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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퍼즐]'닥치고 움직여'를 외치는 맥그리거가 보고싶다
작성 : 2016년 04월 21일(목) 11:12

송효경 / 사진=송효경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스포츠가 땀만 흘린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스포츠 스타는 본인을 가꾸고, 꾸며 빛을 낸다. 뛰어난 실력만큼 거친 입담과 승부 근성은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라이벌들 앞에서 마음 속 할 말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나는 공격적이고 불타는 투지를 가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우와'라는 탄성과 '어떻게'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 중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왜 이런 기술이 나왔지?', '이 타이밍에서는 어떻게 이런 방어 준비를 했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맥그리거는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팬들의 가슴 속에 투지를 가진 선수로 기억된다.

맥그리거는 20일 자신의 SNS에 "젊었을 때 은퇴하기로 했다. 그동안 고마웠고, 다음에 보자"라는 글을 게재하며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했다. 그 후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떤 일에 있어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지난 12일 아일랜드에서 열린 토탈 익스트림 대회에서 맥그리거의 팀 동료인 주앙 카르발류는 찰리 와드와의 경기에서 주먹을 맞고 TKO 패배를 했다. 이후 케이지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사망했다. 맥그리거의 은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동료가 시합 중에 죽음이 심경의 변화에 원인이 됐으리라 추측한다.

복싱은 두 주먹으로만 싸운다. 경기 중 넘어진 사람은 때리지 않고 카운터를 세는 동안 쉬는 시간을 준다. 이어 쉬는 시간 종료 후 다시 싸우는 신사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당한 위험성을 가진 스포츠다.

복싱은 또 두 주먹으로 주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한다. 다운이라는 건 이미 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 몇 초의 카운터를 주고 다시 경기를 한다. 보기엔 멀쩡해 보일 수 있지만 강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니다. 몸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 지지 않고 몸이 무거워진다. 이런 상태에서 평소라면 피할 수 있는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또 맞고 다운이 된다.

송효경 / 사진=송효경 제공


나 또한 복싱 스파링을 심하게 한 날은 머리가 너무 울리고, 어지러워 잠을 자기가 힘들다.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병원에서는 약한 뇌진탕이 온 것과 같은 충격이라 했다.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그 후유증이 엄청나다고 한다.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 일본 원정 대회인 딥 쥬얼스에서 후지노 에미와의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내 코가 깨졌을 때에 부모님께서는 내가 격투기 선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셨다. ROAD FC 한국 데뷔전을 치른 후 부모님께서 왜 위험한 걸 하려고 하냐며 연락이 왔다.

나는 부모님께 격투기는 보기에는 위험하지만 사실 안전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보신 부모님은 넘어진 사람을 사정없이 때리는데 어떻게 안전하냐며 이 길을 반대한 바 있다. 딸이 온 몸에 멍이 들고, 코가 깨졌던 상황에서 부모님이 펑펑 우셨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불타는 투쟁심을 가진 맥그리거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이 아쉽다. 선수에겐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너무 힘들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격투기 무대만 보면 다시 끓어오르는 열정이 존재한다. 또 불시에 찾아오는 우울한 감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선수의 삶은 보통의 삶 같지만, 보통의 삶이 아니다. 그의 심리적이고 일시적인 감기가 치료돼 '닥치고 움직여'를 외치는 뜨거운 투쟁심을 케이지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송효경 / 사진=송효경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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