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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요리] 긴장을 풀어주는 특별한 김치찌개
작성 : 2014년 05월 09일(금) 16:04

김치찌개 재료

[스포츠투데이 조병무 기자] 패키지 동남아 여행을 가면, 일정 중 한 번은 교포가 운영한다는 한식당에 들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입에 맞지 않는 현지음식을 먹느라 고생하셨다는 둥 이참에 목구멍의 때를 벗겨주겠다는 둥 가이드의 너스레가 이어지고 특별 메뉴란 것이 등장한다. 바로 김치찌개다. 회사 뒷골목 웬만한 식당에 다 있는 흔한 찌개인데 외국에서는 특별한 요리로 대접 받는다. 냄비뚜껑을 여니 시큼 매콤한 김치찌개 냄새가 확 풍겨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인다. 뜨거운 국물 한 수저에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신기하게도 여행의 긴장이 확 풀린다. 그래서 특별 메뉴인가보다.

긴장을 풀어주는 특별한 김치찌개를 만들어보자.


필요한 재료는 육수, 김치, 두부, 돼지고기, 파 이렇게 다섯 가지뿐

육수: 육수 끓이는 법은 지난 편 ‘구수하면서 개운한 된장국 끓이는 법’에 적어놨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아주 쉽다. 멸치, 다시마, 파 이 세 가지를 냄비에 넣고 바글바글 끓이면 좋은 육수가 우러난다. 건더기는 버리고 육수만 쓴다.

김치: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가 좌우한다. 맛있는 김치로 끓여야 국물도 맛있고 향도 좋은 찌개가 된다. 김치찌개에는 양념을 넣을 필요가 없다. 김치를 담글 때 젓갈도 넣고 갖은 양념을 다 하기 때문이다. 설마 총각김치나 겉절이로 찌개 끓이는 사람은 없겠지.

두부: 네다섯 명이 먹을 량이면 두부 한 모를 다 넣으면 된다. 찌개용 두부가 좋다.

돼지고기: 돼지고기도 네다섯 명이 먹을 량이면 두부 한 모 만큼 넣으면 된다. 슈퍼에 가면 찌개용 돼지고기를 판다. 수차례 먹어보고 비교해본 결과, 식감은 앞다리 살이 제일 나았다. 삼겹살을 넣는 사람도 있고 목살을 넣는 사람도 있는데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파: 대파 한 도막이면 된다.

김치찌개용 포장재료


슈퍼에 가서 두부, 돼지고기를 사왔다. 요즘은 이렇게 간편하게 포장이 돼서 나온다.

1. 김치를 썬다.

김치찌개에 넣을 김치 썰기


이 작업이 참 어렵다. 조심조심 썰어도 김칫국물이 도마를 넘어 싱크대 위로 줄줄 흐른다. 행주 여러 장 벌겋게 만들었다.

2. 냄비에 고기, 김치, 두부를 넣고 육수를 붓는다.

냄비에 고기,김치,두부를 넣는다.

육수를 붓고 끓인다.


3. 끓인다. 파를 썰어 넣으면 완성!

보글보글 끓을 때, 파를 썰어 넣는다. 조리용 가위로 어슷하게 툭툭 잘라 넣으면 간편하다. 한 숟가락 국물을 떠 간을 보자. 약간 싱겁다 할 정도면 괜찮다. 찌개는 끓일수록 짜진다. 이미 김치에 간이 배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소금을 넣을 일이 없다.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위해,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수 김치찌개를 만드는 아버지가 돼보자. 김치찌개는 어설프게 끓여도 맛이 보장되고,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도 제격인 일석이조의 메뉴다. 가족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특별한 김치찌개는 아버지가 끓여야 더 특별해진다.

김치찌개


김치찌개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

김치찌개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아마도 한국전쟁 후 꿀꿀이죽이나 부대찌개로 연명했던 시절을 지나 전 국민이 서서히 김장을 하게 됐던 때부터 김치찌개가 대중화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김치와 돼지고기 자체가 구한말까지도 귀한 음식으로 통했고 일제식민치하 수탈된 한반도에는 먹을 것 자체가 귀했기 때문이다.

김치는 김장을 할 정도의 재력이 있는 부유한 집안에서 담글 수 있었다. 일반 서민의 경제력으로는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과 각종 양념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 세대만 해도 양식이 다 떨어져 배를 곯던 보릿고개가 있었다. 돼지고기 또한 언감생심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김치찌개. 지금은 아주 흔한 국민찌개지만 불과 60년 전만 해도 꽤나 럭셔리한 재료로 만든 특별한 메뉴였다. 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볼품없이 끓여 나와도 ‘너는 특별해’ 인정해주면서 먹어야겠다.


조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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