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야구에서 낮은 타율에 비해 많은 홈런 수를 기록하는 선수가 종종 있다. 이런 플레이 성향을 보이는 경우를 흔히 '공갈포'라고 부른다.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을 떨어지는 편이지만 장타력을 갖고 있어 투수의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긴장감을 주곤 한다.
근래의 메이저리그에서 소위 공갈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선수는 애덤 던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활약, 지난 201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던은 통산 성적은 2할3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홈런은 무려 462개나 친 선수다. 특히 타율 2할5푼 미만임에도 불구, 4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시즌이 네 번에 달할 정도로 극단적인 성향을 가졌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해마다 공갈포 성향을 보이는 선수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중반에 들어선 올 시즌 이런 공갈포 성향이 두드러지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토드 프레이저(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1년에 데뷔해 신시내티 레즈의 간판선수였던 프레이저는 올시즌을 앞두고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시즌 극단적인 공갈포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타율은 1할9푼8리에 불과하지만 홈런은 21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
이 기록이 꽤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타율은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로 낮은 반면 홈런은 아메리칸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율은 최하위 두 번째, 홈런은 최상위 두 번째라는 꽤나 독특한 성적이다.
신시내티의 프렌차이즈급 선수로 불렸던 프레이저는 괜찮은 타격감과 출중한 수비 능력으로 fWAR 3점대 이상의 시즌을 네 차례나 보낸 선수다. 데뷔 초반 홈런수 20개 이상의 시즌은 없었지만 장타력은 인정받은 편이었다. 지난 2012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배트가 미끄러져 놓쳤음에도 홈런을 친 장면은 유명하다.
프레이저의 장타력은 29개의 홈런을 친 지난 2014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공갈포의 면모는 지난 시즌부터 기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해 타율은 2할5푼5리로 하락한 반면 홈런은 35개로 크게 치솟았다. 이같은 과정 후 올 시즌은 애덤 던 이상의 공갈포 성향을 보이고 있다.
프레이저는 기록하고 있는 아메리칸 리그 타율 최하 두 번째 바로 밑에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병호가 최하위로 자리하고 있다. 박병호 역시 프레이저 못지않은 슬러거이지만 홈런 수는 12개로 다소 차이가 난다.
박병호 역시 준수한 홈런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프레이저와 같은 공갈포 성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슬럼프를 겪으면서 급속한 타율 하락과 동시에 홈런 페이스도 띄엄띄엄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박병호와 프레이저는 동병상련일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박병호가 더 어두워 보인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