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들은 저마다 독특한 그라운드 형태나 구조물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무시무시한 왼쪽 11미터 담장인 그린몬스터부터 장외홈런을 치면 바닷가로 공이 나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파크, 외야에 수영장이 설치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체이스필드 등이 그렇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도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독특한 구장이다. 좌측의 아치형 구조물과 함께 그 위에 달리는 기차는 구장의 랜드마크다. 증기기관차 모양의 이 기차는 휴스턴 선수가 홈런을 치거나 팀이 경기에서 이길 때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구조의 미닛메이드 파크가 국내 야구팬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은 3일 펼쳐진 휴스턴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6-2로 미네소타가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5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휴스턴의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3루타를 기록했다.
박병호가 이날 친 3루타는 미닛메이드 파크의 독특한 구장 형태도 한몫했다. 미닛메이드 파크의 독특한 외야 구조물인 '탈의 언덕(Tal's hill)'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탈의 언덕은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 못지않게 수비하기에 애를 먹게 만드는 구조물이다.
과거 구단 사장이던 탈 스미스의 이름에서 따온 이곳은 중견수들에게는 고통을 주는 구역이다. 20도가 넘는 경사로 돼있는데다 펜스에서 1미터 가량 앞에 깃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까지 도사린다.
탈의 언덕의 펜스는 홈플레이트에서 133m가 떨어진 곳으로 이날 박병호의 3루타는 다른 구장 같았으면 홈런에 해당되는 비거리 127미터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서 가장 깊숙한 탈의 언덕은 현지 야구팬들에게도 논란이 되는 곳이다. 구장의 독특한 개성을 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초 휴스턴 구단은 탈의 언덕을 없애는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했다. 총 1500만 달러를 투입해 탈의 언덕과 깃대를 없애 펜스를 약 124m로 당기고 이곳에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할 계획이었던 공사는 결국 연기됐다. 지난해 휴스턴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더불어 11월에는 국제 크리켓 대회가 열리는 바람에 공사일정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팬들은 박병호의 독특한 3루타를 볼 수 있었다.
미닛메이드 파크의 탈의 언덕은 과거 신시내티의 홈구장이었던 크로슬리 필드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흔히 볼 수 없던 경사면이었다. 독특한 지형물이었음에도 그린몬스터와 같은 인기를 끌지 못한데다 부상 위험만 높은 이곳은 아마도 이번 시즌 이후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탈의 언덕이 마지막 시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도 눈길을 끈다.
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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