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리거들이 최근 괄목할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상 복귀 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강정호를 비롯해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인상적인 타격감을 보여줬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즈) 역시 10호 홈런을 터트리며 다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대호와 김현수는 선발에서 자주 제외되고 있다. 3할 타율로 올라선 이대호와 11경기 째 연속 출루 기록 중인 김현수는 이 같은 활약에도 들쭉날쭉한 선발 라인업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구단 측에서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호는 여전히 좌투수를 위주로 한 선발로 활용되고 있으며 김현수는 최근 늘어난 출장 기회 속에서도 좌투수를 상대로는 고작 3타석을 소화했다. 이틀 연속 선발에서 제외된 이유도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대팀 투수가 좌완이냐 우완이냐에 따라 상대 성적이 출중한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다. 통계에 따른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와 김현수는 좌투 또는 우투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선수들이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양 리그에서 좌투우투의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 당초 KBO에서 좌투수에 약점을 보이기도 했던 김현수도 최근 이런 약점을 (우완 0.330, 좌완 0.329)을 극복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KBO의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대호나 김현수에게 플래툰을 적용한다는 점은 국내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좌우 편차가 적은 선수들에게 플래툰을 적용해 ‘반쪽짜리’ 선수로 활용해 출장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플래툰 시스템 적용의 이면에는 같은 포지션의 넘치는 자원을 골고루 활용하는 역할도 자리한다. 이대호와 김현수가 좌투나 우투 한쪽에만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 때문이 아니라 포지션 경쟁자들을 고루 활용하기 위해 플래툰을 적용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이대호는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같은 1루 포지션인 아담 린드가 더 높은 연봉으로 주전을 확보하고 있다. 린드는 최근 이대호의 물오른 타격감과 비교해 다소 부진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시즌 중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히 버려질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이대호 연봉의 약 8배를 받는 선수다.
김현수의 경우도 마찬가지. 김현수의 출장으로 조이 리카드와 놀란 레이몰드에게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당초 볼티모어는 시즌 전 외야가 약한 팀으로 평가됐었고 이에 외야자원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자 김현수에 앞서 리카드가 눈에 뛸만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다소 부진했던 레이몰드가 타율 2할9푼5리로 급상승했고 우익수 마크 트럼보 역시 홈런 1위에 오를 정도로 영입성공 사례가 됐다.
이대호와 김현수에게 적용되는 플래툰 시스템은 상대 투수에 의한 것이 아닌 팀내 경쟁에 따른 것이다. 최근 두 사람이 물 오른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구단 입장에서는 이들을 전폭 기용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은 구단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만큼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두 타자에게 당면한 과제다. 앞서 이대호와 김현수는 지역여론의 힘을 받아 출장 기회를 늘렸다. 여전히 두 사람에게는 지역여론에 이어 구단이 동할 만큼의 활약이 플래툰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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