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한국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보내던 프로야구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계기로 한국 최고 프로스포츠의 위치를 되찾았다. 한국 축구의 발전에 있어서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태극마크'에 애착을 느끼고 중요시 여기는 선수들과, 이들에게 끊임없는 성원을 보낸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하지만 유독 배구는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걸음이다. 여자배구는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 리우 올림픽 8강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나 팬의 열정이 다른 종목에 비해 모자란 것도 아니다. 여자배구 최고의 선수 김연경(상하이)은 혹독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합류를 마다하지 않는다. 양효진(현대건설),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 역시 체력적 부담과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태극마크를 선택한다. 이러한 대표팀에 보내는 팬들의 시선도 늘 호의적이다.
선수들과 팬들의 열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배구협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배구협회는 대표팀 지원 부족과 안일한 행정으로 늘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최근 몇 년 만 돌아봐도, 김치찌개 회식 논란, 여자배구 그랑프리 불참, 리우 올림픽 이후 각자 귀국, 대표팀 정원 미달, 반반 비즈니스석 논란 등 수많은 구설수가 발생했다. 특히 김치찌개 논란은 배구협회의 무능을 상징하는 해프닝이 됐다. 당시 협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김치찌개집에 마련해 실소를 자아냈다. 대표팀만 소집했다하면 논란이 벌어진 셈이다.
배구협회는 지원 부족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배구협회가 신사옥 건물을 매입한 이후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내분 끝에 서병문 전 회장이 탄핵됐고, 지금까지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배구협회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해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규모를 줄였고, 오한남 신임 회장도 사비 2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쌓인 문제가 많은 만큼,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구 대표팀은 앞으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과 같은 빅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대표팀 운영을 한국프로배구연맹(KOVO)에 맡기고 손을 떼라는 강경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배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깔린 주장이다. 실제로 야구 등 일부 종목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대표팀이 운영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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