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혜미 기자] 2017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MBC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 도전했다. 사극 로맨스물 의학물은 기본, 미스터리 장르물 오피스물 코믹물 등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로 호기심을 끌며 호평을 받았다.
같은 장르의 작품을 연달아 편성하지 않는 섬세함까지 보인 MBC였지만 결과적으로만 봤을 때 월화극 수목극 모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건 사실이다. '역적' '군주' '죽어야 사는 남자' 제외, 모든 작품이 10%의 시청률을 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주말극 경우 '불어라 미풍아'만 25%를 넘는 높은 시청률로 흥행에 성공했고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당신은 너무합니다' '밥상 차리는 남자''도둑놈 도둑님' 등은 10% 중반대를 유지하며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방영 중인 '밥상 차리는 남자' '돈꽃'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밥상 차리는 남자' '돈꽃'은 주말드라마가 아닌 토요드라마로 변경, 2회 연속 방영 형식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 월화극, 잘 나가다 '휘청'…총파업 여파 인한 아쉬움
'역적' '파수꾼' '왕은 사랑한다' '20세기 소년소녀' '투깝스' / 사진=MBC 제공
사극 명가 MBC는 2017년의 시작도 사극과 함께 했다.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윤균상)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로 기존 홍길동 이야기와는 다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상중 윤균상 김지석 이하늬 채수빈 등의 배우들은 '역적'을 통해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고 '역적'은 섬세한 연출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역적' 후속작으로 방영된 '파수꾼'은 전작 마지막회 시청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아쉬운 출발을 알렸지만 연출, 연기, 스토리 모두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으며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린 사람들이 모여서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모임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거친 액션연기를 완벽 소화한 이시영과 야누스 연기를 펼친 김영광 등 모든 배우의 열연이 스토리 영상미와 어우려져 저조한 시청률에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남기며 퇴장했다.
'왕은 사랑한다' 경우 임시완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자 임윤아의 첫 사극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극 초반 '보이는 건 배우들의 외모 뿐 뻔한 스토리'라는 평과 함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그러나 '왕은 사랑한다'는 이내 진한 여운이 남는 스토리,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감성 열연, 탄탄한 캐릭터 서사, 아름다운 명대사와 영상미 등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왕은 사랑한다'는 임윤아 홍종현 오민석 등의 재발견이기도 했으며 임시완의 대체불가 연기력 또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왕은 사랑한다' 종영 이후 한예슬 김지석 주연의 '20세기 소년소녀'가 후속작으로 편성 예정이었으나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총파업 여파로 편성이 2주나 밀리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시련은 방송 마지막까지도 계속됐다. 기존 11월 28일 종영 예정이었던 '20세기 소년소녀'는 새 월화극 '투깝스'의 첫 방송 일자를 맞추기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속 방송을 예고했고, 월화극이 아닌 일일극으로 마무리될 뻔했다. 이후 편성이 또 한 번 변경되며 기존 방송 일자인 28일,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탈 수 있게 됐지만 이 역시 10시에서 8시 50분으로 시간이 앞당겨졌다. 잦은 편성 변경, 여러 상황으로 인해 시청률이 1%대 까지 하락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20세기 소년소녀'는 소소했고 따뜻하고 예뻤던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이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방영 중인 '투깝스'는 MBC의 총파업 종료 후 시작한 드라마이기도 한 동시에 조정석의 생애 첫 1인 2역 도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첫 방송 이후 조정석의 디테일한 연기는 '명불허전 조정석'이라는 찬사와 함께 역시나 많은 호평을 낳았으나 사회부 기자 역에 도전한 혜리는 이와 엇갈리는 평가를 받으며 연기력 논란을 낳았다. 전작의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던 '투깝스'. 과연 '투깝스'가 혜리의 연기력 논란, 시청률 3%의 늪에서 탈출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 수목극, 다양한 장르 향한 '도전'…작품성 빛났다
'미씽나인' '자체발광 오피스' '군주' '죽어야 사는 남자' '병원선' '로봇이 아니야' / 사진=MBC 제공
MBC는 2017년 수목극 첫 번째 주자로 '미씽나인'을 내세우며 한국 최초 재난스릴러에 도전했다. '미씽나인'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한 9명의 극한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그렇기에 정체불명 섬에 추락한 46명 승객들의 섬 탈출기를 그린 미국드라마 '로스트'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미씽나인'은 죽음을 맞닥뜨린 인간의 군상, 진실을 덮기에 급급한 정부 등 한국 사회의 뼈아픈 현주소를 짚어낸다는 점에서 '로스트'와 차별화를 꾀했지만 중간부터 허술해진 스토리로 인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아쉬운 퇴장을 알렸다.
'미씽나인' 후속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신입사원이 '슈퍼 을'로 거듭나는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고아성 하석진 이동휘 김동욱 이호원 등이 출연해 직장인의 현실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얻었다.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자체발광 오피스'에는 이 시대 을(乙)들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고 인간적인 캐릭터, 과하지 않은 설정 등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한 따뜻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군주 - 가면의 주인'(이하 군주) 역시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수목극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첫 방송보다 약 두 배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군주'. '군주'는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를 그린 드라마로 유승호 김소현 김명수(엘) 윤소희 허준호 등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명품 사극으로 거듭났다. 특히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 김명수와 폭 넓은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유승호의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기도 했다.
'군주'가 안방극장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후속작 '죽어야 사는 남자'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B급감성이 돋보였던 '죽어야 사는 남자'는 초호화 삶을 누리던 왕국의 백작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역을 연기한 최민수의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특히 압도적이었다. 비록 재미를 위한 과장된 장면 연출 등으로 '이슬람 문화 왜곡'이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주연 배우들을 포함한 모든 출연진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특유의 유쾌한 웃음 코드가 극에 잘 녹아들어 지난 여름, 안방극장에 시원한 웃음을 제대로 선사했다.
아쉬운 시청률에 비해 작품성 하나는 인정 받았던 MBC 수목극이었지만 '병원선'의 경우는 달랐다. 첫 의학드라마에 도전한 하지원의 열연은 돋보였으나 개연성 없는 전개와 시대착오적인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병원선'은 권민아의 간호사 유니폼 논란부터 하지원의 소송 논란, 강민혁의 연기력 논란 등 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며 '삐걱'거리기도 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병원선'이었으나 시청률면에서는 달랐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마지막까지 수목극 1위 자리를 두고 박빙의 대결을 벌인 것. 그럼에도 '병원선'은 '하지원만 남은 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진한 아쉬움만 남긴 채 용두사미로 종영했다.
6일 첫 방송을 앞둔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 '로봇'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신선한 조합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 로코에 도전한 유승호와 신흥 로코퀸 채수빈의 만남 역시 기대 포인트. '병원선' 후속으로 기존 11월 8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MBC 파업으로 인해 약 한 달 뒤인 12월 6일 시작을 알리게 된 '로봇이 아니야'가 늦은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파업 여파로 인한 공백기, 예능국 재가동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복면가왕' / 사진=MBC 제공
MBC는 예능 브랜드평판 1, 2위 모두를 석권할 정도로 유독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방송사이기도 하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등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선전했고 타 방송사에 뒤지지 않는 시청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9월 4일 MBC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부터 예능국 드라마국 모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황금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결방되기 시작했고 12주라는 공백기가 만들어졌다.
이에 MBC는 드라마 몰아보기, 스페셜 방송 등을 앞세워 빈 자리를 채우고자 했지만 높은 화제성 만큼이나 더욱 크게 느껴지는 공백을 메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MBC가 자리를 비운 사이 SBS JTBC tvN 등 경쟁사들은 저마다 각각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예능 강세를 보였던 MBC는 큰 위기를 맞았다. 그렇게 보낸 73일이라는 시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1월 13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고 이로 인해 MBC는 총파업을 종료,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그토록 기다리던 '무한도전'이 돌아왔고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음악중심' 등도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현재도 정상화를 위한 단계를 밟는 중이기에 갈 길이 먼 게 사실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는 MBC이기에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모두 힘을 모은다면 이 역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파업 여파로 인해 당장 연말 개최되어야 할 시상식들이 무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연말마다 열리는 각종 시상식이 올해는 장기간 파업 후유증으로 무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에 MBC 측은 "'가요대제전' 경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고 있으나 회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어 '연기대상' '연예대상'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MBC가 시상식 MC를 맡을 스타를 섭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났고 이로 인해 연말 시상식 개최 가능성은 커졌다. 기존대로 모든 시상식이 열린다면 '연예대상'은 29일, '연기대상'은 30일, '가요대제전'은 31일 안방극장을 찾아가게 된다.
박혜미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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