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고백부부’에서 훈훈한 선배 정남길 역을 완벽 소화하며 여심을 사로잡은 장기용. 연기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진 장기용은 이번 작품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스포츠투데이에서 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 정남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장기용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가운데 그가 종영 소감과 함께 근황을 전했다.
“너무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행복했어요. 작품 끝나니까 더 고민이 많이 돼요. 제가 잘 흡수할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욕심 내보고 싶어요. 그런 고민들로 인해 드라마 오디션도 많이 보고 있어요. 여행가고 놀면 뭔가 이 감을 잃을 것 같아서 끝나고 고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기도 하고요. 저는 일할 때가 좋아요. 쉬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쪽 일을 하면서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잠도 잘 자고 그랬는데 서울에서 혼자 살며 어느 순간부터 잠을 오래 못 자겠더라고요. 다음날 스케줄이 없어도 일찍 눈이 떠져요. 불안하기도 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할 때가 오히려 편해요.”
배우 생활을 해오며 불안감과 걱정이 있었지만 ‘고백부부’를 통해 장기용은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출연 계기를 묻자 장기용은 운명 같았다고 밝혔다.
“섭외가 왔어요. 처음에 섭외 연락이 왔을 때 제가 밀란에 가 있었거든요. 한 달 전부터 약속이 돼 있던 스케줄이었어요. 그래서 ‘고백부부’ 측에서 연락이 왔을 때 못 갔어요. 대본을 읽어보고 밀란에 갔던 상황이라 아쉬웠죠. 너무 좋은 캐릭터고 제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돌아오고 운명처럼 한 번 더 연락이 왔어요. ‘바로 갈게요’라고 말하고 더 준비를 해서 오디션을 보게 됐죠.”
정남길 캐릭터를 본 순간부터 그냥 욕심이 났다던 장기용은 운명처럼 ‘고백부부’에 출연하게 됐다. 촬영을 앞두고 그는 정남길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가기 시작했다.
“정남길이 너무 좋은 캐릭터인 것도 알겠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것도 보였지만 어떻게 하면 제거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고 참고하기도 했죠. ‘설레는 영화다’라고 하면 ‘이 배우는 어떻게 했길래 댓글에 이런 말이 있지’라는 생각으로 봤어요.
외형적으로는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남길이는 제복을 입고 나오고, 평소에도 티를 안 입고 셔츠만 입거든요. 또 1999년도가 배경이지만 약간 세련됐으면 좋겠다 싶었고, 머리를 내리는 것보다 포마드 스타일로 하면 선배 느낌도 더 살 것 같았어요.”
이렇게 준비 과정을 거치며 촬영에 돌입하게 됐지만 장기용은 연기에 대한 너무 많은 고민들로 인해 촬영 초기에는 위축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해보는 역할이고 그러다 보니 어떻게 제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초창기에는 너무 많은 고민들로 인해 멘붕도 몇 번 왔죠. 감독님, 작가님께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만큼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무조건 해야 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제 뜻대로 잘 안 돼서 자신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위축도 됐고요. 감독님께서는 ‘배우들 중 네가 가장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도 하셨어요. 제가 너무 고민하고 있으니까 감독님이랑 (장)나라 누나가 오시더니 ‘무슨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하냐’ ‘왜 이렇게 넋 놓고 있냐’고 토닥거려주셨어요. 감독님이랑 나라 누나가 ‘우리 믿고 가자’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큰 벽이 하나씩 녹았던 것 같아요. 촬영 초중반부터는 드라마에 녹아들었고 편해졌죠. 앞으로 이런 감독님, 나라 누나 같은 좋은 선배님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인 배우인 제 생각과 고민을 너무 잘 들어주시고 기다려주셨어요”
스스로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신인 배우 장기용은 공중파 주연의 몫을 제대로 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장기용은 이번 작품을 무사히 마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처음에 작품 들어갈 때 회사에도, 주위 사람들한테도 ’걱정된다’ ‘부담된다’ 이 두마디를 제일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저를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부담감도 많이 있었고 걱정도 많이 됐죠. 그러다 보니 촬영 초반에 경직되고 자신감도 없었던 거고요. 공중파 주·조연 들어가는 게 처음이었고 비록 긴장됐지만 잘 마무리했고 좋은 반응도 얻으니 믿음이 생겼어요. 다음 작품도 스타트는 걱정되고 어렵겠지만 막상 들어가면 잘 해낼 것 같아요.”
‘고백부부’ 드라마 자체에 대한 반응도, 배우들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지만 장기용에 대한 반응은 유독 더 뜨거웠다. 댓글을 통해 시청자의 반응을 보기도 했다는 장기용은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댓글 보니까 되게 신기했어요. 댓글이 많이 달린 게 처음인데 되게 기분 좋더라고요.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기분은 좋지만 거기에 중점을 맞추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예능 드라마였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매회 시청자의 눈물을 뽑아낸 ‘고백부부’. 작품에 출연한 많은 배우들도 눈물을 흘리며 모니터는 했지만 장기용은 자신은 조금 달랐다고 털어놨다.
“저는 저희 드라마를 볼 때 공부하는 마인드로 봤어요. 스토리도 물론 봤지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저 형들은, 누나들은, 후배님들은 저렇게 하는구나’를 중점으로 봤어요. 그런데 마지막 회는 종방연에서 다 같이 봤거든요. 그때는 울컥하기도 했어요. 놀이터에서 진주(장나라)한테 담담하게 얘기하는 신도 슬퍼서 울컥했는데 나라 누나가 옆에서 울고 계신 거예요. 다른 누나들도 많이 우시고요. 그때 저도 많이 울컥했어요.”
‘고백부부’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식 질문처럼 묻는 말이 있다. ‘내가 마진주라면 장기용, 손호준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 ‘과거에 남아 돌아가신 엄마와 지내겠느냐, 2017년으로 다시 돌아가 자식을 만나겠느냐’다. 장기용에게도 이 질문을 해봤다.
“정남길과 최반도(손호준)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남길이는 아픔이 있는 친구고 반도는 진주 앞에서 까불까불 이야기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해 주죠. 남길이도 물론 진심이지만 남편만큼 가족인 사람은 없고..너무 어렵네요. 선택은 나라 누나한테 맡길게요(웃음) 두 번째 질문은 저라면 과거에 남아서 엄마한테 못 했던 것들을 하며 지낼 것 같아요.”
‘고백부부’는 재미도 있었지만 가족, 부부, 우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고백부부’. 이번 작품을 찍은 후 부모님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묻자 장기용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 형이랑 떨어져 있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형이랑 커피 한잔, 맥주 한잔할 때도 부모님 얘기를 항상 해요. ‘전화 자주 드리자’ 이런 얘기요. 혼자 떨어져 있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 것 같아요. ‘고백부부’ 찍기 전에도 항상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나 ‘잘 해야지’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고백부부’를 찍은 후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장기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하다고 밝혔다.
“신기해요. 나이가 지극하신 분들도 알아봐 주시고 식당에 들어가도 40대, 50대 아저씨들이 인사해주세요. 가족들도 난리 났어요. 아빠 회사에서 사인 요청 들어오고.(웃음) 그런데 부모님은 예전에도 그랬어요. 제가 TV에 잠깐만 나와도 못 주무시고 챙겨보시던 분들이에요. 이번에는 공중파 채널에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로 나오니까 너무 좋아하시는데 제가 그 모습을 보며 힘을 내요. 앞으로 내가 더 잘 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기분 좋은 상상하면서요. 제 보물 1호가 가족이에요. 그만큼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면 저한테도 힘이 돼요. 집에서는 막내아들이지만 더 잘해서 밖에서는 배우로 인정받도록 노력할 거예요.”
올해 초 tvN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 이어 하반기 ‘고백부부’까지 무사히 마친 장기용. 그에게 2017년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또 ‘고백부부’는 어떻게 기억될까.
“너무 감사하고 보람된 해. 해마다 저희 가족이 모여서 포부를 밝히는 자리가 있어요. 테이블에 맥주 네 개 세팅하고 아빠, 엄마, 형 한 명씩 ‘난 올해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리예요. 2017년 초에는 연기자로서 더 좋은 작품 만나서 저라는 연기자를 알릴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니까 감사해요. 앞으로 한 달 뒤 2018년에도 똑같이 말할 것 같아요. 다만 조금 더 감사하고, 더 보람된 해를 만들겠다고 말할 것 같아요. 그리고 ‘고백부부’는 제가 서툴고 미흡했지만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셨고 그 믿음을 지켜주고 싶어서 나름 발버둥 치며 노력했던 거거든요. 제가 좋은 작품에 멋진 제복을 입고 나와서 첫사랑 캐릭터를 했다는 게 나이 들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2018년에도 열심히 달려갈 준비를 마친 장기용에게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묻자 그는 주연이든 단역이든 가리지 않고 작품과 캐릭터를 보겠다고 답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다 떠나서 캐릭터를 봤을 때, 작품을 봤을 때 잘 소화할 수 있고 잘 흡수할 수 있는 캐릭터면 욕심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 맞는 캐릭터면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어요. 예능은..불러주시면 가겠지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더 커요. 내년에도 역할이 크든 작든 배우로서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매 답변에서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묻어나오던 장기용. 그의 롤모델은 누구인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히스 레저를 좋아해요. 영화 ‘다크나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조커 역을 너무 무섭고 소름 돋을 정도로 소화해내셨어요. 이 배우의 전작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로맨스 영화였거든요? 너무 사랑스럽고 엉뚱한 모습도 소화해내더라고요. 다른 사람 같았어요. 저도 ‘이 배우가 이런 느낌도 있네’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천천히 경험 쌓으면서 잘 나아가야죠.”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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