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지난 2010 남아공 대회 우승팀인 '무적함대' 스페인(6월 피파랭킹 1위)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스페인의 탈락 뒤엔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이 있었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오전 4시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칠레(14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0-2로 완패하며 16강행이 좌절됐다.
지난 1차전에서도 네덜란드(15위)에 1-5 충격의 패를 당한 스페인은 2경기 만에 16강 탈락을 확정,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스페인의 2경기 연속 참패에 대한 원인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델 보스케 감독의 선수기용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네덜란드전) 스페인 선발 명단(4-3-3)
GK - 이케르 카시야스
DF - 호르디 알바, 헤라르드 피케, 세리히오 라모스,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MF -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부스케츠
FW - 디에고 코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2014 브라질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칠레전) 스페인 선발 명단(4-2-3-1)
GK - 이케르 카시야스
DF - 호르디 알바, 하비 마르티네즈, 세르히오 라모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MF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로드리게스, 다비드 실바,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부스케츠
FW - 디에고 코스타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네덜란드전) 스페인 선발 명단(4-3-3)
GK - 이케르 카시야스
DF - 세르히오 라모스, 헤라르도 피케, 카를로스 푸욜, 호안 카프데비야
MF -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부스케츠
FW - 페르난도 토레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로드리게스
스페인의 이번 대회 1,2차전과 지난 남아공 대회 결승전의 선발 라인업이다. 3경기 사이에는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라인업에서는 시간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푸욜의 은퇴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대부분이 여전히 세계 최고 선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그들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은 명백히 확인됐다.
스페인 대표팀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노쇠화에 따른 체력적 열세로 특유의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했고, 상대 역습에 손쉽게 골을 허용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64) 감독/ AP 연합뉴스
'무적함대' 스페인의 몰락은 전적으로 델 보스케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기용과 변화 없는 전술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름값과 기존 대표팀 선수들을 주축으로 이번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을 꾸린 델 보스케 감독은 선발 명단과 전술에서마저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개막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노쇠화를 지적,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고수했다.
이에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또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코케·세스크 파브레가스·하비 마르티네스·다비드 데 헤아 등의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칠레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탈락할 만했다"며 "오늘 발생한 일을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오늘 우리만의 특징을 보여줬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골 앞에서는 운이 없었다"며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뒤지고 있을 때는 열심히 뛰는 것 이상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마지막으로 "스페인 대표팀은 여전히 뛰어나다"며 "다만 스페인이 앞으로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변화를 위한)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대상 중에는 감독 자리도 포함 돼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유로 2008·2010 남아공 월드컵·유로 2012 대회를 모두 석권, 이번 대회에서의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4연패를 꿈꿨던 스페인은 이날 패배로 6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뼈저린 아픔을 경험을 한 스페인의 변화와 차기 대회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오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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