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페스트 포스터 / 사진=스포트라이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수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서태지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취향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분이 90년대에 문화에 끼쳤던 영향은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그분의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이 뮤지컬을 보시면 새로운 해석으로 펼쳐진 서태지의 음악이 한편의 훌륭한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됐다는 걸 보실수 있을겁니다." -연출 노우성
90년대 한국 문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서태지의 명곡들과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두 문화 거장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뮤지컬 '페스트'는 뭔가 특별하다.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 디노체 컨벤션에서 창작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가 열려 출연 배우인 손호영, 보이프렌드 정민, 김다현, 피에스타 린지, 김도현, 김수용, 황석정 등과 연출가 노우성, 기획자 김성수 등이 참석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서태지 뮤지컬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됐던 걸까. '페스트' 기획 제작 총괄 김민석은 "사실은 서태지씨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2007년도에 했다. 당시 서태지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막연하게 이 좋은 노래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그러다 송병옥 연출가를 만나서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민석 제작 총괄은 이번 뮤지컬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서태지의 설득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서태지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제가 서태지에게 뮤지컬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해 하셨다"며 "자신의 음악들을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 것인지 궁금해 하셨다. 그런데 서태지씨가 편곡을 들어보고 이정도면 괜찮겠다고 해주셨다. 그렇게 6년여 간에 걸쳐 '페스트'라는 대본과 결합해 드디어 발표하게 됐다"고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더욱이 서태지는 이 뮤지컬이 극화 될 때까지 계속해서 자문을 건넸다고.
노우성 연출가는 '페스트' 제작과정에 대해 "저의 예술적인 성향은 집어치우고 두 아티스트(서태지, 알베르 카뮈)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하는 게 저의 첫 번째 목표였다"며 "그래서 창작 과정에서 강제 합숙을 하면서 작업했다. 원작에서 보였던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시대가 아닌 현재로 바꿔서 재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원작과 시대 배경이 다르다. 원작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저항이 사라진 시대를 얘기했다면 노우성 연출의 '페스트'는 현대 시점으로 배경을 바꿔 저항을 잃어버린 시대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문제를 헤쳐나가는 지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이에 대해 노우성 연출가 "저항이라는 두 글자를 잃어버린 시대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현재 우리는 먹고 사는 게 어느 정도 해결 돼 저항이라는 숫자가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시대에 시스템 통제 하에 잘 살고 있는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려냈다. 그래서 페스트라는 거대한 위기가 닥쳤을 때 저항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 하냐에 대한 얘기를 담아냈다"고 말했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속 장면들은 '너에게' '죽음의 늪' '시대유감' '소격동' 등 서태지 초창기부터 솔로음반에 이르기까지 20여곡의 노래들로 엮어져 서태지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고스란히 살린 뮤지컬 넘버로 편곡됐다.
서태지의 실험적이고 강렬한 록 음악과 아름다운 클래식의 스펙터클한 조합은 서태지 음악의 본질이 완벽하게 빛나는 독보적이 뮤지컬 넘버로 탄생돼 초대형 오케스트라의 격정적인 연주로 선보인다.
여기에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김도현, 윤형렬, 오소연, 김수용, 조휘, 조형균 등 다수의 작품으로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계 최고의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또한 황석정, 피에스타 린지, 보이프렌드 정민, 신예 박준희 등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리유 역을 맡은 배우 김다현은 "'도대체 서태지 음악을 어떻게 뮤지컬화 시켰을까'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다"며 "그 고민이 저에겐 새로운 도전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창작 뮤지컬을 거쳐 왔지만 이번 서태지 음악을 뮤지컬로 창작하는데 어떻게 표현될까 저 역시도 많은 고민을 가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대형 뮤지컬에 처음으로 출연한 배우 황석정은 '페스트'와의 운명론을 펼치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이 작품을 하게 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전염병에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에 메르스와 같은 질병들이 창궐할 징조를 보이고 있지 않나. 그래서 혼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닥치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하면서 살았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런 생각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이 작품이 저한테 왔다. 감사하고 거룩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카뮈를 정말 좋아한다. 제가 어릴 때 하염없이 '멋지다, 예술적이다'라고 느꼈던 작품이다"며 "여기서 저는 원작에 없는 역할을 맡았다. 항상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을 맡다가 이번에는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악인 역할이다. 그래서 요새 항상 백배를 하면서 자고 있다"고 덧붙였다.
6년여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페스트'. 자칫 잘못하면 서태지와 알베르 카뮈라는 두 거장의 명성에 해가 갈 수 있는 상황. 명성의 후광은 득과 해라는 양날의 검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제작자와 배우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연 '페스트'가 이러한 부담감을 떨치고 서태지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멋진 공연을 이뤄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또 끝으로 출연배우들이 전석 매진에 대한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배우 대표로 김다현이 "서태지 선배님을 무대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약속대로 '페스트'가 완벽한 무대로 흥행성을 입고 전석 매진을 이뤄내 서태지를 무대 위로 소환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한수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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