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출연진 및 연출진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한수진 기자] 배우 라인업만 들어도 연기에 대한 믿음감이 생기는 연극 '햄릿'. 어벤져스 출연진 9명의 등장은 말이 필요 없는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7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층 로비에서 열린 이해랑 탄생 100주년 연극 '햄릿' 프레스콜에 출연 배우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과 연출 손진책 등이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손진책 연출가는 "이번에 든든한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제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많이 하게 했고, 욕심도 많이 냈다. 그렇지만 저는 배우들에게 욕심내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며 "연극을 하는 의식이랄까 개인의 연극 철학이랄까 이것과 관객이 진솔하게 통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관객들과 소통하는 연극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햄릿'의 출연배우이자 손진책의 아내인 배우 김성녀는 "손진책 연출가가 하는 말을 쉽게 해석하면 '연기라는 것을 가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으로 하는 진솔한 연기를 보여줘라'라는 것 같다"며 "손진책이 하는 말이 어렵기 때문에 통역사가 필요하다. 손진책은 연출가로서 말을 거창하게 한다. 방금한 말의 결론은 '가장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자'가 연출이 요구하는바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햄릿'은 분명한 극이다. 분명한 행위 밑에 깔려있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정념이 모호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매우 분명한 극이다. 때문에 원작에 충실해 이번 연극을 구성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긴 희곡으로 뽑히는 '햄릿'. 서양 고전으로 유명한 '햄릿'이지만 손진책 연출가는 동서양의 이분법적으로 '햄릿'을 나눠 연출하지 않았다. 특히 시간에 있어서 보편성 속에서 풀어냈다. 여기에 시적인 미니멀리즘을 통해서 밀도 높은 공연을 탄생 시켰다.
또한 이번 '햄릿' 출연 배우 9명의 평균 연령은 60세를 훌쩍 넘는다. 이에 대해 유인촌은 "저뿐이 아니라 선배님들이 공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극복해야하는 문제다. 결국엔 관객들의 몫으로 남기기로 했다"며 "저희들의 연기 경력이 극중 역할의 나이를 잘 뛰어넘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연극은 어떤 연극 보다 진지하다. 출연 배우들 역시 마치 연극을 처음 하는 것처럼 서로 어렵고 진지하고 정열적으로 시작부터 가고 있다"며 연기 혼을 불태웠다.
9명의 출연 배우 인생을 더하면 422년. 이들은 물 흐르듯 역할을 창조해내는 것도 모자라 기존에 그들이 연기했던 틀을 깨고 더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수험생처럼 고민하며 매일 연습에 임하고 있다.
출연 배우 중 가장 막내인 윤석화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엄청 느껴지는 무대다. 제 위에 계신 모든 분들의 정열과 열정이 합쳐져서 근사한 '햄릿'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햄릿'의 연습장은 모든 후학들에게 배움의 장이 될 만하다. 단 9명의 출연진들은 제자리에서 대본을 읽는 단순한 리딩 과정에도 특유의 아우라를 뿜으며 각각의 역할을 장악해냈다.
더욱이 원작에서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침묵 속에만 있던 여성들을 이번엔 달리 표현했다. 여성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냄으로써 꿈틀거리는 내면을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우유부단함으로 치부되던 햄릿의 삶 속에 스며드는 죽음의 문제를 깨닫게 했다. 여기에 그 무게와 싸우는 인간의 모습으로 더 정교히 형상화했다.
손진책의 '햄릿'은 압축된 간결한 구조와 리듬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연기 대가들의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완성된다. 422년의 연기 경력이라는 말 한마디로 위의 말들은 이미 입증됐다. 관록의 배우들과 명작의 만남. 이 두 가지만으로 입증된 기대감을 자아내는 '햄릿'이다.
한편 배우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은 7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된다.
한수진 기자 ent@stoo.com
사진=팽현준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