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혜미 기자] 먼 미래의 자신을 꿈꾸기 보단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 한다던 양세종. 데뷔 2년차 신인에게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었다.
모든 질문의 답변에서 느껴지듯 양세종은 좀 '특별'했다. 연기를 대하는 방식과 자세가 특별했고 진중함과 진실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짧은 시간, '괴물 신인'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빠른 성장을 보인 그. 이 모든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포츠투데이에서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 양세종 인터뷰가 진행됐다. 극 중 양세종은 무엇보다도 사랑이 우선이라고 믿는 인물이자 셰프 온정선으로 분해 서현진과 섬세한 멜로 연기를 펼치며 '로코 장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Q. '사랑의 온도'를 선택한 이유에 전작 영향도 있었나.
양세종 : 특별히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본 자체가 너무 섬세하게 잘 쓰여 있었다. 나오는 캐릭터들 모두가 입체적이었고 각각 캐릭터들만의 서사가 잘 담겨있었다. 대본이 일단 너무 좋았다.
Q. 온정선은 사랑에 있어서 꿈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양세종 : '온정선' 하면 파란 마음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감독님과 같이 얘기를 하다가 나온 부분이다. 그런 마음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자기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해서라도 파란 마음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 감독님께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파란 마음'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해주셨다. 캐릭터를 참고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파란 마음'이라는 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느낌이 있었다.
Q. 셰프 역을 연기했는데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양세종 : 원래는 전혀 없었다. 이번에 요리의 새로운 매력에 대해 알게 됐다. '요리라는 게 참 솔직하구나' 싶었다. 그런 부분이 되게 매력 있었다. 내가 만든 요리가 나가고 그 요리의 맛을 보고 되게 단순한 논리인데 그런 모든 부분에 셰프들의 성격이 담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셰프님들 마다 요리를 하는 과정, 음식들을 대하는 자세들이 다 다르더라. 섬세한 분들도 계시고 오히려 강한 분들도 계시고. 성격이 주방에서도 나타나는 거 같고 음식에서도 느껴지는 거 같다.
Q. 온정선의 성격, 상황 등 여러 변화를 어떻게 그리고자 했나.
양세종 : 모든 변화는 대본에 잘 쓰여 있었다. 대본에 서사가 잘 담겨 있었고. 대본을 계속 보면 흐름대로 쭉쭉 가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말로 설명해보세요' 하면 말로 설명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저는 '리허설을 통해 그 느낌을 봐 달라'라고 한다. 그래서 대본을 엄청 많이 본다. 말로 설명은 못 하지만 제 연기 스타일은 그렇다. 11회 대본을 찍는다면 훨씬 전 회부터 다시 대본을 읽어본다.
Q. 이현수에 대해 확신에 차 있는 박정우와 달리 온정선은 늘 불안해보였다.
양세종 : 쉽게 말하면 주위에서 오는 압박 때문이었던 거 같다.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오는 압박, 굿스프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현수와 같이 있을 때 생긴 트러블들은 사실 현수하고의 트러블이라기 보단 온정선 외적인 것들로부터 온 거였다. 솔직하게 다 말하지 못한 것들로 인해 생기지 않았나. 그런 것들로 인해 불안해지고 흔들렸던 거 같다.
Q. 서현진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는데.
양세종 : 모든 건 현진 누나 덕분이다. 100% 현진누나의 능력 덕분이었다. 사전에 연습을 하진 않았고 현장에서 리허설을 한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갔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진 누나의 능력이라는 거다. 멜로 장인은 절대 아니다. 저는 대본에 집중했을 뿐이고 그것도 다 현진 누나가 만든 거다. 집중을 잘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고 그런 게 뿜어져 나오시는 분이다. 현진 누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외적으로도 아름답고 내적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사람. 절대 가식이 아니라 자체가 아름다운 사람이다. 모든 건 현진 선배의 타고난 능력 덕분이었다.
Q. 호평으로 시작했던 '사랑의 온도'가 어느 순간 답답한 전개 등으로 혹평을 얻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쉽지 않았나.
양세종 : 그건 시청자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아쉽지 않다. 저는 온정선이라는 인물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본을 100% 신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판단은 시청자 분들 몫이지만 제가 아쉽다고 해버리면 확신을 갖지 않고 연기를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후회되지도 않고.
Q. '사랑의 온도'는 극적인 요소가 부족했지만 이 역시 이 작품만의 특징이기도 했다.
양세종 : 제가 이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도 정말 현실적이라는 거였다.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는 이야기이지 않나. 현실 연애. 예를 들면 연인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뭐해?' '어디야?' '밥 먹었어?'이런 일상 얘기들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너 왜 그래?'라고 물을 때가 있지 않나. 이런 게 너무 좋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극적인 요소들이 없다라는 게 되게 현실적이라는 거다. 엇박자 같은 것들이 현실에서도 되게 많이 나오지 않나. 평범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대본을 보면서도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이 놀랐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여기서는 사건일 수도 있는 거다.
Q.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
양세종 : '이건 양세종에게 필요한 말이다' 싶어서 기억에 남은 대사가 있다. '인생에 우선순위라는 게 있어'라는 한 문장. 이 문장이 저에겐 많이 와 닿았다. 평상시에 마음이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세종이한테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떠올리면 침착해지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더라.
Q.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대중적인 드라마, '듀얼' '사랑의 온도'처럼 탄탄한 마니아층에 사랑 받는 드라마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
양세종 : 가리지 않는다. 가리지도 않고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모든 인물이 다 재미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도 크고.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절대 제한을 두거나 가리거나 하지 않을 거다. 이 세상에 있는 무궁무진한 많은 인물을 다 해보지도 못하고 죽을 텐데 재미있지 않나. 배우라는 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하게 될지는 제 선택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리지 않는다.
Q.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골방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
양세종 : 작품을 할 때는 양세종 생각이 전혀 안 들어간다. 온전히 온정선이여야 하고. 촬영장에서는 정선이었다가 일상에 돌아왔을 때는 양세종으로 분리를 시켜보려고 해봤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설령 분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음날 촬영장에서 연기를 할 때 집중도 안 되고. 본집은 있지만 골방을 항상 구해서 하는 이유가 그거다. 누구는 핸드폰 안 하고 싶겠나. 하고 싶다. 그럼에도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알람으로만 사용하면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연기에 집중을 못 한다. 이건 온전히 제 문제다. 일상과 분리를 시키려고도 해봤다. 아무래도 연락이 안 되니까 주변에서 많이들 답답해하시고 제가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 회사 대표님 연락도 안 받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일찍 알았다. '사랑의 온도'를 '듀얼' 끝나고 바로 들어갔는데 죄송한 분들이 있다. '듀얼'이 끝나고 3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 3주가 저에겐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듀얼'에서 연기했던 이성준 이성훈 캐릭터도 털어내야 했고 온정선으로서의 준비도 해야 했다. 보통은 3~4개월의 골방 계약이 끝나면 본집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엔 7개월 정도 골방에 있었다.
Q. 데뷔작부터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보이더니 2년 만에 지상파 주연 자리를 꿰찼다. 신인에겐 드문 빠른 성장인데.
양세종 : 주위에서는 되게 빠르다고 말씀들을 해주신다.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쪽으로 생각을 안 한다. 다만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 주어진 어떠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 하자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었다. 만약 오늘 주어진 게 인터뷰라면 '인터뷰를 언제 다 하지'가 아니라 '오늘 있을 인터뷰들에 집중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게 제일 본질이니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에 '오늘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에 집중하자' 그렇게 생활해왔던 거 같다. 한마디로 지금 이 순간에 최대한 집중을 하는 거다. 잡념들을 떨쳐버리고. 평상시에도 그렇게 생활을 한다. 정선이라는 인물을 맡았을 때도 '이게 끝나는 순간까지 온전히 온정선이다'라는 생각을 했고 전작들에서도 늘 그래왔다.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생긴 건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든 생각이다. 책방에 다양한 책들이 있었는데 그런 책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뭘까'였다. 책방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었다. 중학생 때 학교가 끝나면 만화책방에 늘 갔었는데 사장님께서 이렇게 매일 올 거면 부모님께 허락 받고 차라리 일을 하라고 하셔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Q. 자신을 따라다니는 '괴물 신인', '대세 배우' 이런 수식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나.
양세종 : 그런 수식어들에 대해 인정은 하지 않지만 주위에서 듣긴 했다. 그렇지만 숨겨진 괴물들은 엄청 많다. 저는 연기를 하던 골방에서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하던 뭔가를 준비할 때 스스로 만족하지 못 한다. 사실 연기라는 게 정답도 없고 완벽함도 없다. 인생에도 정답이라는 건 없지 않나. 그렇다 보니 더 상상하면 더 좋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상상의 나래를 깊게 더 넓게 펼치면 펼칠수록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라기 보단 그런 비슷한 느낌을 느끼긴 한다. 학교 교수님들이 항상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100석의 극장이 있다고 치자. 그럼 100명의 관객이 오지 않나. 왕복 2시간씩 걸려서 극장을 찾는다면 100명이기 때문에 200시간이다. 너희의 공연을 보기 위해 200시간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은 투자한다. 너희는 그 200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냐'. 그런 것들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런 생각의 훈련들을 하게 해줬다.
Q. 의학물 장르물 멜로물까지 2017년을 바쁘게 보냈다.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거 같은데.
양세종 : 그렇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양세종은 누구지?'였다. 그 정도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없었어서 그런 시간을 틈틈이 가져야 할 거 같다. '양세종은 누구인가', '나는 어디 있는가'. 올해 제가 행한 것들에 대해 제 스스로 평가를 하진 못할 거 같다. 그건 저 아닌 다른 분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하루하루 저에게 주어진 일들을 잘 행하며 보내고 싶다.
박혜미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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