 손호준에게는 예능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손호준은 배우로서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정작 손호준은 예능 이미지를 탈피해야겠다는 걱정 같은 건 없다고 털어놨다.
“저는 어떤 이미지를 탈피하고 걱정하고 이런 건 없어요. 저는 지금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에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는 거예요. 예능 같은 경우는 나영석 PD님이 부르면 가는 게 맞는 거예요.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게 신원호 감독님이 도와주셨고 그게 계기가 돼 나영석 PD님이 불러주셨죠. ‘나중에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PD님들이 부르면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시청자분들은 예능에서의 모습과 작품에서의 모습을 혼동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배우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는 손호준. 그에게 방향성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방향성이나 목표도 배우가 된 후에 가져야 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방향성은 제가 배우가 되고 나서 잡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가는 단계예요. 제가 배우라고 외치고 다닌다고 배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은 그냥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방향성이나 목표, 지향하는 것은 배우가 되고 난 다음에 가져야 하는 목표들인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 엄격한 것 같다고요? 관대해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고 배워나가는 단계, 공부해나가는 단계예요.”
많은 호평에도 흔들리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손호준. 연기는 능숙하지만 마인드는 갓 데뷔한 신인 같았다. 10년이 넘는 연기 경력에도 이 같은 겸손함을 잃지 않는 비결이 궁금했다.
“칭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칭찬받으면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커요. 제가 만약 거기에 동조해서 내가 나를 칭찬해주기 시작하면 위험한 것 같아요. 자만심과 자신감은 한 끗 차이잖아요. 과하게 넘어가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길었던 무명 시절과 관련 있냐고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전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고 할 때마다 재밌거든요. 매번 이 일을 하며 감사하고 행복하려면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손호준. 차기작에서의 모습이 벌써 기다려지는 가운데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제가 잘 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역이든 해내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주어진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어떤 거든 소화해내는 게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이해하고 공감해서 표현을 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이처럼 수차례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강조한 손호준. 아직 목표를 정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라는 그에게 롤모델은 있을까 궁금해졌다.
“연기하시는 모든 배우분들을 다 존경해요. 배울 점은 누구한테나 있어요. 아역 배우들한테도 배울 게 많아요. 아역 배우들 보면 너무 순수해요. ‘엄마 간대’ 이런 말 한마디에 눈물을 쏟잖아요. 너무 순수해서 믿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롤모델은 누구 한 명으로 정해놓은 건 없고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열심히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가 생각하는 배우의 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작품인 ‘고백부부’를 무사히 마친 그에게 마지막으로 끝인사를 부탁했다.
“누구보다 최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 친구 때문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해되면 될수록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가장이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알게 됐어요. 최반도를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했고 저희 드라마 통해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반도하고 진주는 처음에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현실을 살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거예요. 시청자분들은 잊지 않고 그 마음을 계속 갖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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