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AL)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부지구와 중부지구에서 1~3위 팀들이 3게임차 이내의 뜨거운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순위가 바뀌는 양상도 자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즘 유독 서부지구에서만 텍사스 레인저스의 순항이 눈길을 끈다. 텍사스는 16일 현재(한국시간) 2위 시애틀 매리너스와 다섯 게임 반차이로 간격을 벌리며 1위를 지키고 있다. 불과 지난달만해도 시애틀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1위로 올라선 텍사스가 간격차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 텍사스는 그야말로 '잘나가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펼쳐진 같은 지구 경쟁 팀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이 확연했다. 이날 텍사스는 경기 초반 오클랜드 에이스 소니 그레이의 호투에 막혀 타선이 힘을 못 쓰고 있었던 반면 텍사스 선발 데릭 홀랜드는 초반에 무너지며 5실점을 하고 4회에 강판을 당했다.
초반부터 기선제압을 당한 경기로 텍사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상황. 그럼에도 여유로움이 묻어났던 텍사스 덕아웃에서는 6회초 반전을 만들어냈다. 로빈슨 치리노스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추신수의 2루타로 이어진 공격은 난공불락과 같았던 소니 그레이를 금세 무너트리고 5대5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치리노스와 루그네드 오도어의 연타석 홈런으로 결국 7대5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최근 텍사스의 상승세는 언뜻 보기에 다소 의아한 측면이 있다. 추신수를 비롯해 애드리안 벨트레, 다르빗슈 유 등 주전선수들이 상당 기간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경쟁이 치열했던 아메리칸 서부지구에서 리그 중반 즈음 타 팀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텍사스의 선전에는 마운드와 타선의 고른 전력 향상과 신·구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팀컬러 때문이다. 콜 해멀스, 마틴 페레즈, 콜비 루이스 등 꾸준한 선발진과 샘 다이슨의 호투와 맷 부시의 가세로 더 탄탄해진 불펜은 꽤나 두터운 마운드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타선 역시 제몫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루그네드 오도어와 주릭슨 프로파 등의 내야진은 남다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추신수의 부상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외야수 노마 마자라의 깜짝 활약도 인상적이다.
현재 텍사스는 외부 영입을 위주로 한 노장 선수들과 팜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선수들의 캐미스트리도 끈끈한 편이어서 전반적으로 융화력과 활력적인 팀 분위기가 눈에 띄고 있다. 이로 인해 주축선수들이 부상을 겪어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
텍사스는 2010년대에 들어서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의 꾸준한 강팀으로 발돋움했다. 놀란 라이언으로 구단주가 바뀌고 젊은 단장 존 다니엘스가 적재적소의 선수 영입을 펼치면서 지난 2014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텍사스를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꼽는 경우는 드물다. 포스트시즌에서 여러 차례 보여준 패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의 경우 막판까지 뜨거웠던 지구 1위 경쟁에 승리하며 디비전시리즈에 올랐다. 하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2연승 후 내리 3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특히 2011년 세인트루이스와 지난해 토론토에 당한 시리즈 역전패로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자주 당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흑역사'를 가진 텍사스가 올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관심을 모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내 야구팬의 입장에서는 최근 신바람 나는 텍사스의 경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이다. 이는 아메리칸 리그 최하위 팀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모두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소속된 팀들이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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