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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찝찝한 승리와 태국의 눈물
작성 : 2016년 05월 19일(목) 09:20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일본 여자배구가 천신만고 끝에 태국을 꺾고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찝찝함이 남는 승리였다.

일본은 1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 4차전에서 태국에 세트스코어 3-2(20-25 25-23 23-25 25-23 15-13)로 역전승했다. 3승1패(승점 8)를 기록한 일본은 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일본에게는 천금보다 귀한 승리였다. 지난 17일 한국에게 완패를 당한 일본은 태국을 이겨야만 리우행 희망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강호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태국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일본은 주장 기무라 사오리가 한국과의 경기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주포 나가오카 미유까지 부진하며 첫 세트를 태국에게 내줬다. 3세트까지 내준 일본을 4세트에서도 위기에 몰렸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그러나 5세트 초반은 일방적인 태국의 분위기였다. 당황한 일본은 평소답지 않은 범실까지 남발했다 점수는 12-6까지 벌어졌다. 5세트가 15점까지인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반전이 발생했다. 12-8 상황에서 태국에 레드카드가 주어지면서 점수차가 좁혀졌다. 분위기를 탄 일본은 추격에 나섰고 결국 13-12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다시 한 번 태국에게 레드카드가 나오면서 일본의 세트포인트가 됐다. 고비 때마다 나온 레드카드로 승기를 잡은 일본은 5세트에서 15-13으로 승리했다. 대역전극이었다. 부상투혼을 발휘한 기무라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다 잡은 경기를 내준 태국 선수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1승3패가 된 태국은 사실상 리우행이 어려워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이었지만, 지켜본 입장에서는 찝찝함이 남는 경기였다. 한 경기에 한 번도 보기 힘든 레드카드가 2번이나, 그것도 5세트에서만 나온 상황 자체가 석연치 않았다.

태국 감독은 경기 뒤 "20년 동안 배구 감독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것은 보지 못했다"며 "터치 패널에 왜 선수 교체가 표시되지 않는지 물어보고, 확인을 요청했는데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것은 태국에게 매우 불공평했다. 우리는 스포츠맨십을 갖고 경기를 한다. 심판의 판정을 옳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태블릿을 통해 선수교체와 작전 타임, 챌린지 등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태블릿의 로딩 시간으로 인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태국은 앞서 4세트에서도 승부처에서 선수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손해를 본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 외적인 부분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 셈이다.

물론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항의로 스스로 분위기를 넘긴 태국 벤치의 행동도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5세트 그 중요한 순간에서 태국에게 레드카드를 2장이나 줄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심판진의 경기 운영에 의문이 남는다. 만약 태국의 상대가 개최국 일본이 아니었다면 주심이 2장의 레드카드를 꺼낼 수 있었을까?

어느 국제대회든 개최국에게 어느 정도의 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홈팬들의 응원을 얻을 수 있고, 시차적응의 어려움도 없다. 개최국만의 특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홈의 이점이 코트 밖이 아닌 안에서도 발휘된다면 이는 특혜가 아닌 횡포다. 일본의 승리는 홈의 이점을 살린 승리였다기보다는 횡포를 부린 끝에 가져간 승리에 가까웠다.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언론은 부상 투혼으로 승리를 이끈 기무라의 눈물을 집중 조명하며 일본이 올림픽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고 전했다. 반면 성난 태국팬들은 국제배구연맹 SNS에 항의 댓글을 남겼지만, 이미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함을 생명으로 한다. 어느 정도의 변수가 있을지 언정, 정정당당한 승부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일본과 태국의 경기 뒤 승자인 기무라의 눈물보다 패자인 태국 선수들의 눈물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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